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부하며 생활 속에서 즐기는 야구'이끄는 이상근 회장

150개 지역서 5000여명이 활동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8일 오전 전북 순창군 팔덕면 다용도 경기장. 야구전용 경기장과 승마장 등을 갖춘 이곳은 순창군이 유소년 야구대회와 전지훈련 등을 위해 만든 스포츠 시설이다.

이날 이곳에서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KYBF)이 주최한 제3회 순창고추장배 전국유소년 야구대회 준결승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공부하는 야구, 생활 속의 야구, 즐기는 야구'를 표방하며 설립돼 현재 전국의 약 150개 지역에서 5000명 이상의 유소년이 등록돼 활발히 활동하는 유소년야구 단체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상근 회장은 소위 '선출(선수출신)' 야구인이 아니다. 더구나 전북 순창 출신도 아닌 그가 해마다 이 곳에서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를 세 차례나 개최하며 '야구하는 순창사람' 행세를 하는 배경이 궁금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이 8일 오전 전북 순창에서 열리고 있는 유소년야구 전국대회장에서 유소년 야구에 대한 발전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보통 야구단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선수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야구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들었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이하 이상근 회장): 야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들 때문이었죠. 아이가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성북구유소년야구단에 보냈는데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아 대회에 나가고 싶었는데 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야구단은 출전할 수 없다는 거에요. 성북구에 다른 팀이 먼저 가입된 상태라 다른 야구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발목이 잡힌 셈이죠. 주변에 보내 대회에 나가고 싶어도 꿈을 펼칠 수 없는 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학부모들과 뜻을 모아 2011년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만들게 됐습니다.

프레시안: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 겠지만 야구 또한 기득권의 저항이나 반발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상근 회장: 처음부터 연맹이나 단체를 결성하려는 목적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시작해 차근차근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까 함께 하는 분들의 호응도가 점점 좋아지게 된거죠. 그러다 조금씩 규모가 커지니까 4~5년 뒤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했던 것이 연맹 출범으로 이어졌어요. 스포츠계는 기득권이 다른 분야보다 강고합니다. '선출'이 아니면 무시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저는 학부모님들의 요구사항을 선수출신들 보다 잘 알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출 수 있었어요. 학부모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하고 제도 개혁을 하나하나 하다보니 급속도로 확정하게 된 것이죠.

프레시안: 전북 순창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

이상근 회장: 1년에 세 차례 전국대회(순창군수배, 순창강천산배, 순창고추장배)와 전지훈련으로 순창을 자주 찾게 됩니다. 순창이 너무 좋습니다. 직간접적으로 만나 알게된 순창의 '형님, 동생'들이 300명이 넘어 저 자신조차 '진짜 순창사람이 아닐까' 착각이 될 정도입니다.(웃음) 

저는 강원도 춘천 출신입니다. 춘천은 야구보다는 축구로 잘 알려진 도시입니다. 그런 도시에서 성장해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순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지역 출신인 진연(76) 대한유소년야구연맹 고문님과 정창현(76) 드림오케스트라 고문님과의 인연 때문입니다. 두 분이 고교 동창인 황숙주 전 순창군수님을 소개해 2016년 무렵 알게됐고 이후 순창에서 유소년 야구대회가 열리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순창제일고의 다목적 운동장 1곳뿐이었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 있지 않았습니다. 유등면의 섬진강 고수부지에 그나마 천연잔디가 있어 이동식 팬스를 치고 야구대회를 하려고 했더니 공무원들이 한사코 말렸습니다. 유소년 선수들의 안전이 우려돼 그랬을텐데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해 1회 대회를 치렀습니다. 

이후에는 잘 아시다시피 순창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설운동장과 팔덕 다용도 구장까지 시설을 보강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순창군과 꽤 정이 들었고 황숙주 전 군수님이 임기를 마친 지금도 최영일 군수님을 비롯해 공무원, 주민들과도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순창에서 유소년 야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이상근 회장: 전국대회를 열게 되면 보통 약 100~130개 클럽이 출전을 하게 됩니다. 대회가 보통 5~6일 동안 예선과 본선으로 치러지는데 선수가 2000명, 학보모가 2000명이 찾아오고 대회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많은 수가 순창에 머물게 됩니다. 순창군에서는 따로 대회 안전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부군수님 주재로 대회 준비상황 보고회를 가진다고 합니다. 대회기간에는 숙소가 면 단위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들었으며 지역의 음식점과 치킨집, 편의점, 빵집 등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피부에 와닿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순창 뿐만 아니라 강원도 양구와 횡성, 경북 안동 등 전국의 여러 도시들이 유소년 야구로 인해 크고 작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 말고도 야구 저변확대에도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순창에서 전국대회가 활성화되자 전북을 포함해 광주, 전남의 유소년 클럽도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유소년 클럽야구에 대한 지론이 남다른 것 같은데.

이상근 회장: 우리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제3의 단체 입니다. 기존의 초등야구 위주의 학교 야구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이나 일본 등 소위 야구 선진국의 클럽야구를 유소년기부터 적용해보자고 해서 출범하게 됐습니다. 놀이야구, 공부를 하면서 하는 방과후 야구를 추구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머리를 깎고 1주일에 6일 훈련하며 차렷자세를 강요하는 그런 야구를 유소년들이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야구에 흥미를 갖게 하고 기본기를 가르친 다음에 진짜 야구는 중학교에 가서 해도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공부를 병행하는 야구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그냥 야구만 하는 아이들과는 다른 '사고의 유연성'도 있습니다. 야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 야구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하는 스포츠로 야구하나 쯤 있다는 것도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이 야구를 하다 그만둔다고 해도 세상 무너지는게 아니잖아요. 우리 연맹 소속의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연맹에 등록된 5000명 가운데 실제로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3%가량 됩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로 지명된 110명 중에 유소년연맹 출신이 5명 배출됐습니다. 놀면서 야구를 시작한 아이들 가운데 5명이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사실 3개 단체로 하면 우리 연맹에서 30명 이상이 나와야 하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앞으로 즐기는 야구를 하다보면 우리 연맹 소속의 아이들이 프로야구로 진출하는 문호도 점차 넓어지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웃음)

2023년 6월 현재 대한유소년야구연맹에 등록된 클럽은 서울 35, 인천 10, 경기 56, 충청 17, 강원, 9, 호남 20, 대구경북 4, 부산경남 5, 제주 1개 등 157개 야구단이다.

이상근 연맹 회장은 야구계의 부는 변화의 바람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학령인구와 함께 코로나 이후 초등 스포츠 유입인구가 감소하면서 선수확보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돈키호테'취급을 하던 중학교 야구 지도자들이 최근에는 이상근 회장의 야구 지론에 동의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상근 회장은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는 점차 더 확산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유소년 단계에서 즐기는 야구를 시작해 저변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인기를 모으고 활성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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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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