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이후 “보수정당 두 얼굴” vs “전북 동종교배 반성을”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9] 독점정치를 보는 시각과 반성론 등장

국민의힘 호남동행 의원들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노골적인 전북 공격에 나서면서 과거 보수정당의 전북을 바라보는 두개의 얼굴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나, 말 잘했어?”

지금부터 11년 전인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한 고위직이 전북을 찾아 현안 지원사격을 철석같이 약속한 후 서울행 버스를 타며 보좌진에게 물었던 말이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양자대결이 치열했고, 새누리당 대선캠프는 불모지인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화력을 집중했다.

▲국민의힘 호남동행의원 발대식이 2020년 9월에 열렸다. ⓒ정운천 의원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북을 찾은 새누리당 고위직들은 전북 표심을 구애하느라 “전북에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드리겠다”며 농익은 러브콜을 보내기 바빴다.

심지어 18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그해 11월 새누리당 황우여 당대표는 인사 대탕평과 관련, “호남 몫으로 3분의 1은 가야 한다. (호남은) 사막화되고 있다. 이런 때 나무도 심고 물도 줘야 옥토가 된다”고 약속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3분의 1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배분부터 집권 후 각 분야에서 호남 인물을 30% 이상 쓰겠다는 뜻이었다.

‘말의 성찬(盛饌)’이 효과를 거뒀는지, 박근혜 후보는 전북 역사상 첫 두 자릿수인 13.2%의 표를 얻었다.

문제는 ‘여기까지’라는 점이다. 전북 현안을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한 고위직이 서울로 되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며 보좌진에게 “오늘 어때? 말 잘했어?”라고 물을 정도로 진정성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전북 러브콜과 관련해 “그야말로 진실성이 텅 비어있는 공허한 공약(空約)”이라며 “서울로 가면서 천안에 닿기도 전에 전북에서 한 소리를 까먹지 않겠느냐”는 자조섞인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평소 전북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선거를 앞둔 2개월 정도 반짝 러브콜을 보내는 보수정당의 ‘야누스 정치’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목격된다.

김기현 대표가 ‘전북의 볼매(볼수록 매력) 정당’이 되겠다고 발표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놓고 연일 ‘전북 책임론’의 기름을 끼얹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을 보며 전북도민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호남동행 의원이 전북저격의 최전방에 서서 ‘이권 카르텔’까지 거론하며 전북을 정조준하는 상황이 발생해 "보수정당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란 말이 전북에서 회자했다.

국민의힘 호남 동행 의원들은 “전북을 제2의 지역구로 삼아 전북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확약한 바 있어, 말과 행동이 다른 보수정당의 두 얼굴이라는 비판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전북의 거대 보수정당 지지율은 한때 18%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20% 돌파’는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새만금 예산 대거 칼질만 해도 정부와 보수여당이 전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까닭에 난도질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도민들에게 이런 모습이 배신의 정치, 기회만 있으면 뒷통수를 치는 정치로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 14개 시·군 원내대표들이 21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 피해 사태는 정부·여당과 조직위원회가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전북중앙신문

하지만 차제에 전북 유권자들과 정치인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치적 편향과 편파가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고, 위기 때 극복의 대안보다 더 큰 위기를 가져온다는 뜻있는 지역인사들의 비판이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협소하고 특정 정당 일색으로 가다 보니 전북이 망망대해의 ‘외딴 섬’으로 홀로 남아 고립이 심화되고 상대 탓과 남 탓만 하는 등 정치적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쌍발통 정치'를 주장해온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전북은 그동안 한쪽만 세게 밀어주는 ‘마이너스 정치’를 해왔다”며 “바퀴가 하나인 수레가 앞으로 굴러 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 일색의 전북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속칭 '끼리끼리 동종교배'가 이뤄지고, 급기야 자생력을 잃어 책임도 지지 않고 실력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정치도 여야가 서로 경쟁하면서 체질을 개선하고 변화와 혁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세계 정치사에서 일당 독주나 독점은 독선과 만용만 낳았다는 점을 지역민들께서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지자인 50대의 L씨는 “잼버리와 새만금을 무리하게 엮어 마치 보복이라도 하듯 새만금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은 내가 봐도 말이 안 된다”며 “그렇다고 해도 극한의 정치 대결구도를 만들어 ‘와와~’ 하며 정부여당과 무작정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일”고 말했다.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에서 14.42%의 지지율을 얻어 보수정당의 불모지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꾸준히 서진(西進)정책을 펴온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견제 세력으로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보수정당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전북도민에게 호소하면 민심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민주당의 전북정치도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민심의 밭을 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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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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