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유원지로 만드는 '치적' 위해 세종보 다시 닫자?

[함께 사는 길] '철거 0순위' 세종보, 해체가 답이다!

세종보의 수문을 닫겠다고 한다. 세종보를 존치한다고 한다. 세종보는 이미 2021년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만 그 시기를 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보 처리이행방안 세부계획 용역을 진행하여 세종보 철거의 시기와 방법을 담았다. 시기는 내년 2024년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자 보 처리 세부계획의 발표를 한참이나 미루더니 결국 가뭄대책을 위해 보를 활용하겠다는 핑계를 대는가 하면,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장의 보 존치 요구와 감사원의 뒤집기 감사 결과를 이유로 보 처리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국민적 합의를 거치고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마쳐 마련한 보 처리방안을 뭉개버리는 정치감사와 정치 야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세종보는 해체가 답이다

세종보는 늘 철거 0순위였다. 존치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생활용수나 농공업용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보도 아니었다. 오히려 수질과 수생태계를 안 좋게 만들뿐이었다. 심지어 세종보 해체비용 대비 편익이 2.92가 나올 정도로 해체했을 때 훨씬 이득인 보다.

수문을 닫고 보를 존치하자는 이유 중 하나는 수변경관을 좋게 하고 배를 띄우자는 것인데 세종의 금강은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경관이 아름답다. 수문을 닫았을 때 펄이 쌓이고 수심이 부족하여 수상 레저는 실패로 돌아갔다. 수목원, 지천, 호수공원 등 도심 곳곳에 물 공급을 위해서 수문을 닫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곳에 물 공급 대책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상류 합강습지의 육역화를 막기 위해 수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종보 수문을 닫아도 합강습지의 수위 상승에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급기야 수질개선을 위해 수문을 닫자고 한다. 물이 많아야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유속이 느려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오염토가 퇴적되면서 부영양화가 일어나고 남조류가 급증해 녹조현상을 보이는 등 수질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이미 겪지 않았나.

▲ 세종보 수문을 열자 세종보 상규 금강에 하중도가 생겼다. 수문을 닫을 경우 이 풍경도 사라질 것이다. ⓒ박창재

세종보는 애물단지이다

2012년에 세종보를 만들어 6년간 수문을 닫았는데 국민들은, 세종시민들은 행복했는가. 금강은 온전했으며 생물들의 서식이 자유로웠는가. 강 바닥은 오염된 펄로 가득 찼고 악취를 풍기기까지 했다. 깔따구와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가 득실했으며 녹조현상이 잦았다. 수상레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이 2018년 세종보 수문을 완전 개방하고 지금까지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물의 흐름이 다양해지고 모래톱이 생겨나고 수변 식생공간이 생겨나면서 금강의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있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돌아오고, 흰목물떼새가 강변 자갈밭에 알을 낳기 시작했다. 도심 한복판 금강과 지천에는 수달 가족들이 늘어났다. 강 바닥에서 크고 작은 재첩을 쉽사리 볼 수 있게 되었다. 수문을 닫아 물을 가둔다면 이들 생물들의 서식처는 수장되고 말 것이다. 모래톱은 또 다시 펄밭이 될 것이고 여울도 사라지고 수변생태는 단순해지면서 생물다양성은 감소될 것이다.

세종보 수문은 토사와 자갈, 쓰레기가 끼어 제대로 작동할 수도 없던 시설이었다. 헌데도 6년간 가동을 멈췄던 수문을 고쳐 재가동하겠단다. 다시 고친들 제대로 작동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철거가 시급하다. 지금도 수문을 열고 있지만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세종보 구간은 좌안이 우안보다 지형이 높은 데다가 고정보와 세종보 구조물 보호공이 물길을 가로막아 평소에는 우안으로만 물이 흐르고 계속 파이는 왜곡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세종보는 물길의 왜곡과 홍수위험만 불러오는 애물단지일뿐이다. 보를 해체하여 수면적도 늘리고 하류에 모래공급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을 가둬 배 띄우고 하천공원화하겠다고?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세종시장은 금강관광명소화를 들고 나왔다. 일명 '금강 금빛 프로젝트'이다. 금강변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관람차와 위락시설을 들어서게 하고, 둔치에는 파크골프장, 수상공연장, 생태정원, 음악분수대, 빛 축제, 수변 레저시설을 조성해 '금강유원지'로 만들겠다고 한다. 10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와 닮았다. 일각에서는 최 시장이 오 시장 따라쟁이가 아니냐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이젠 이런 한강 개발사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 시장은 금강관광개발을 아니 금강유원지사업을 최고의 치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천에 대한 무지와 구시대적 하천개발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홍수로 금강 둔치와 원래 홍수터였던 지역에 설치된 시설이 잠기고 떠내려갔다. 제외지(하천 제방으로 둘러싸인 하천측 지역)에의 시설은 기후변화시대 홍수에 적합하지 않다. 하천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또한 썩은 물이 가득한 호소로 만들면 시민들이 강을 찾을 리가 만무하다. 금강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어야 할 섬김의 대상인 것이다. 여울에서 힐링을 하고, 모래톱을 즐기며 수많은 생물들과 어우러지며 수달과 함께 사는 금강이야말로 더욱 매력 있고 생태계 서비스가 풍부한 자연자산인 것이다.

▲ 최근 내린 폭우로 잠긴 세종보. ⓒ박창재

전국적인 '세종보 해체 운동' 필요

현 정부는 정치감사와 비과학을 동원해 세종보를 존치하고 수문을 닫으려 할 것이다. 과거 세력, 반환경 세력이 자연성 회복에 역행하는 우를 범하려 하고 있다. 또다시 금강을 죽이고 망치는 꼴을 지켜볼 수 만은 없다.

"세종시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
"환경부는 세종보를 당장 해체하라!"

"세종시의회는 보 해체 결의안을 채택하라!"

세종에서는 범시민 세종보 해체와 금강 살리기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국적 연대와 전문가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여론이 중요하다. 세종보 해체 운동은 금강의 보 해체 운동으로 넓혀지고 4대강의 보 해체 운동의 발판이 될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도록 해야 하며 환경부를 계속 압박해야 한다. 우리가 금강이다. 우리가 금강의 금빛은빛 모래다. 우리가 수달이고 흰수마자이고 흰목물떼새다. 우리를 죽이지 마라. 금강의 생명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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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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