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불 연기가 스페인까지 날아갔다…세계 곳곳 극단 기후에 '비명'

엘니뇨 시작되며 고온 계속될 듯…중국 충칭 홍수로 15명 사망·네덜란드선 이례적 여름 폭풍

이번 주 들어 지구 평균 기온이 연일 기록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7년 만에 엘니뇨가 도래하며 올 여름 안에 이 기록이 다시 깨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기후 변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우로 최근 15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네덜란드엔 이례적 여름 폭풍이 불어오는 등 세계 곳곳은 극단 기후로 신음 중이다.

<AP> 통신은 5일(현지시각)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4일 지구 평균 기온이 17.18도로 측정돼 기록 이래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17.01도를 기록하며 2016년 8월의 종전 최고치(16.92도)를 넘어선 지 하루 만에 다시금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통신은 5일 기록이 다시금 경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영국 일간 <가디언>도 미 국립환경예측센터(NCEP) 자료를 토대로 4일 지구 평균 기온이 기록 이래 최고치인 17.18도를 기록해 전날 기록(17.01도)을 갈아치웠다고 보도했다.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 연구소의 기후과학 강사 파울로 세피는 매체에 "엘니뇨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고 북반구에 여름이 한창이다. (기온 최고치) 기록이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다시 깨진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4일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발생했다고 공식 선언하고 올 하반기 엘니뇨가 이어질 가능성을 90%로 봤다. 기구는 지난 5월 온실가스와 엘니뇨로 인해 2023~2027년 중 한 해 이상이 기록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98%라고 예측했다.

세계 곳곳은 이미 폭염과 이상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에선 45도 넘는 폭염에 3일 간 9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중국의 상반기 전국 평균 고온(35도 이상) 일수는 평년(2.2일)보다 1.9일 많은 4.1일로 1961년 기록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 3~4일엔 중국 충칭시 완저우구를 중심으로 최대 강우량 261mm에 이르는 폭우가 내려 15명이 죽고 4명이 실종됐다. 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3만 7226명에 이르고 1만 1578명 주민이 대피했다. 중국 기상과학원 선임연구원 쑨샤오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기후 변화가 극한 기상 현상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과학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일 네덜란드엔 시속 146km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풍이 덮쳐 와 차에 타고 있던 주민 한 명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이 지역에 폭풍이 불어오는 시기는 통상 10월~이듬해 4월까지로 여름철 폭풍은 드물다. 

통신은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만 수십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며 부상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지역이 5~6월엔 비정상적으로 건조해 나무가 쓰러지기 쉬운 상태였고 여름 들어 잎이 무성해진 나무의 무게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올해 유독 빠르게 번지고 있는 산불 연기가 지난달 미국 북동부까지 흘러 들어가며 이 지역 대기질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통상 5~9월은 캐나다에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번지는 속도가 빨라 6월 초까지 태운 면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에 달했다. 

5일 기준 캐나다 전역 648곳 현장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339곳이 통제 불능 상태다. 지금까지 태운 면적은 880만헥타르에 이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지구관측소는 지난달 26일 캐나다 산불 연기가 대서양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 등 유럽 남서부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로 국제 쌀값에도 비상이 걸렸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미국 남부, 중앙 아시아 지역 등엔 강수량이 많아지지만 인도네시아, 남아시아 일부, 호주, 중앙 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북부 등엔 가뭄이 닥친다. <로이터>는 쌀은 자랄 때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엘니뇨로 인해 전세계 생산량의 거의 90%를 담당하는 인도 ,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 가뭄이 닥치면 생산량이 줄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쌀값 지수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례적인 여름 폭풍이 네덜란드를 강타한 5일(현지시각) 암스테르담 케이제르스흐라흐트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가 차량을 덮쳤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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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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