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9.4선언’엔 정파 초월-위기 공감 등 3개 '숨은 코드’ 있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12] 전북 원로들이 새만금 예산 정상화 나선 이유

대한민국은 시국이 어려울 때마다 원로들이 나서 지혜와 혜안을 내놓았다. 원로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엄중한 무게가 있고 전 국민적 공감을 샀다.

새만금사업과 평생을 같이 해 온 전북정치 원로들이 지난 4일 한자리에 모여 새만금 예산 삭감에 대한 정부의 처사를 지적하며 정상화를 촉구한 것도 전북원로의 시국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새만금 9.4선언’인 셈인데, 여기에는 정부와 국회 등이 깊이 생각해 볼만한 ‘3개의 숨은 코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새만금 산증인이자 최고 전문가은 전북 원로들이 4일 새만금 예산 삭감에 대한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전북도청

첫 번째 숨은 코드는 정당과 정파와 분야를 떠나 ‘새만금 산증인이자 국내 최고 전문가’인 전북 각계의 원로가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서울 인근에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등이 비장한 마음으로 함께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김홍국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이자 전북도민회장, 곽영길 아주경제 회장이자 전북도민회 부회장 등 전북도민회 소속 원로들도 참석했다.

또 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과 이원택 국회의원 등 전북 여야 의원들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자리를 같이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33년 동안 새만금사업을 관통했던 전북의 산증인들이 모두 새만금 위기를 직감하고 함께한 것이다.

▲바다 저편의 새만금 신항만 건설 현장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파동과 달리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레시안

두 번째 숨은 코드는 원로들이 현 상황을 ‘초유의 대(大)위기’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경제적 대격변과 대파란은 겪어온 원로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이 깊다.

실제로 정파를 떠나 전북 원로들이 현안문제를 놓고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극히 드문 일이어서 최근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원로들이 전북 현안을 놓고 전면에 나선 것은 새만금 잼버리 이후 대규모 예산 칼질 등 상처난 도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꽉 막힌 현안을 풀기 위해 중재와 조정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잼버리 이후 전북 새만금 예산을 보면서 참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그동안 책임이 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힘을 합치자”는 말로 ‘전북의 단결’을 촉구했다.

김덕룡 전 부의장도 “잼버리로 인해 새만금이 비하되거나 폄훼되어서는 안된다”며 “새만금은 전북 미래이기도 하지만 국가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잼버리 대회의 부지인 새만금이 파행의 근원이라 말할 수 없는 만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며,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만큼 정치권은 정파를 떠나 의지를 결집하고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원로들의 혜안이 담긴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이강국 전 헌법소장은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는 “잼버리와 새만금은 이성적으로 분리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호소문이 정치나 정쟁 연장선으로 가서는 안 되고 원로들이 나서서 국민들께 호소해 마음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전북정치를 이끌어 온 정동영-정세균 두 사람의 발언도 무겁게 들린다.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지역 원로들께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며 “무거운 마음이고 모두가 힘을 합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원래 새만금사업은 국가를 위한 국가사업이다”며 “국책사업 방해는 국회 차원에서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원로들은 여권이 전남에서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못하는 지자체’로 갈라치고, 호남 안에서도 분파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전북 홀대와 고립이 보통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호소문을 통해 500만 전북인의 단결과 상처 위로에 나서기로 했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 코드는 국회와 여야, 정부, 언론 등의 역할을 강조하며 큰 틀에서 새만금을 접근해 달라고 호소한 점이다.

▲정부의 기본계획 재수립에 들어간 새만금 조감도 ⓒ전북도청

호소문의 주요 골자를 보면 ▲국회는 제대로 된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고 ▲여당은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임을 명심하며 ▲야당은 새만금 국책사업의 예산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을 정상복구하고 ▲언론은 새만금 동북아 경제중심지 도약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봐달라는 협조 요청이다.

새만금 10대 사업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부처 반영액의 무려 78%가 난도질 당한 상황을 되돌려 새만금이 정상궤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국회와 여야, 정부, 언론 등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간곡한 호소인 셈이다.

5개 기관을 향해 피를 토해내는 호소에 나선 전북 원로들은 전북 원로들은 새만금 예산이 원상회복될 때까지 모임을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회의 예산법정 통과일인 오는 12월2일까지 새만금 위기 시국선언회가 몇 차례 더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로들의 모임에 전북정치권도 힘을 얻은 모습이다.

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은 “새만금 예산 원상복구를 위해 국회와 장외투쟁을 모든 노력을 아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새만금사업 추진을 위해 새만금개발청이 설립되고, 국무총리가 새만금위원회 위원장이다.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국회 내 민주당 의석이 180석에 이르고 있다”며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가 예산은 국회의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이날 “전북 어른들께서 나설 정도로 현재 상황은 위기라고 볼 수 있다”며 “도민들에게 전북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도록 힘을 합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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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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