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부활" 논란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서 문화예술인들 출입 제지

입장 제지당한 송경동 시인 … 문화연대 "영부인 경호 빌미로 문화인 탄압"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가담 의혹이 있는 오정희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면서 논란을 빚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문화예술인들과의 충돌 속에 개막식을 맞았다.

1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선 오정희 작가의 '도서전의 얼굴'(홍보대사) 위촉에 반대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주최 측 및 대통령경호실 등에 의해 제지당하는 소요가 일어났다. 문화계는 "VIP(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참여한다는 이유로 행사를 폐쇄적으로 운영"했다며 반발했다.

송경동 시인, 정보라 작가 등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오전 10시 코엑스 동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치욕에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해촉 시위를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오전 11시로 예정된 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경호팀에 의해 제지당했다. 행사장에 출입하려던 송경동 시인은 "출입을 막는 근거가 무엇인가" 항의하며 주최 측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여단체인 문화연대는 특히 "우여곡절 끝에 행사장에 들어온 문화예술인들이 개막식 행사장으로 근처로 가자, 주최 측과 대통령경호실에서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하고 예술인들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립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도서전에는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축사를 위해 참석했는데, 김 전 대표의 경호를 위해 현장을 찾은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예술인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체는 "예술인들은 피켓도 펼치지 않았고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경호원과 경찰이 몸을 만지기 전에는 소리 또한 지르지 않았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를 들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구경하는 출판사 부스가 차려진 경호구역이 아닌 공간에서부터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예술인들을 과잉 진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국가범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문체부와 블랙리스트 가해자로 국가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오늘 예술인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방관했다"라며 "우리 예술인들의 정당한 요구가 소란이고 제압해야할 대상이라고 한다. 함께있는 동료예술인들이, 예술이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예술인들은 오는 18일 항의 예술행동으로 이날 사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오 작가는 <중국인의 거리>, <유년의 뜰> 등 주요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계의 거두로 꼽히는 문단 원로지만,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에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앞서 지난 5월 도서전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 명단에 오 작가를 선정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에 대응하기 위해 뭉친 문화예술 연대체 블랙리스트 이후 준비위원회는 전날인 1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알려진 바와 같이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실행자였다"라며 "(홍보대사 위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연루자 복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오정희 작가 위촉 논란)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송경동 시인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이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임명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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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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