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내년을 그리기 어려운데, '위기학생' 관리는 어디까지 해야 할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

학생들은 새 학년을 맞이하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사회복지실을 찾아와 묻는다.

"선생님, 내년에도 우리 학교에 계세요? 아님 다른 선생님들처럼 이제 가셔야 돼요?"

학생들은 설마 학교사회복지실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사회복지사를 이 학교에서 3년 이상 본 것 같으니 다른 학교로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묻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학교에 있을 수 있을지, 앞으로 학교사회복지사로 다른 학교에라도 남을 수 있을지 답변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매년 12월이 되면,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득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청과 교육청의 업무협약에 근거한 '한시적' 학교사회복지사업이 내년에는 지속될 수 있을까? 만약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학교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우리 학교가 내년에 선정되더라도 나는 이 학교에 계속 채용될 수 있을까? 학생들과 내년을 그리기가 어려운데, 위기학생 사례관리는 어디까지 해야 할까?

비정규직 사회복지사의 대표적인 노동문제, '고용불안·임금차별·경력 불인정'을 학교 사회복지사들은 '매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 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학교적응력 향상과 가정 기능의 회복을 위해 학교-가정-지역사회를 연결하며 통합지원을 할 수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의 필요성은 더욱 인정받았지만, 학교사회복지사의 고용 형태는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한시적 사업 형태로 운영되며 불안정함이 지속되고 있다. 나는 학교사회복지사로 올해 9년차가 되었다. 한 곳에서 2년 이상 근무했지만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계약 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나는 여전히 '1년짜리' 계약을 맺은, 시청·교육청·학교 중 어느 소속도 아니지만 '학교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가 2023년 6월 기준으로 발표한 전국의 '학교 내 사회복지사업 인력 배치 비율'은 [표1]과 같다. 교육과 복지 사각지대의 아동·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1:1 맞춤형 사례관리를 하는 학교 내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전국 평균 15.6%에 머물고 있다.

▲ 표1. 학교 내 사회복지사업 인력 배치 비율(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 + 민간지원사업)

학교사회복지사는 별도의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학령기의 아동·청소년이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학교 안에서' 사회복지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다. 학교사회복지사는 경제적·사회적·심리적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부적응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기 위해 학교 안에서 교사 및 또래 친구와 협력하고, 학교 밖에서 가정 및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연계하면서 학생의 적응력을 높이고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이 같은 1:1 맞춤형 사례관리가 더욱 효과를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학교 밖에 존재하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이 학생과 가정에 실질적으로 잘 연계되고 있는지,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 '학교'라는 학생들의 생활공간에 사회복지 전문인력이 함께 머물면서 학생 상황에 따라 다각도의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사회복지사의 이러한 역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유의미했다. 전국이 최초로 마주하게 된 '온라인 개학' 상황 속에서 장기 결석이 늘어나고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락이 닿지 않고 안부를 알 수 없는 학생들이 생겼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중에도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지도를 동시에 담당하는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지도를 하기에 절대적으로 물리적인 시간과 여건이 부족했다. 이때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에 일용직 혹은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많은 학부모가 일자리를 잃었고, 자영업을 하던 가정은 급격하게 경제적 위기를 맞이했으며 이로 인한 가정 내 갈등, 아동학대, 가정폭력, 교육 불평등이 더욱 극심해졌다. 가정방문을 통해 이러한 학생들의 상황과 가정의 여건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고 1:1 맞춤형 사례관리를 하면서 교사 또한 지원하였다. 담임교사는 온라인 수업 결석한 학생의 안부 파악을 위해 다음 수업에 들어가기 전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전화를 하지만, 역시나 학생이 전화를 받지 않을 때는 학부모에게 결석 처리에 대한 안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과 온라인 수업 결석이 더 잦아지는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부담을 교사가 오롯이 감당해야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그런 교사를 찾아갔고, 학급에 결석이 잦아지고 있는 학생들을 파악했으며, 가정방문 다녀온 결과를 공유하고 담임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의논했다. 위기학생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몫이 담임교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외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학교사회복지사' 또한 담임교사에게 그러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알리며 교사들을 격려하고 지지했다. 코로나19 시기 장기결석,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으로 위기에 놓였던 학생을 사회복지실과 함께 지원했던 칠보중학교 교사는 사회복지실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전했다.

"선생님, ○○가 등교했을 때 교실에 있기 힘들어하면 사회복지실에 가서 잠시라도 쉬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 아이가 등교하기까지도 힘들었지만, 막상 등교해서도 교실에 못 들어가고 있을 때 저도 수업 있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거든요. 사회복지실이 있어서 아이가 잠깐이라도 마음 놓고 이야기도 하고, 저도 학생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업할 수 있었어요. 힘든 아이들 있을 때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저도 1년 버텼어요."

학교사회복지 현장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과제

학교사회복지실이 설치된 학교에서는 사회복지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 사업이 지속적·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여전히 학교사회복지실은 매년 '한시적 사업'이라는 불안정함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 전후로 기초 지자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실시해 온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성과를 인정받아 확대 발전해왔다. 그러나 2016년 말, 경기도교육청의 '교육공무직원 인사(채용분야) 계획'의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경비보조사업 인력관리 지침'에 따라 더 이상 신규사업, 인력채용이 중단되었으며, 기존 사업도 위기에 처했었다.

더 나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시류에도 배제된 채 소외감과 박탈감을 겪어야만 했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수원에서는 경기도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 중, 가장 많은 학교 수를 운영하고 있고, 사업을 시작한 2011년 이후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사회복지사업 단독 조례 없이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매년 말 '법적 근거가 부족하여 인력 채용도 할 수 없고, 사업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 제기를 받는다.

2018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이후,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인정되어 학교와 같은 특수한 현장에서 아동·청소년 복지를 위한 별도 인력의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학교사회복지사 배치 학교 수 확대와 같은 논의나 진행은 전무하다.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의 전국 사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인정받은 2018년 이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 수는 2018년 1515교에서 2020년 1534교로 불과 19개교 늘어났고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 학교 수는 2018년 135교에서 2020년 123교로 12개교가 줄어들었다.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은 민간자격에서 국가자격으로 지위가 상승되었지만 전문인력이 갈 곳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교육복지 전문인력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고용주체의 교육복지 전문인력 고용에 대한 부담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경우 시·도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무기계약직 고용은 정원관리규정 및 시·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운영지원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교육공무직 운영은 시·도교육청 재정상황 및 인력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무기계약직 채용 확대에 대해 시·도교육감 대부분 부담을 느끼고 있어 교육복지 전문인력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의 경우 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고용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학교장 내지는 시·도교육감이 되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한지 오랜 기간이 지났어도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약 내용에 따라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도 고용해지와 재계약, 신규 채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안정적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의 무기계약직으로 교육복지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은 시·도교육청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의 교육복지 예산 및 인력 지원에 대한 책무를 분명히 하는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정의)에 '학교'가 사회복지 현장으로 명시되지 않아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장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해 '학교'가 사회복지 영역으로 포함되도록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필요하고, 더불어 사회복지 시설관리 지침 및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지침 등에 학교 내용을 포함하여 학교사회복지 근무 경력을 인정받아 학교사회복지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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