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 '보장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넌센스'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③

매일 안전하게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하고, 구석구석 편리하게 아름다운 한반도를 기차로 이동하는 상상을 합니다. 가능합니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깊고 넓게 퍼진 한국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철도 등 내 곁에 노동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동 파업을 합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시대의 대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대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여섯 편의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① 요지경 속 김포공항역 이야기…생색만 내고 요금 부담은 시민에 전가

② 지하철 재정난 주범이 정부 정책 실패인데, 왜 시민에게 부담을?

경북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피부염증이 궤양으로 변하고 암으로 발전해 병원에 입원했다. 실직 중인 남편, 주택 마련 대출과 대학생인 아들의 학비,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시어머니의 병원비 등 경제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치료받고 퇴원 수속 시 천만 원이 훨씬 넘은 영수증에 놀라고, 건강보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 특례'제도에 놀랐다고 한다. 본인부담금이 5%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국민의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보장성 강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할 이유다.

역대 어느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없어

노무현 정부는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본 계획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꾸준히 상승시켰다. 이명박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역주행했지만 '4대 중증질환과 희귀 난치성 질환' 보장성 강화로 법정 부담금을 낮췄다. 박근혜 정부 또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과 '3대 비급여 개선'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로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또'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 관리, 긴급 위기 상황 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화 등 국민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기 모든 질환에 급여를 확대, 예비급여를 도입해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부적정·과다 의료 이용 사례가 발생하고 외국인 의료 쇼핑으로 인한 재정 누수,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항목에 대한 일률적 급여화로 의료 남용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전 정부에서 급여 적용의 범위를 확대했던 뇌·뇌혈관 MRI 검사를 억제할 급여 기준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49% 오른다. 이에 따라 직장인 소득 중 건강보험료 비율은 처음으로 7%를 넘어서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3년 건강보험료율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현행 6.99%에서 내년 7.09%로 0.1%포인트 인상되며 월 평균 보험료는 올해 7월 기준 평균 14만4천643원에서 내년 14만6천712원으로 2천69원 인상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 설치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 관련 배너. ⓒ연합뉴스

검사의 오남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일부 인정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의 지출을 통제해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절감된 비용을 필수 의료 기반을 강화하는데 투입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의료 기관이 부족한 지역은 공공정책 수가, 의사가 부족한 소아·응급과는 기존의 수가에 추가로 수가를 얻어주는 가산 수가를 활용하여 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높여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재정 지출 절감을 통해 민간 병원의 수익을 지원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의료 기관의 90%가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 의료 기관인데, 수가를 올려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입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의 임금을 받고 있고 노동자 평균의 5~6배다. 외국과 비교해도 2~3배 높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실제 2009년 외과·흉부외과 수가를 2배 올렸으나 전공의 기피 현상은 변함이 없다. 현재 보건의료 전달체계 또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넘쳐나는 반면, 인근 2차 병원 응급실 텅 비는 공동화 현상과 수도권 중심으로 경증환자 탓에 상급병원 중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등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의료-건강보험 근본 개혁은 '행위별 수가제 개편'과 '혼합진료 금지'반드시 선행돼야

현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은 의료 전달 체 계를 바로 세우고, 1~3차 병원 인력 간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하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수가 제도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지적처럼 보장성 강화로 일부 항목의 의료 이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잉 진료의 원인은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진료·검사·수술 등 의료인의 진료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책정해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이기에,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영역도 행위량을 늘리려고 하고 비급여도 최대한 많이 적용하려고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보건의료 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진료비 지불 제도인 '행위별 수가제 개편'과 '혼합진료 금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민 의료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행위별 수가제로, 이로 인해 민간 의료보험이 활성화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혼합 진료가 성행하고 있다.

결국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켰다. 진료량에 제한이 없는 행위별 수가제로 진료 건수마다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고, 그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은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됐다. 국민 대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되자 의료인들이 급여와 비급여를 혼용 진료하는 혼합 진료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무차별적인 혼합 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실손보험사 영업 손실을 키웠다. 결국은 애꿎은 국민만 건강보험료 폭탄, 실손보험료 폭탄을 떠안아 이중삼중의 고통에 내몰리게 됐다. 정부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진료비 급증은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공급자 영역의 지불제도 개혁은 사회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지불제도가 개혁된다고 하더라도 공급자들이 비급여를 확대해 보전한다면 국민 피해는 여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기적으로 비급여 행위를 일제히 조사하고 항목을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급여와 비급여의 혼용을 일절 금지하는 '혼합진료 금지'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760만 명이다. 이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한국 사회를 주도해 왔다. 지금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건강보험료이고 병원비이다.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은 건강보험 하나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