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강수량 500mm를 훌쩍 넘어서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청년 농부의 소중한 꿈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라암마을의 김경진씨(27)는 충남 천안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작년 1월에 고향에 내려온 20대 중반의 청년 농부이다.
그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6동의 하우스와 1만㎡의 논이 지난 7월 13일부터 쏟아진 물폭탄에 완전히 잠기자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청년창업농의 지원을 받아 고향에서 새롭게 출발했는데 생각지 않은 물난리라니…. 괜히 내려왔나 싶어 처음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망성면은 지난 7월 중·하순의 폭우로 농가의 비닐하우스 100%가 모두 물에 잠기는 수해(水害) 지옥을 겪은 곳이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청년의 하우스 6개 동도 물이 꽉 차 3중 비닐을 모두 걷어내야 할 정도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수박 농사는 망쳤고, 고향에서 미래를 꿈꾸었던 20대 젊은이의 포부도 함께 일그러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젊은 농부는 곧바로 좌절과 절망을 떨치고 용기와 희망을 가슴에 담았다.
군경의 긴급 복구 지원에 힘입어 하우스 6동의 각종 폐기물이 정리되자 하우스 1동을 트랙터로 쟁기질해서 땅을 말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불볕더위에 연방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리지만 휘어진 하우스 활대를 바로잡고 찢어진 구멍을 메우는 일부터 트랙터로 하우스 땅을 갈아엎는 작업까지 서두르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었다.
청년 농부는 “말복인 8월 10일부터 토마토 모종을 심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폭염경보가 발령되어도 하우스 안에 골을 파고 모종에 물을 주는 점적호스를 까는 등 할 일이 산적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호우로 파손된 외국인 근로자 숙소도 새로 지어야 한다. 청년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자신의 집에서 외국인 근로자 3명과 함께 동숙(同宿)하며 오히려 ‘힘내라’고 다독이기도 한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행입니다. 다음 농사를 위해 하우스 개폐기 보수부터 컨트롤 박스와 보일러 수리 교체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쫄딱 망하게 됐으니…. 비용이 드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청년 농부는 “익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하루라도 빨리 보상이 이뤄져야 다른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언제부터 어떻게 보상이 이뤄지는지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긴밀한 소통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털어놓았다.
절망의 심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젊은 농부의 땀방울에서 우리 농촌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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