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대북지원부? 지원과 교류협력 위한 역할 여전히 중요하다

[기고] 윤석열 정부, 담대한 구상 이루고 싶다면 인도적 지원 소홀히하면 안돼

지난 7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의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는 지시 이후 첫 번째 조치로 통일부 산하 기관 세 곳 중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두 곳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지 실제로는 기관 자체의 형해화 내지 해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대북지원을 비롯한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기관 명칭처럼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남북간의 교류협력 즉 인도지원과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를 추진하는 민간단체와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북한주민접촉, 물자반출입, 북한방문, 대북제재 이행과 유엔제제 면제승인 등 교류협력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와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고 나아가 협력사업 컨설팅과 각종 교류협력 정책개발을 통해 남북교류협력 추진 역량을 제고하는 역할 또한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남북 간 교류협력이 장기간 중단된 상황에서 협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예산 감축 기조에 맞지 않고 또한 현 정부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당분간 난망한 상황에서 교류협력 지원기구만 유지하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현재까지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은 양적 규모만이 아니라 북한과의 협력 관계, 국민적 영향력, 모금력 등의 측면에서 가장 활동이 저조하고 대외적 신뢰도가 현격히 저하된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민간의 활동이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될 만큼 꼬인 이유는 교류협력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인해 북한이 최소한의 민간 대화채널도 단절하였다는 데에 우선 기인한다.

그렇지만 현 상황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별개로 응당 추진했어야 할 민간의 대북지원과 각종 교류협력 활동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화 등의 노력들을 매우 경시하였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민간부문의 활동력이 현격히 저하되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여 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우리 민간단체들이 추진한 대북지원은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존권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북한 동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인간 존엄성 보장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발전, 그리고 미래의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기에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 구분하여 독립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진전과 교착, 그리고 후퇴를 반복하면서 민간의 대북지원은 남북 간 정치상황에 의해 좌우되어 왔으며 근간인 인도주의 원칙 또한 지속적으로 훼손되어 왔다.

지난 남북관계 역사를 통해 민간의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 활동들이 남북의 교류협력과 상호이해 폭을 넓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바를 부인할 수 없다.

한편 대북지원은 북한 동포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동력은 우리 국민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와 동포애에 기반한다. 북한 동포의 어려움을 나누려는 관심이 약화되는 것은 단순히 남북 간 교류협력의 축소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품격, 실천적 동포애가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의 대북지원 활동의 쇠퇴는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민족적 포용성에 큰 장애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은 민간의 활동과 남북관계 개선을 어떻게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연계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협력사업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는 별개로 정권의 교체나 정세의 변화에 상관없이 민간차원의 다양한 활동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현 정부는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의 초기 조치, 즉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등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즉각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남북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까지 함께 구축하는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며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하여 남북간 '그린데탕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내 민간 교류단체들과의 협의 플랫폼인 '남북사회문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간단체들과 민·관 소통을 강화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현 정부의 전략방향과는 그 궤를 너무나 달리한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을 위해서 또한 담대한 구상의 추진 기반 조성을 위해 남북교류협력 지원플랫폼을 새롭게 개선·정비할 때이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전문성을 토대로 현장과 실무를 중심으로 그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는데 그 활동이 위축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정부의 단순한 업무 위탁이나 이행기구에 머무르지 않고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업무영역을 확보함으로서 민간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간의 자율적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을 실질적으로 담보해 내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강화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남북관계 개선이나 각종 협력사업들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득세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간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교류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성과와 신뢰를 쌓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정부와 민간의 몫이다.

또한 우리 민간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준비하고 동시에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방위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특히 정치·군사적 근본문제의 우선적 해결을 주장하면서 교류협력을 비본질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는 두 개의 축으로 달성 가능하다. 정치·군사적인 신뢰구축이 그 하나라면 각 분야의 다양한 남북 교류협력이 또 하나의 축이다. 민간의 대북지원 활동이 고비고비마다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여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듯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다시 우리 민간단체들의 힘으로 돌파해 낼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환호에 손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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