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상병' 수사, 대통령실 개입? 변호인 "초미 관심이나 거론할 수 없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검찰단 수사 정당한지 판단하는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구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다가 '집단 항명 수괴'로 몰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박 대령 수사에 대한 외압 주체를 국방부 수뇌부로 보고 있다며, 이보다 '윗선'의 개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정민 변호사는 박 대령에게 외압을 행사한 주체가 이 문제를 가지고 직접 소통을 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냐는 질문에 "법무관리관은 본질적으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 박 단장(박정훈 대령)이 직접 받은 건 아니지만 차관의 의사도 있었던 걸로 보면 국방부 수뇌부라고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 뒤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초미의 관심이지만 박 단장님 입장에서는 그 부분을 거론할 수는 없다. 현재 증거가 전혀 없는데 그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다만 언론 보도 브리핑 자료가 들어갔었다는 것 때문에 지금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이 스스로 결재한 수사보고서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면서 누구를 구명하기 위해 이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법무관리관의 표현을 해석해보면 결국 직접적 과실자로 제한하라(고 했는데), 이 얘기는 현장의 지휘관들에 제한하라는 뜻 아니겠나"라며 "결국 사단장이랄지 여단장은 이첩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방부의 이같은 행동이 "수사가 이미 결과를 내고 있는데 그 대상자를 빼라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라며 "정치적 외압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박정훈 대령이 지난 11일 KBS에 출연해 본인의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군 당국으로부터 박 대령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공보규정은 군을 대표해서 입장을 말할 때 내부 절차를 거치라는 뜻이어야지 지금 당장 본인의 어떤 억울함이 있어서 이를 알리려고 하는 방법으로 언론을 이용한 것을 가지고 공보규정 위반이라면, 예를 들면 중대한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언론에 제보했을 때 과연 그것을 규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나"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편 박 대령은 본인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가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소집 요구 배경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죄가 성립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방부 검찰단이 구조적으로 수사하기에 상당히 공정성이 없으므로 수사 보류 내지 불기소 결정을 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현역 군인 신분에서 마냥 또 수사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면 그것도 부적절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 아니냐, 다른 기관에서 다른 결정을 해주지 않으면, 예를 들어서 특별검사법을 만든다든지 다른 전향적 조치가 없다면 현행 법령 하에서는 이거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향후 절차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청하게 되면 일단 위원회를 열지 말지에 대한 부의심의위원회를 해야 될 것이고 그 부의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본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이 사건의 한 당사자인데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된 것을 수사하는 심의위원회 선정에 개입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과 역할 내에서 이 수사심의위원회를 법과 규정에 따라서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법무관리관은 여기에 개입하면 안되는 기피 인물 아니냐는 지적에 "법리적 또는 관련 규정에 맞는지 검토를 잘 해보겠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 역시 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수사심의위원회가 매우 불공정하게 구성되지 않는다면 (위원회를) 신청했으면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전제"가 있다면서도 "저희 입장에서는 상식 있는 분들이 외압 없이, 어느 정도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이 모여서 결정한다면 이 사태의 본질을 잘 파악 못할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1년 5월 21일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이후 군검찰의 수사 및 절차, 결과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로, 그해 6월 11일 정식으로 출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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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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