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반역' 처벌 못한 푸틴, 권위에 중대한 '균열'

시민들 반란 용병 지지 포착·루카셴코 도움도 굴욕…블링컨, 바그너 반란은 "푸틴 권위에 직접적 도전"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하루로 끝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협상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200km 지점에서 타결되며 프리고진이 군사를 물린 것에 대해 러시아 국영 언론 등은 사태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며 자화자찬에 나섰지만 푸틴 대통령이 "반역자"를 처벌하지 않은 것은 권위에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방송 연설을 통해 바그너의 진격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반역 가담자에 대한 가혹한 대응"을 선언했지만 이후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망명을 조건으로 프리고진 및 바그너 병사들에 대한 처벌을 면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이 이 과정에서 "당장의 위협을 피했지만 더 많은 것을 잃었다"며 "프리고진과 그의 용병들이 처발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불충을 용납하지 않는 강한 지도자로서의 푸틴의 명성에 생채기를 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 정부의 제재 뒤 문을 닫은 러시아 독립 라디오 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Ekho Moskvy) 전 편집장 알렉세이 베네딕토프가 이번 사태로 "대통령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일 밝혀졌다. 이는 대통령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다고 여겨졌던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것 또한 푸틴 대통령에겐 굴욕이라는 평가다.

바그너 그룹이 막힘 없이 모스크바 인근으로 전진하도록 허용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내부 통제 및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의심하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그너 그룹 진격 동안 이들이 장악했다고 주장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주민이 "우린 당신들을 지지한다"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전차와 장갑차가 점거한 이 지역 도로에서 환경미화원이 총 든 용병들 사이에서 태연히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고 슈퍼마켓에서도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무장한 용병들 사이에 줄을 서서 상품을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프 전 편집장은 이 모든 상황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내 평판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우방국인 이란과 카자흐스탄의 반응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법치를 지지한다며 푸틴 대통령 쪽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이 사안은 러시아 "내부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 외교부도 25일 러시아의 "안정"을 지지한다면서도 바그너 반란은 "러시아 내정"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미 ABC 바송에서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균열"이 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16달 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문 앞에서 며칠 안에 도시를 점령하고 지도에서 나라를 지우려 했다. 이제 그는 자신이 만든 용병 집단으로부터 수도 모스크바를 지켰다"며 "푸틴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 실제 균열이 나타났음을 목도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된 1년 여 동안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큰 침체를 겪지 않은 점, 러시아 재계 거물들이 러시아 정부에 등을 돌리지 않은 점, 정부의 선전과 탄압 등으로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내 반대 여론이 잠잠해진 점 등을 들어 "푸틴 체제가 놀라울 정도로 탄력성이 있음이 증명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푸틴의 실각까지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짚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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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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