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공개 비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중국 측이 숙고해보고 우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중국 대사의 발언에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한중 무역관계를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며 "한국이 헌법정신에 기초해 자유민주주의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상호 존중, 호혜협력 원칙에 따라 건강한 한중관계를 밝혔는데, 마치 그런 정책이 편향되고 특정국을 배제하는 듯한 곡해된 발언을 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에 와 있는 최고위 외교관으로서 선린우호 관계에 매진하면서 문제점이 느껴져도 비공개로 풀어나가고, 국민들 앞에서는 언제나 비엔나 협약 정신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지켜나가는 것이 직분인데, 그런 취지에서 어긋난 점이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전날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싱 대사를 겨냥했던 발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는 늘 상호 존중과 우호 중진, 공동의 이익 추구라는 대원칙을 갖고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싱 대사와 중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싱 대사와 중국 정부는 상황이 더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우리 국민의 분노에 진심 어린 사과로 응답하고, 양국의 공동 이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태도를 갖추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싱 대사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은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외교관의 자격마저 재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싱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망각하고 계속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앞으로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까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석기 의원도 "싱 대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이런 무례가 반복된다면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싱 대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중국 측이 이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전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싱 대사를 비판한 대통령실의 반응에 대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이고,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