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격노' 진실은? 해병대 수사 '외압' 시간순으로 살펴보기

[해설] 대통령 격노 있었다는 7월 31일, 전후 정황으로 신빙성 따져보니

고(故)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대통령 개입설'이 의혹을 넘어 구체적인 '진실공방' 국면으로 들어섰다. 전 해병대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지난 달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결과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라고 주장하면서다.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 개입설'은 그간 비공개 문건이나 익명의 관계자 발언 등을 입수한 언론에 의해 제기돼왔다. 박 대령 측이 해당 의혹에 대해 "현재 증거가 전혀 없는데 그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김정민 변호사, MBC 라디오 인터뷰)고 선을 그으며, 의혹에 책임을 질 발화자는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번 진술서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수사개입) 됐다"는 말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국방부와 해병대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당 내용을 부정했고, 군 검찰단은 8월 30일 박 대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수사 관련 보고를 받지도 않았고,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통화하지도 않았다며 박 대령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언론 등 제3지대에서 간접적으로 회자되던 의혹이, 박 대령과 국방부·해병대·대통령실 등 당사자 사이 직접적인 진실공방으로 전환된 셈이다.

대통령 개입설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선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7월 31일 당일과 그 전후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압 의혹의 근본적 원인은 '사단장의 혐의'인데, 대통령 개입설을 주장하는 측은 사단장의 혐의와 관련한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윗선개입론'의 정황증거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7월 31일 '대통령 주재 회의'를 중심으로 각자가 주장하고 있는 전후맥락을 일자에 따라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복잡하게 펼쳐져 있는 각 사건과 쟁점, 그 쟁점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정리함으로써 여러 갈래로 뻗쳐있는 외압 의혹의 신빙성을 따져본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해병대사관 81기 동기생들과 함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 7월 28일

①해병대 수사단, '사단장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시

②유족, 수사단에 '사단장 처벌' 간청

①'국방부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서 임성근 해병1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이번 외압 의혹의 핵심이다. 7월 19일 채 상병 순직 이후 시작된 사건조사에 '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처음 적시된 것은 같은 달 28일이다.

박 대령 측이 공개한 '해병대사령부 채 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진행경과'에 따르면, 수사단은 이달 21일 유가족 대상 1차 중간 수사결과 설명에서 "허리 아래까지 입수가능하다는 포11대대장 및 포7대대장 지시"로 채 상병이 안전장구 없이 내성천에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달 24일부터 당시 수사단장(박정훈 대령)이 포항, 예천을 오가며 직접 현장수사를 지휘했고, 28일 경북 포항 소재 호텔마린 1층 커피숍에서 진행된 대면보고 자리에서 사단장의 혐의가 적시된 수사결과가 최초로 보고된다.

박 대령에 따르면 당시 그는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어 다음 주 초에 관할경찰로 넘기겠다'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박 대령은 당일 오후 14시경 전북 남원 소재 유가족 자택에서 가족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내용을 설명한다.

박 대령은 이달 28일 제출한 진술서에선 이날(7월 28일) 유가족 설명회 당시 가족들이 "결국 모든 책임의 근원은 사단장이다. 사단장을 반드시 처벌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내용은 외압이 시작된 후 해병대수사단이 지난 8월 1일 해병대사령관에게 제출한 '익사사건 관계자 변경시 예상되는 문제점'에도 명시된다.

유족 측은 8월 계속되는 채 상병 관련 보도에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며 고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족 측은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가 새로 작성한 '사단장 혐의를 제외한 수사결과'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단장 혐의 적시' 왜?

군인권센터가 지난 8일 공개한 대민지원 당시 해병대 1사단 산하 대대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엔 채 상병 순직 전인 18일 오후 "바둑판식 수색정찰을 실시"하라는 사단장 지시사항이 전파됐다. 당일 현장 지휘관들은 안전을 고려해 장병들에게 수중수색이 아닌 일렬 도보수색을 지시했는데, 사단장은 이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질책했다.

이후 대화방엔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물로)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중수색' 지시사항이 전파됐고, 현장 지휘부인 '11대대장 및 7대대장‘은 다시 "안전이 최우선 과도한 수색 X"라고 명시하면서도 "허리 아래쪽까지는 허용"이라고 앞서 전파된 지시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대대장의 강조사항은 (원래) 주로 안전과 관련된 염려와 내용이었다"면서 "(‘허리 아래쪽까지는 허용’이라는 지시사항은) 대대장 지시 사항에 사단장 질책 사항이 모두 반영된 것"이라며 "해당 대대에서 전날과 달리 물속에 대원들을 투입한 것은 명백히 사단 지시에 의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월 28일 오후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 7월 30일

①이종섭 국방부장관, 수사결과 원안에 결재

②이 장관, '사단장 혐의'에 의문 표시?

③국가안보실, 박정훈 대령에게 수사결과보고서 제출 요청

④군, 임성근 해병1사단장 보직심사절차 진행?

⑤해병대사령관, '예정에 없던' 국회 설명회 지시?

박 대령은 이어 7월 30일 김 사령관과 함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오전 10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오후 4시 30분)에게 각각 동일한 수사결과를 보고한다. 역시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내용이었고, 박 대령은 "다음 주 화요일(8월 1일) (자료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장관의 결재도 이때 이루어진다.

여기서부터 국방부와 박 대령 간의 주장이 갈라진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이 장관은 수사결과 보고 직후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고 질문했고 이에 김 사령관은 "사단장 과실이 확인되어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겨 수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장관이 사단장 혐의에 의문을 표하는 듯한 뉘앙스의 해당 대화는 추후 박 대령이 주장하는 '국방부 수뇌부에 의한 외압'의 첫 번째 정황증거다.

그러나 국방부는 8월 8일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를 부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해병1사단장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장관과 해병대사령관이 대화를 나눈 바 없으며, 장관은 "현장에서 수색에 동참했던 초급간부들까지도 죄가 있느냐"라고만 의문을 제기했다. 즉 수사결과 보고서에 대한 일말의 의문은 '사단장 혐의' 때문(박 대령 주장)이 아닌 '초급간부 혐의' 때문(국방부 주장)이었다는 것이 당시 국방부 측 설명이다.

이 장관은 21일 국방위 회의에선 7월 30일 당일 정황에 대해 '여단장 혐의 적시' 관련 문제를 더했다.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저는 하천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여단장과 현장에서 함께 작전했던 초급간부들이 왜 범죄 혐의자인지를 질문"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일 현장에선 8명 모두 범죄 혐의자로 적시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고서에 결재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내용 조정은 초급간부 때문?

국방부는 '사단장 혐의 제외를 위해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응해 "현장에서 수색에 동참했던 초급 간부들까지도 죄가 있느냐"는 말로 대응해왔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8월 21일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본인이 7월 30일 직접 결재한 수사결과에 대해 다음날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전날) 초급간부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이런 대화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그 전날 기억이 바로 나서 다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8월 21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내놓은 수사결과에선 결국 해병1사단장의 혐의가 삭제됐다. "초급간부 혐의가 불명확해 다시 봐야한다"는 국방부 해명은 궁색해졌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③'윗선 개입'론의 단초도 이날 제공된다. 박 대령 측 주장에 따르면, 박 대령은 이날 오후 늦게 해병대사령부 권인태 정책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수사 중인 사항이어서 안 된다"고 대답했다.

다만 박 대령은 같은 날 오후 6시 22분경엔 김 사령관으로부터 "안보실 김형래 대령에게 언론브리핑 자료를 보내주라"는 지시를 들어 이를 이행한다. 언론브리핑 자료엔 사건개요와 수사결과(사단장 외 8명 혐의 등)가 포함돼 있었다.

박 대령은 이후 8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KBS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안보실에서 언론설명자료를 요청한 것은 외압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국가안보실은 국방부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 기구다.

반면 국방부는 "외교·안보부처의 경우 통상적으로 안보실과 언론 설명자료를 공유하고 있어 '외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④'윗선 개입론'에 있어서는 '국방부의 태도변화'가 중요한 키워드다. 수사 외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측은 현재 '채 상병 수사가 보고된 대통령 주재 회의가 있었다'고 지목되는 7월 31일을 기점으로 '박 대령의 수사결과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군인권센터는 군 내에서 진행된 '사단장 보직심사절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8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군인권센터 측은 전현직 해병대 장성급 간부 등의 제보를 통해 △수사단이 수사 원안을 확정했을 당시엔 과실치사 혐의가 확정된 임성근 해병1사단장에 대한 보직심사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며 △이를 인식한 임 사단장은 군 내에서 불만을 표했고 △이후 '사단장 혐의 적시'를 둘러싼 일련의 외압이 시작됐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군인권센터는 사단장 보직심사절차 진행이 군 내에서 결재된 시기를 7월 30일로 꼽는다. 당일 박 대령과 함께 국방부장관을 대면해 수사결과를 보고한 김 사령관이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과 각각 독대하여 사단장의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사단장의 보직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즉 7월 30일까지만 해도 장관,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수뇌부는 "모두 사단장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 이첩에 따른 후속 인사조치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정황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는 다음 날인 7월 31일을 기점으로 애초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사단장 혐의 적시'를 갑작스럽게 뒤집은 셈이다. 외압의 근거지가 국방부 윗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국방부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는 정황은 또 있다. 박 대령은 진술서에서 7월 30일 사령부 복귀 이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국방위원장과 여야 간사, 보좌진 대상 설명회 준비하라는 연락을" 갑작스레 전달받는다. 8월 1일 예정이었던 수사자료 이첩 일정도 갑자기 생긴 국회일정으로 인해 다음 날인 2일로 조정된다.

군인권센터는 "예정에 없던 (국회) 설명회를 지시한 것은 그만큼 수사결과에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장관이 시종일관 주장하는 대로 수사 결과에 의문점이 있었다면 예정에 없던 국회 설명회를 지시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관련하여 국방부장관은 다른 진술을 내놓는다. 21일 국방위에서 이종섭 장관은 7월 30일 수사결과 결재 당시 박 대령이 "이를 국회와 언론에 설명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장관은 '애초 혐의자 8인을 모두 범죄혐의자로 설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수사단 차원의 조사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고서에 결재했다'라고 주장했다.

본래부터 수사 내용 자체에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결재 후조치'했다는 주장이다. 이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의 태도변화는 '윗선의 외압'이 아닌 '섣부른 결재'로 인한 행정 오류에 가까워진다.

▲ 박정훈(왼쪽)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가 8월 18일 오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 7월 31일

①국방부, 수사결과 언론브리핑 취소

②해병대, '언론브리핑 취소 사유 논리 개발' 회의?

③국방부, 긴급회의 뒤 박 대령에게 '수사 내용조정' 압박?

④해병대사령관, '윤 대통령의 격노' 언급?

⑤모든 것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공개 회의?

⑥국방부장관, 박 대령에게 수사결과 '이첩 보류' 지시

7월 31일, 당초 이날 예정돼 있던 채 상병 수사결과 언론브리핑이 당일 갑작스레 취소되며 수사 외압 의혹이 급물살을 맞는다. 당일 해병대 부사령관과 1광수대장이 맡기로 했던 국회 설명회 또한 취소된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위해 국방부가 소재한 용산으로 이동한 상태였지만, 12시경 국방부 이윤세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언론브리핑이 취소됐다"고 전달받는다. 이후 김 사령관도 박 대령에게 "언론브리핑이 취소되었으니 부대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해병대는 전날인 30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31일 오후 2시에 관련 설명을 하겠다'는 공지를 전달해놓은 상태였지만, 브리핑을 1시간 앞둔 31일 오후 1시 별다른 이유 없이 수사결과 발표가 취소됐다고 공지한다.

언론 및 국회 브리핑 취소에 대한 국방부의 첫 공식입장은 31일 당일 대변인실 명의로 나왔다. "해병대의 (범죄 혐의 등) 사실관계 확인결과에 대한 언론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라는 설명이었다. 개정군사법원법에 따라 변사사건 등은 수사자료 이첩 후 경찰이 수사를 주관하는데, 언론브리핑이 진행될 시 이후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외압 의혹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나서인 8월엔 조금 다른 이유가 붙는다. 21일 국방위에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수사결과 보고 당시) 제기된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회·언론브리핑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위의 '7월 30일 수사결과를 보고받을 당시부터 수사결과에 의문점이 있었다'는 설명과 이어진다. 즉 여단장 및 초급간부 등 '혐의가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들에게 혐의가 적용돼 있어' 수사 재검토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대령의 진술에 따르면, 이날 언론브리핑 취소는 굉장히 갑작스럽게, 군 내부에서도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상태로 이루어졌다. 28일 군 검찰단에 제출한 박 대령 진술서에 따르면 이날 브리핑 취소 후 해병 사령부에선 사령관 주관의 대책회의가 수차례 열렸으며, 주된 논의는 '언론브리핑 취소 및 국회설명 취소에 대한 배경 확인 및 사유 설명에 대한 논리 개발'이었다.

박 대령은 이날 국방부 대변인이 사령부 공보정훈실장에게 전화해 "취소 사유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다. 박 대령에 따르면 해당 통화에서 공보정훈실장이 "국방부 지시로 취소됐다고 하겠다"고 대답하자, 대변인은 "국방부 지시사항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방부 측은 박 대령의 이 같은 진술서 내용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위 진술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언론브리핑 취소사유를 개발하라'는 국방부 지시의 사실 여부를 가릴 기준은 현재로선 박 대령의 주장으로만 남아있는 셈이다.

브리핑 취소를 둘러싼 쟁점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예정에 따른 것(국방부)이었나, 예정에 없던 것이었나(박 대령)가 한 축이고 △사단장 혐의 제외를 위한 외압성 취소인가, 아닌가가 또 다른 한 축이다. '애초 수사결과에 내용적인 문제가 있었기에, 장관 판단에 따라 브리핑을 취소했다'는 것이 국방부 측 주장이고, '외압 목적으로 급하게 취소됐다'는 것이 박 대령 측 주장이다.

박 대령은 당일의 상황을 본인의 주장에 맞게 신빙성 있게 진술한다. 박 대령 진술서에 따르면 이날 언론브리핑 취소 직후 국방부장관은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우즈베키스탄 출국이 예정돼 있었다. 오후 2시 20분경에는 장관이 국방부를 나서야하는 상황에 급작스럽게 회의가 개최된 셈이다. 8월 21일 국방위 회의 내용을 종합하면 장관은 해당 대책회의에서 법무관리관 및 차관 등에게 사건의 재검토를 지시한다.

박 대령 진술에 따르면, 국방부 측 대책회의 이후 박 대령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경찰에 이첩 예정인 수사자료를 보내고, 자료에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업무상 과실치사)을 다 빼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를 부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거부했다. 반면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이 혐의/죄명을 빼라고 했다'는 박 대령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장관 지시에 따라 사건을 재검토했을 뿐, 수사단에 특정 혐의자를 제외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 8월 23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가 공개한 해병대 수사단 중앙수사대장의 사실확인서. ⓒ김경호 변호사 제공

법무관리관과의 통화 직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을 호출해 양측이 대면한다. 이 자리에서 외압 의혹의 최대 쟁점이 드러난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에 대한 언급이다. 애초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는 국방부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자신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는 내용만을 진술했으나, 29일 공개된 새로운 진술서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추가로 진술된다.

진술에 따르면 당일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박 대령이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압박을 느낀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어떻게 할까' 수차례 물었고, 이에 박 대령은 이날 여론 반발 등 '수사내용 변경 시 예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해 사령관에게 보고한다.

⑤'VIP(대통령)가 사단장 혐의 적시에 격노해 국방부장관을 질책했다'는 해당 진술이 사실이라면, 전날 30일부터 이어진, 박 대령 측이 주장하는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도 많은 부분 설명이 된다. 대통령 주재회의가 있었다고 지목되는 7월 31일 오전을 기점으로 임 사단장에 대한 보직심사절차, 수사결과 언론브리핑, 경찰로의 수사이첩 등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에 따라 진행되던 군 내 모든 조치가 '올스톱'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격노'는 진실일까.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는 것은 언론보도와 국회 운영위 회의 등에서 이미 사실로 밝혀졌다. 관건은 채 상병 사건 수사 관련 보고가 이루어졌고, 윤 대통령이 실제 그에 격노하며 국방부장관을 질책했느냐 여부다.

정부관계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8월 25일 국방위에선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30일 운영위에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국방부장관 질책 사실은 없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관련 보고 자체를 대통령에게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김계환 사령관의 경우 군 검찰 조사에서 '박 대령이 주장한 (VIP)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령은 자신의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와의 대화에서 당일 김 사령관이 국가안보실 소속 국방비서관과도 통화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운영위에 출석한 임기훈 국방비서관은 이에 대해서도 "7월 31일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만약 장관이 별다른 외압 없이 (자신의 판단으로) 수사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면 출국을 앞두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해병대부사령관을 소환하면서까지 대책마련에 부심했을 까닭이 없다"라며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고 국방부장관 주장대로 장관 스스로 사건 수사결과가 이상하다고 판단하여 결재를 번복한 것이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일의 정황상으로는 "윗선의 개입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는 게 센터 측의 지적이다.

한편 박 대령에게 적용된 항명죄의 명분, '수사이첩 보류 지시' 여부에 관한 진실공방도 이날 시작된다. 21일 국방위에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당일 오후 해병대사령관과 부사령관에게 "수사를 경찰로 이첩하는 것을 멈추라"고 지시했다. 8월 2일 예정된 수사이첩을 중단·보류하라는 지시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8월 2일 이 지시를 거부하고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한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날 본인이 '명확한 수사이첩 중단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수사이첩을 위해 준비하던 사건인계서를 법무관리관에게 전달하라 △수사자료에서 혐의자, 혐의내용 등을 빼라는 등 외압성 요청만을 듣고 이를 거부하기 위해 '수사내용 변경 시 예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해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는 게 박 대령 측 타임라인이다.

다만 이후 박 대령 측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러한 사건은 관할 경찰청에 '지체없이' 송부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다. 기록과 증거물 모두 송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김경호 변호사)라며, 지시여부에 대한 진실공방 보다는 '박 전 단장이 수사보고서를 관할경찰서에 이첩하려는 것은 법적인 근거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3일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CP TANGO)를 방문해 '23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d) 연습상황을 점검하며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에게 격려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 8월 1일 ~ 8월 3일

①국방부 법무관리관, 혐의자 등 수사내용 변경 요구 지속

②해병대수사단, 경북경찰청에 수사자료 이첩 강행

③국방부, 수사단 보직해임하고 경북경찰청에서 수사자료 회수

8월 1일 ~ 2일 양일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국방부장관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 부재한 시점이다. 박 대령은 수사이첩(2일) 전날인 1일 하루 동안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박 대령 진술에 따르면 수사단은 당일 오전 사건인계서 및 사건기록목록을 법무관리관에게 전달했는데, 이후 관리관은 전화를 통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 업무상과실치사 죄명도 빼야 한다", "(혐의자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여야 한다"는 등의 말을 건넨다.

박 대령은 이것이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는 압박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방부는 "초급간부를 포함해 혐의를 적시한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을 뿐, 법무관리관은 '혐의, 죄명을 빼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법무관리관은 국방부장관의 지침을 받아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령은 또한 이날 김 사령관이 "혐의자 빼고 혐의내용 빼고 죄명 빼고 수사라는 용어를 조사로 바꾸고 해라. 왜 해병대는 말하면 듣지 않는 것이냐?"라는 내용의 신범철 국방부 차관 문자를 보여주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령에 따르면 이는 '수사내용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조사본부에서 재판단 후 경찰에 이첩하면 안 되겠느냐'라는 취지의 건의에 대한 차관의 답변이었다. 다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신범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 대령 진술에 따르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1일 상황까지 우유부단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박 대령 측이 구성한 정황을 고려하면 애초 자신도 동의했던 수사내용과 관련 국방부 차원의 압박이 이어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 풀이된다. 박 대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수사 원안을 그대로 이첩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한다.

'장관 결재' 둘러싼 쟁점

박 대령에 따르면 수사내용 조정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날 오후 박 대령과의 통화에서 "장관님에게도 그러한 (원안) 내용으로 직접 대면 보고하였고, 결재본도 가지고 있다. 결재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경찰에 이첩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겠나"라는 말을 듣고 "결재본이 있는지 몰랐다"라며 입장을 다소 바꾼다. 이후 법무관리관은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은 중간보고로 하고 장관복귀 시 수정하여 재보고 후 경찰에 이첩하라"고 김 사령관에게 다시 지시한다.

수사 원안의 '국방부장관 결재'는 국회 국방위에서도 도마에 오른 안건이다. 국방부 측 설명대로 '애초 수사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장관은 결재를 하지 말고 즉시 법리검토를 지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장관은 7월 30일 결재를 마치고, 이후 31일 갑작스럽게 '내용에 문제가 있으니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에 대해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절차상으로는 그게 맞지만, 그렇게 이루어지지 못했다"(8월 21일 국방위)고만 답했다. 즉 수사에 의아한 점이 있었지만 '판단미스'로 결재를 했다는, 다소 의아한 해명이다.

한편 박 대령 측은 '개정군사법원법상 범죄인지 통보(수사결과 이첩)에는 애초 결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재 했든 안 했든 법률상으로는 국방부가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이첩을 막을 권한이 없고, 때문에 국방부가 주장하는 '항명죄'도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관련기사 ☞ '외압' 밝힌 박정훈 단장 징계하려는 해병대…"누가 위법행위 했나")

이후 2일 오전, 해병대수사단은 수사원안 그대로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다. 박 대령은 당일 김 사령관이 '본인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묻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라고 대답하는데, 이후 군은 해당 대화를 빌미로 박 대령이 상관을 협박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수사이첩은 자료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계자는 900페이지가량의 수사자료를 넘기며 사건인계서를 바탕으로 수사 내용을 경찰 측에 설명해야 한다. 인계가 한창인 오전 10시 51분경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당장 인계를 멈추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박 대령은 "이미 인계 중이다, 죄송하다"고 응답한 뒤 인계자인 1광수대장에게 전화했지만 인계 중인 광수대장은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날 오후 수사단은 이첩중단 지시에 대한 항명을 이유로 보직해임을 통보받고, 국방부는 수사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수사자료 또한 국방부가 전량 회수한다. 이튿날인 8월 3일 국방부 검찰단은 압수영장을 제시하며 수사단 관계자들의 휴대폰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 같은 달 7일 <아시아투데이>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윗선개입론'을 보도했고, 같은 날 국방부 측이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의혹에 대응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해군 군검사들, 해병대수사단과 ‘사단장 혐의’ 법리검토?

외압 의혹과 관련, '수사내용에 문제가 있어 법리검토가 필요했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의아한 점이 많다. 단순 실수라 해명된 국방부장관의 결재 시기도 그렇지만, 별개의 군사법기관인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국방부 차원에서 법리검토한다는 점도 그렇다.

관련하여 군인권센터는 '통상적으로 같은 급 내에서 법리검토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해병대수사단 또한 이미 해군 검찰단과 법리검토를 마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애초 '사단장 혐의 적시'가 해군 내 법리검토를 마친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1일 해군 군검사와 해병대수사단 사이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군검사가 △'사단장의 혐의'를 확신하는 내용과 더불어 △국방부 '외압' 정황을 언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 해군 검사 "국방부가 수사내용 싹 날릴 것 같다 … 무서운 일")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채상병 순직 사건 '해병대 항명' 관련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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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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