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지역 교사 2명 잇단 죽음 뒤늦게 세상에… 교사들 "진상 규명하라" 한 목소리

경기교육청, 진상조사 착수… 임태희 교육감 "교권침해 연관 있다면, 응당한 조치 취할 것"

2년 전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교사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대응팀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경기도교육청

8일 도교육청과 경기지역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과 12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이었던 교사 2명이 잇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두 교사의 사망은 전날(7일) MBC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MBC 보도에 따르면 5학년 3반 담임교사였던 김은지(당시 23세) 씨와 5학년 4반 담임교사 이영승(당시 25세) 씨는 해당 학교가 첫 발령지인 4~5년차의 저경력 교사들이었다.

당시 학교 측은 교육청에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 사고’라고 보고했지만, 유가족들은 반복된 교권침해를 사망 원인으로 꼽았다.

유가족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지역 교사들은 학교 측의 처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도교육청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1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김은지(왼쪽)씨와 이영승씨.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캡처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알려진 비극에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그간 묻혀있던 교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미투’가 이어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놓았겠느냐"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원들이 학생 지도와 악성 민원 앞에 무기력한 교권을 견디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을지 먹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원의 극단 선택을 우울증 등 단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경기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교사노조를 비롯해 경기전교조와 경기새학교넷, 경기실천교사 및 좋은교사 경기정책위원회 등 5개 교원단체들도 연대 성명서를 내고 "최근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잊혀질 뻔한 지난 일이 드러났다"며 "특히 해당 학교는 2명의 담임 교사가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을 축소 보고한 것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약 언론에서 이 문제를 보도하지 않았다면 억울한 죽음으로 조용히 끝났을 것"이라며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도교육청은 즉각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를 처벌하고, 유사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및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사정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본청 감사관실과 생활인성과를 비롯해 의정부교육지원청과 합동 진상조사반을 구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도교육청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과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2년 전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사망과 관련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8일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 ⓒ임태희 페이스북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임 교육감은 SNS에 게시한 글에서 "2021년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선생님 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며 "2년 전 도교육청에 보고된 두 선생님의 사망 원인은 단순 추락사고였지만, 유족 측은 사망 직전까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자로서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소중한 교육 가족의 명복을 빌며, 이와 관련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라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진상 파악을 위한 대응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가 연관돼 있을 경우에는 응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최근 한 웹툰 작가에게 피소된 특수교사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직위해제 당한 교사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시행해 해당 선생님이 복직을 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도 기존에 유사한 억울한 사건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더 이상 선생님들이 고통과 외로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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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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