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마다 등장하는 긴축재정, '시세션' 심화한다

[서리풀 연구通] 무차별적 긴축재정이 가져오는 젠더불평등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의 정부는 최적의 대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대안 중에서도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는 일명 '긴축재정'은 한 나라의 재정건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논의된다. 현 정부 역시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정책의 기조로 긴축재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관련 기사 : '170석 목표' 제시했다던데…尹대통령 "선거 지더라도 인기 없는 긴축재정") 팬더믹 위기로 재난지원금, 의료비 지원 등 공적 지출을 증가하나 싶더니, '긴축'은 다시금 사회정책의 기조로 논의되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가속화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사회과학도 과학방역"…그런데 '긴축'이 코로나19 재유행의 처방전?) 기존의 젠더불평등 역시 심화될 우려가 크다.

ⓒ연합뉴스

경제위기 뒤에는 어김없이 등장했던 '긴축재정'은 남성과 여성의 사망률에 달리 영향을 미칠까. 오늘 소개할 연구는 국제학술지 <역학과 지역사회 건강>에 출판된 논문으로, 긴축재정과 성별 사망률의 관계에 주목했다.(☞ 바로 가기 : 긴축의 부담: 영국 남성과 여성의 사망률 변화 비교) 영국 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정책에서 긴축재정을 실시했는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전면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바로 가기 : 공공주택 예산 삭감이 건강에 미치는 불편한 영향)

연구진은 두 가지 질문에 주목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긴축재정이 성별, 연령별 사망률 추이를 변화시키는가. 그리고 사망률 추이는 지역별 사회경제적 취약정도에 따라 달라지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1981~2019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성별, 연령별 사망자료를 이용했다. 분석 결과, 긴축재정 이후 약 33만5000명의 초과사망이 발생했으며, 대부분의 초과사망은 남성의 사망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았을 때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의 초과사망 증가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결과를 해석했다. 첫째, 남성에 비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소득이 낮은 직업 혹은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으므로 공적 지출 전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 둘째, 돌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돌봄 관련 서비스 축소가 여성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긴축재정이 여성에서 더 큰 폭의 지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통계 결과도 이를 지지한다. 긴축재정 이후 복지지출은 남성에서 연간 80파운드, 여성에서 연간 400파운드 감소하였다.

긴축재정이 건강에 해롭다는 가설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 왔으며, 오늘 소개한 논문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특히 '무차별적'인 듯 보이는 긴축의 처방전이 여성의 건강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차별적' 결과를 초래하였다. 몇 년간 이어져 온 팬더믹 사태는 여성(She)과 경기침체(Recession)를 합성한 '시세션(She-cess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킬 만큼, 일자리와 소득 감소 등 모든 경제지표에서 여성에게 큰 타격을 미쳤다. 팬더믹 시대와 시세션을 맞이하는 2023년에도 긴축재정이 미치는 불편한 영향은 유의하다. 성별에 따라 달리 영향을 주지 않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사회정책의 설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지 정보

- Walsh, D., Dundas, R., McCartney, G., Gibson, M., & Seaman, R. (2022). Bearing the burden of austerity: how do changing mortality rates in the UK compare between men and women?.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76(12), 1027~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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