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바뀐 ‘누더기 개발계획’ … ‘헌만금’ 이어 잼버리의 ‘잼만금’ 되나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7] 정책 입안자도 헷갈리는 새만금 사업의 정체성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의 재수립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30여년 회한과 굴곡의 개발계획 변경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한덕수 총리는 29일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 도움되도록’이라는 전제가 깔렸지만 역대 정부마다 툭하면 개발계획을 다시 짠다고 밝힌 후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 ‘누더기 종합개발계획(MP)’으로 전락한 바 있어 전북도민들은 오히려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전북 부안과 군산 앞바다에 33.9㎞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401㎢의 광활한 땅을 조성하는 ‘새만금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새로 생기는 면적이 여의도의 140배에 달해 ‘한반도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대’와 ‘최장’의 여러 기록을 갖고 있지만 30여년의 내부 개발계획만 들여다보면 굴곡과 부침과 통한의 역사로 가득하다.

전체적인 개발 방향을 담은 개발계획이 수도 없이 바뀌는 바람에 ‘누더기 MP’가 됐고 오래된 사업이란 뜻에서 ‘헌만금’이란 뼈아픈 단어도 등장했다. 최근엔 잼버리 대회의 후폭풍에 휘말려 ‘잼만금’ 신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만금 조감도 ⓒ전북도

‘새만금’이란 단어가 정부 문서에 공식 등장한 때는 농림수산부가 새만금사업과 서남해안 간척 농지개발계획을 발표했던 1987년 5월의 일이다.

이 계획은 같은 해 12월 제13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전북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통령 공약 코드 넘버 20-07-29’로 관리돼 우여곡절을 거쳐 1991년 11월에 첫 삽을 뜨게 된다.

하지만 전북도민들의 기대와 달리 새만금 사업은 공사중단과 재개, MP 변경, 환경논란, 해수유통 공방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항과 항만, 도로 등 기반시설의 게획과 규모도 크게 변했다.

당초 쌀 생산을 목적으로 농지 확장을 향해 출발한 새만금은 초기에 별다른 ‘큰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방조제를 막고 내부개발을 해야 하는 까닭에 첫 삽을 뜬 지 15년 만인 2006년 4월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후 다시 1년의 세월을 거쳐 2007년 4월에 ‘내부 토지개발 기본구상안’이 나오게 된다.

농지 30%에 기타용지 비율 70% 등 이른바 복합개발을 담은 ‘기본구상’은 이듬해인 2008년에 변경을 거쳐 구체화됐다. 내부개발은 명품복합도시와 SOC 확충, 신재생에너지 메카, 생태환경용지, 관광용지, 첨단고품질 수출농업육성, 과학연구용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획기적인 모멘텀을 마련했던 새만금 내부개발은 이후 새만금특별법에 따라 2011년 3월에 새만금 내부개발 MP가 확정되는 등 20년 만에 최종 밑그림이 드러나는 성과로 이어졌다.

▲새만금 공항 상상도 ⓒ전북도

‘2011년판 MP’의 하이라이트는 ‘3조원대의 명품 복합도시’ 개발이었다. 새만금 토지 중 가장 위치가 좋아 ‘새만금 엘도라도’, 황금의 땅을 복합도시로 개발해 상주인구만 10만9천명을 껴안는다는 계획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2013년 9월 새만금개발청 발족과 함께 ‘2014년판 MP’를 마련하게 된다. 한중 경협단지 등 국가별 경협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이때 포함됐지만 이후 사그라들고 말았다. 당시 MP를 놓고 사업별 목표연도와 예산투입 계획은 물론 사업시행방식이 불명확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지적이 나왔고 보완 요청이 쇄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탈바꿈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며 새만금 내부개발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신재생에너지 메카 전략이 탄력을 받았다.

내부개발이 지난 30여년 동안 수도 없이 바뀌고 번복되는 와중에 환경문제는 ‘친환경 개발’로 가는 발전적 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공항과 신항만 등 굵직한 기반시설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국가예산보의 험로도 끝이 없었다.

내부개발만 혼란을 겪은 것이 아니라 새만금 비전도 오락가락했다.

‘대중국 교두보’에서 ‘환황해 물류 전진기지’, ‘동북아 경제중심지’, ‘동북아의 두바이’, ‘글로벌 경제특구’, ‘신재생에너지 메카’ 등으로 변화를 거듭해 새만금의 방향성마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이밖에 벤치마킹 대상 역시 기존의 네덜란드에서 두바이로 급선회했고, 최근에는 특정 국가의 개발모델을 공부하기보다 사업별로 선진 모형을 연구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책 입안자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새만금 내부개발의 방향과 목표 등이 수시로 바뀌어 왔다”며 “광활한 토지를 이용하려는 신중한 접근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내부개발을 위한 선행투자의 효율을 높이려면 대규모 후행투자를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데 정부가 되레 새만금 예산을 대거 삭감해 이해할 수 없다”며 “새만금과 잼버리를 억지로 연결하려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덕수 총리는 29일 새만금 기반시설 건설사업이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올리려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등에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을 지시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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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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