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작심 반격…"文정부 모든 경제지표 지금보다 좋아"

9.19 행사서 감사원 '통계조작 의혹' 겨냥…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 조작된 신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대대적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적 홍보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결과 중간발표 등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때리기'에 대한 작심 반격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에 온 것이 처음이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며 "그 첫 행사가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인 것이 매우 뜻깊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6.15와 10.4 공동선언 등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이어달리기'로 표현하며 "이어달리기가 될 때마다 남북관계는 발전하고 평화가 진전되었다"고 했다.

그는 반면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목함 지뢰 사건이 발생했고, 아까운 장병들과 국민이 희생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 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며 "1인당 국민소득을 보아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달리기가 중단됐던 정부 기간에는 국민 소득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불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증가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소득이 감소했다'고 한 셈이다.

그는 "(정부는) 그 이유를 환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이어달리기'가 중단되면 환율이 높아지곤 했다"며 "그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국가부도위험지수, 즉 CDS 프리미엄지수"라고 헀다.

그는 "그 지수가 가장 낮았던 시기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였다"며 "(이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우리 경제의 신인도가 가장 높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CDS 프리미엄지수가 가장 낮게 떨어져 국채발행 금리가 마이너스였던 사례까지 있었다"고 하고는 "지난해 CDS 프리미엄지수가 다시 큰 폭으로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했다.

그는 "국가 부채를 많이 늘리는 적자 재정의 효과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고, 적자재정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재정 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부자 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작심한 듯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눈길을 끈 것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최근 전·현 정부 간 격화되는 신경전 양상 때문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5일 이전 정부에서 집값, 소득, 고용 통계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며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 정부 고위직 22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헀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자 일요일인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공유하며 "문재인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격차 감소 및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놓고 "문 전 대통령이 그때 고용상태가 굉장히 좋았다고 강조하시면서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 나쁘다'는 말씀을 하신 거라면, 그런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인 작년 15∼64세 핵심 연령 고용률이 68.5%로 최고치라고 하는데 그때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맞지만 올해 5월에는 같은 고용률이 69.9%로 더 좋아졌다"며 "(전직) 대통령이 통계 등을 언급하면서 '그때 정책이 굉장히 좋았다'고 언급하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평화가 경제'인만큼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어달리기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 변경도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북 간에 대화를 하지 못할 시기는 없다'는 것"이라며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뿐"이라고 자부했다.

다만 그는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해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난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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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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