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기고] 이 나라의 앞날이 불안하다

누구를 위한 '관계 개선'인가?

최근 들어 미국과 함께 일본이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자위대 군함이 한국이 주최하는 군사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의 마음이 불안해진다. 특히 국민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는 문제는 바로 목전에 다가온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출이다. 그런데 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안전이 검증되면 마시겠다고 답변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마치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모양새다.

한편,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제3자 변제'는 식민지배 불법성을 전제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한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사법부가 저지른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일본 정부 논리를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일본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이전 보수 정부에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다며 일련의 정책을 시도하긴 했었다. 그러나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모두 중도에 포기했다.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전혀 거침이 없다. 거침 없는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바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있다. 물론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 1호로 선발되어 일본에 유학한 부친을 둔 대통령과 의기투합한 결과이다. 

김태효 차장은 서초동 법원 옆에 있는 고급 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에 대통령과 같은 동에 살던 이웃이자 술친구이며 목욕까지 같이 했던 관계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이다. 또 그의 부친은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지내 대통령의 '특수부 검사' 선배였다. 김태효 차장은 학자 시절부터 줄곧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의 시카고대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이었으며, 2009년에는 나카소네 전 일본 수상이 세운 세계평화연구소에서 매년 선정하는 차세대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보다 더 친일이기는 어렵다

김태효 차장은 그간 다 수 논문에서 특히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지원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을 중심으로> (2001)를 비롯하여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나기>(2006) 등이 있다. 이 논문들에서 그는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평상시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소(小) NATO' 구축은 미국의 오랜 꿈이었고, 한반도에의 권토중래는 멀리 임진왜란부터 정한론 이래 식민지 강탈 그리고 전쟁 패망 이후 일본의 숙원이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이러한 숙원 사업들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달게 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도 머지않아 가시권에 들 전망이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너무나 빠른 진전과 지나치게 많은 성과라는 점을 우려하여 속도 조절에 나선 형국이다.

"작년에 체결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양국이 북한에 관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돼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contingency)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김태효, "한미일 안보 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 김태효 차장의 2017년 9월 3일 <조선일보> 기고문)

한미일 군사동맹을 향한 거침 없는 발걸음, 그러나 이 나라의 앞날은?

하지만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명분 하에 한국은 고작 미일 방위체계의 하위 주체 혹은 전진기지나 첨병의 위상일 뿐이며 그야말로 위험하고 심각한 국제분란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일본이 과거 역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은 다시 그러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침략 행위를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일본이 비록 갈수록 경제력은 쇠락하는 추세이지만 오히려 군사적 측면에서는 강력한 군사대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할 만한 일이다. 조만간 일본 자위대는 해상만이 아니라 내륙 육지에서 볼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사실은 미국이 카쓰라-태프트 조약 이래 한국과 일본 양국 문제에서 일관되게 일본의 편에 서 왔다는 점이다.

이 나라의 앞날이 심각하게 불안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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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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