尹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러 군사거래 좌시 않을 것"

러시아 겨냥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기모순…안보리 개혁 폭넓은 지지"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해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WMD(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며 러시아를 비판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넒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규정을 수정하거나 인도, 브라질, 남아공,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상임이사국 증원으로 안보리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미국의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태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마다 군사력의 크기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가 굳게 연대하여 힘을 모을 때, 그리고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떠한 불법적인 도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2024~25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유엔 회원국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세계평화를 진작하고 구축하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정의와 법치가 살아 숨쉬는 국제질서 그리고 지속가능한 자유, 평화, 번영을 물려주는 것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의 역사적 책무"라며 "대한민국은 유엔과 함께 이러한 책임을 기꺼이 떠맡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으로 "내년에는 3억 불을 공여하고, 추가로 20억 불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여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강조하며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침략을 받아 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참전에 힘입어 극적으로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 침공을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고 참전 결의를 채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트뤼그베 리(Trygve Lie) 초대 유엔 사무총장의 용단은 지금도 한국 국민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째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의 가치와 이념의 분열을 심화시켰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야기한 경제적 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증폭돼, 글로벌 경제는 위축되고 세계 도처에서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초래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약자가 겪는 고통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라며 개발 격차 해소를 위해 "대한민국은 공적개발원조(ODA)를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기후변화는 농업과 수산업의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와 식량취약국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킨다"며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취약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그린 ODA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며 "무탄소에너지에 관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원전 강화 방침도 재천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 해소 구상을 밝히며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질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조만간 제안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유엔 내 국제기구 설립을 지원하고, AI 거버넌스 구축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AI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계획을 밝히며 "70여 년 전 공산 세력의 무력 침공을 받아 한반도의 대부분이 점령당했을 때, 대한민국 자유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도시, 6.25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제2의 환적항으로 발돋움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끈 도시 바로 이 부산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부산에서 2030년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글로벌 책임국가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이루어 낸 성장과 발전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널리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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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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