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나 됨을 위하여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북 남원 지역 민간인학살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다시 하나 됨을 위하여

-1950년 11월 주천 일대 희생자를 위한 진혼가

홍익인간 큰 뜻 백두대간으로 굽이치는 이곳

가진 것 없어도 넉넉한 마음

네것 내것 없이 품어주는 따뜻한 사람들 살았지

오직 산비탈 일구고 산나물 뜯으며

향약과 두레로 서로 깨우치고 돕고 나누고

죄짓지 않고 살던 사람들

이념을 알기나 했나

통비며 부역이란 말 죽어서나 알았지

죄라면 밥 한술 나눠주고 감자 몇 개 내어준 것

그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인데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사람들을 무차별 살상했다네

하늘도 차마 눈 못 뜨고

천지신명도 치를 떨었으리

단군도 미리 알았다면 나라를 세우지 않았으리

아니라고 그게 아니었다고

말도 못 했던 시간 지나갔으니

이제 한 점 죄 없음이 입증되었으니

통한의 피눈물 닦아주고

서로 손 맞잡고 다독여주며

단군의 자손 평화의 민족으로 우리를 영원케 하시라

▲ 남원 주천면 노치마을 _가재_라고 하는 얕으막한 고개 바로 아래서 양민들이 학살됨.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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