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 그릇이 천원"…광주 풍암동 천원국시 '문전성시'

고물가 시대 서민 음식 저렴하게 제공…서구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

"1000원만 내고 정성 듬뿍 들어간 따끈하고 건강한 국수 드시고 가세요!"

9일 오전 10시 30분께 광주 서구 풍암동 '천원국시'가게는 개점 30분을 앞두고 음식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스럽게 육수를 끓이고 있는 주방 어르신부터 국수에 들어가는 고명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어르신까지 4명의 주방인원이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음식점 운영기간만 20년이 넘는다는 최순남씨(76·여)는 "여기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서구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구성된 어르신들이다"며 "다들 오랜기간 일하셨던 분들이다 보니 충돌될 일 없이 가족처럼 화목하고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동 '천원국시'가게는 개점 30분을 앞두고 음식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프레시안(임채민)

풍암천원국시는 양동천원국시 1호점에 이어 두 번째로 개소된 국수집으로 서구청의 지원과 광주서구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풍암천원국시는 저소득 1인가구, 한부모 세대, 독거노인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60세 이상 또는 20세 미만에게는 국수 한 그릇당 1000원, 이 외 주민들에게는 3000원을 받으며 운영중이다. 국수 면은 광주에서 생산된 100% 우리밀로 빚는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을 우려내 깊은 맛을 더한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 역시 국산이다.

개점시간인 11시께. 1000원 국수를 먹기 위해 어르신들은 하나, 둘 모여들면서 문정성시를 이뤘고 어르신들은 곧 번호표를 뽑고 자리에 착석했다. 친구들과 함께 오시는 어르신들부터 지팡이를 짚고 아내의 손을 꼭잡은 어르신 부부까지 많은 어르신들이 1000원 국시를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띵동" 번호표가 전광판에 뜨면서 하나둘씩 국수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간 어르신들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는 연신 감탄을 하거나, 너무 맛있는 나머지 곱빼기를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9일 풍암동 '천원국시'가게에서 어르신들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국수를 맛보고 있다. ⓒ프레시안(임채민)

일주일에 두 번이상 방문하신다는 정승옥씨(70)는 "친구들과 유튜브를 통해 천원국시가 오픈했다는 영상을 보고 찾아와 국수를 맛보고는 단골이 되버렸다"며 "멸치로 끓여낸 육수와 우리밀로 뽑힌 국수 맛은 노인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풍암동 주민 이종표씨(71)는 "어릴때부터 면을 너무 좋아해 국수를 자주 사먹는데 다른곳은 기본 5000원이 넘어가 노인들이 가격부담으로 먹고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마침 시니어클럽 후배가 풍암동에도 천원국시가 생겼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앞으로 많이 번창해 3호점, 4호점 등 점차 늘려가 우리 광주의 복지사회에 많은 도움이 되길바란다"고 말했다.

천원국시 풍암점 관리를 맡고 있는 임광임씨(64·여)도 어르신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연신 밝고 환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임씨는 "벌써부터 매일 오시겠다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이런분들에게 하루하루 따뜻한 국수 한그릇을 대접하고나면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며 "가격이 너무 저렴해 미안해서 못오시겠다는 어르신도 있지만, 웃으며 '괜찮으니 그냥 오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천원국시는 값싸고 맛있는 국수로 어르신들과 남녀노소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지만, 음식점 한켠에 놓여진 이색 냉장고 '희망나눔냉장고'도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9일 풍암동 '천원국시' 에서 관리자 임광임씨(64·여)가 입구에 놓여진 '희망나눔냉장고'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임채민)

희망나눔냉장고는 복지취약계층을 위해 주민 누구나 음식을 만들어 냉장고를 채우고, 반찬이 필요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냉장고다. 이날 냉장고엔 추어탕, 김치, 라면, 멸치다시마, 사골곰탕 등이 채워져 있었다.

광주서구시니어클럽 박지영 실장은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는 수행기관으로 신규 사업을 하면서 지역 내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고민하게 되었고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1000원 국수를 시작하게 됐다"며 "수익창출로 끝내지 않고 나눔이라는 복지 서비스에 의미를 두고 풍암점만의 특색사업으로 '희망나눔냉장고'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들 모른다. 다양한 후원처와 지원자들을 섭외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의 관심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구는 향후 맛 평가 등 이용자 만족도조사를 통해 음식 맛을 유지하고, 신메뉴 개발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특히 천원국시는 사회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후생활기반 조성에 기여하고 광주에서 생산된 우리밀을 국수 재료로 사용해 우리밀 소비 촉진에도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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