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묘지 문턱 넘지 못한 특전사동지회…'반쪽짜리 참배'

5·18 단체-시민단체 마찰…몸싸움 등 갈등 격화

특전사동지회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에 나섰지만, '진정한 사과'를 두고 갈라진 5·18 일부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민주묘지의 문턱을 넘지 못해 반쪽짜리 참배에 그쳤다.

5·18 부상자회, 유공자회, 특전사동지회는 3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을 찾아왔다.

하지만 18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특전사들의 참배를 막기 위해 국립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막아섰다.

▲18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특전사들의 참배를 막기 위해 국립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막아섰다. ⓒ프레시안(임채민)

대책위는 "진실 고백 없는 사죄는 보여주기 쇼", "가해자 사과 없는 피해자의 용서가 웬 말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물러가라", "특전사는 학살자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참배를 반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법단체들과 특전사동지회가 대열을 이뤄 민주의문을 통과하려 했으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력에 가로막힌 상태로 대책위와 30분 넘게 실랑이를 이어지면서 몸싸움이 벌이지기도 했다. 

이날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광주전남지부 고문의 손을 잡고 참배에 함께 나선 5·18희생자 고(故) 김경철 열사 어머니 임근단 할머니도 민주의문을 넘지 못했다.

▲임 할머니와 임 고문은 대책위를 향해 여러 차례 절을 하며 참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대책위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프레시안(임채민)

임 할머와 임 고문은 대책위를 향해 여러 차례 절을 하며 참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대책위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임 할머니는 "지난 세월 그 누구도 우리 앞에서 용서를 빈 사람이 한 번도 없고, 우리 눈에 있던 눈물을 닦아준 사람도 없었다"며 "그런데 이제 특전사가 그 먼 데서 온 걸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는 것이 부끄럽고, 텔레비전에 이런 모습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외쳤다.

이에 대책위는 "기만적인 대국민 공동선언 폐기와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진실한 사죄 없는 특전사동지회의 5·18민주묘지 참배는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며 "지난 2월19일 두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는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공동선언'이란 정치쇼를 펼치며 민주묘지를 짓밟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오월정신을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특전사동지회는 민주의 문 앞에서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발길을 돌렸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참배를 막는 단체는 정치단체이지 시민단체가 아니다. 5·18의 역사도 모른다"며 "오월단체 피해자들은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 사이 진압군으로 왔던 3공수, 7공수, 11공수 등의 사단을 차례로 방문하며 사죄를 받았다. 대책위가 특전사 사죄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냐. 진정한 사죄의 조건이 무엇인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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