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보자, 이재명 수사 상황에 "정치는 타협의 미학, 안타깝다"

與, '대통령 친분' 의혹에 "李가 尹 친구면 나는 바이든 친구" 적극 방어 눈길

19~20일 이틀간 진행되는 국회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친구의 친구'라며 지명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의 과거 판결 내역에 대한 분석·비판이나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19일 청문회에서 "많은 국민들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계신다"며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는 윤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이 있는데 과연 사법부의 독립을 이룰 만한 적임자가 될 것인지"라고 주장했다.

김회재 의원은 "또 아동성폭행범 봐주기 판 등을 보면 앞으로 성인지감수성이 굉장히 강조되고 재판부가 이것을 철저히 판결에 반영해야 되는데 대법원장(후보자)의 이런 판결을 보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이런 생각들을 국민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헀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일각에서는 조직 내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후보자가 무리하게 임명된다면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대법원장이 돼라고 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는 사법 독립을 수호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다? 얼굴 몇 번 본 게 친구인가"라며 "그럴 것 같으면 바이든도 제 친구이다. 대통령도 내 친구니까. 저는 그런 식의 억측은 이 자리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적극 엄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형동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대전고법 취임사에서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이 시점에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구체적인 재판 내용의 공정, 재판 절차의 적정성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법관의 태도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된다"고 말했던 것을 부각시키며, 이를 현 김명수 대법원 체제와 대비시켰다.

이 후보자는 정치권 관련 사건·판결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민주당 김승남 의원이 "대선이 끝나고 난 다음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1년 6개월 동안 332회 압수수색을 하고 야당 대표를 6번이나 조사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정치수사, 정치보복이라는 국민적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이 후보자는 다만 "정치는 타협의 미학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김회재 의원이 "이 대표가 검찰청에 들어가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조사받는 중간에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을 불러서 수사 내용을 전부 브리핑했다. 피의사실 공표 아니냐"고 하자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못했다", "말씀하신 구체적 사항은 제가 잘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김회재 의원이 "한 개인에 대해 1년 반 동안 360번 영장 발부가 되는 게 정상적 수사냐. 법원의 사법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현 상황에서는,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나름대로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상당한 통제를 하고 있다"며 "영장 청구되는 것 중에는 기각되는 것도 있고 발부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반대로 김형동 의원으로부터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명예훼손 판결이 있었는데, 명예훼손 판결의 전제는 언론의 자유"라며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상 죄가 안 된다는 게 일반적 이론 아니냐. 그런데 정 의원에 대해 징역 6개월 판결이 나왔는데 이런 판결이 과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법원의 모습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개별 사건에 대해서 제가 후보자로서 (의견을) 밝히기 좀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제3자 배상을 거부하는 피해당사자들과 정부 측 입장이 맞서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현재 사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답변드리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민법에 있는 제3자 변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제도를 이용한 사건이 현재 소송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 사건이 결국에는 대법원으로 올라오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현안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는 이 후보자의 태도와 관련, 일부 의원으로부터 '홍범도 장군 문제는 서면 답변을 잘 하더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이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는 저희가 어린 시절에 국사 시간에서 다 배웠기 때문에 기본 지식을 다 가지고 있지만, 지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피해 갔다.

이 후보자는 앞서 서면질의 답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홍 장군은) 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으나 이를 갖고 공적을 폄훼하긴 어렵다"는 답변을 했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소수자 편에 선 판결을 한 이력이 없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이 후보자는 "투렛 증후군 사건은 당시 시행령에도 장애인으로 등록될 수 없는 것을 제가 헌법이론을 끌고 들어와서 처음으로 장애인으로 인정해줘야 된다고 1심 결론을 뒤집었는데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그 후 장애인복지법 자체가 제가 판결한 대로 개정됐다"는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4.16 세월호 참사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숨진 단원고 교감 유족의 순직 인정 소송과 관련 "후보자가 그 사건 항소심을 맡았는데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당시 기록에서 합의재판부 3인이 나름대로 정의에 합당하다고 결론내린 것"이라며 "당시 저희들은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고 답변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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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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