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일손 부족한 한국, '어떻게' 이민자를 받아야 하나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이민정책,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해야

최근 인구감소에 대한 대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아시아의 핵심 성장 국가이면서 인구감소 속도가 빠른 한국과 일본은 앞다투어 이민정책의 갱신과 규제완화를 통해 사회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력에게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자국민의 노동력이 풍부한 가운데, 특정 산업에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기능직을 일정 기간만 체류하도록 했던 그 간의 외국인유입 정책은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인구감소를 경험하는 사회는 그 사회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필수적 인재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발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최근 신속하게 그 흐름이 변화되고 있는 일본의 인재 확보를 위한 정책과 "고도외국인재(高度外国人材)"의 특징을 간략히 소개하고 한국사회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자 한다.

"고도외국인재 포인트제"

일본은 일찌감치 2009년부터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사회의 도래에 있어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실현을 위한 고도외국인재의 보다 적극적인 수용을 도모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그 목표로 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도외국인재" 라는 용어가 정책에 등장한 것도 2009년 "고도외국인재 보고서"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일본 법무부는 2012년 "고도외국인재 포인트제"를 시작하였다. "고도외국인제"란 '일본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는 동시에 일본인과의 협력을 통해서 전문·기술적인 노동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인재' 라고 정의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정수준 이상의 포인트(학력,경력, 수입,전문도 등 다양한 기준 적용)를 가진 외국인이 고도외국인재로 인정받도록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장차 일본에 정착하여 생활하는데 필요한 환경조성 및 인센티비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통상적으로 일본의 체류자격 중 전문·기술적 체류자격으로 분류하는 것은 15개의 체류자격(교수, 예술, 종교, 보도, 고도전문직, 경영·관리, 법률·회계, 의료, 연구, 교육,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기업내 전근, 돌봄(개호), 흥행, 기능)이며, 2022년 해당 체류자격으로 있는 외국인은 총 43만 명 이다. 이는 2019년(35만 명)에 비해 약 8만 명 증가한 정도이며, 고도외국인재 인정자는 1만 7000명으로 이 또한 2019년에 비해 7000명 증가한 상황이다.

사회 필수인력은 정착을 유도

일본은 2012년 당시 10년 후인 2022년에 고도외국인재 인정자 2만 명을 달성하는 정책목표를 세웠는데, 목표한 것보다 약 3천 명 모자라는 결과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증가도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 기술적 체류자격의 외국인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분야로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고도외국인재의 인정도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풀어 설명하자면 일본 사회에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으로 생활하고 있는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일정 포인트 이상이 되면 고도외국인재로 인정될 수 있다.

인재로 인정되면, 영주권 획득이 용이해지고 가족을 동반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일본사회의 정착 기반을 보다 신속히 다질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일본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인구감소사회의 대비 전략에 있어 외국인재에 대한 재인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와 같은 단순기능직 노동력 유입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기능실습이라는 실습생 개념의 노동력 활용이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그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의 선진 기술국가로서 제조업을 비롯한 고차서비스업에 이르는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전수자가 국내인으로는 그 수가 부족하다는 부분을 인정하면서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고도외국인재 인정자를 활용하는 정책은 앞으로 그 성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의 노동력 대체를 위해 외국인력 활용에서 벗어나, 보다 역량이 강화된 외국인 영주 체류자의 수를 늘려간다는 전략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내에서 외국인과 자국민들의 사회통합에 대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에서 국내에 체류하고 있거나 국내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을 위해 펴낸 '비자 내비게이터'. ⓒ법무부

"고도외국인재"의 다양화

다음으로 이러한 고도외국인재 인정자의 특성에 변화가 생겼다는 부분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일본 총무성의 보고서(2019)에 따르면, 2012년 이후 2020년까지 고도전문직 인정을 받은 고도외국인재의 속성에는 변화가 있었다.

30세를 기준으로 30세 미만인 인재는 전체의 40%까지 증가하여 2012년의 7%에 비해 연령대가 확연히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석사학위를 기준으로 한 학위보유자의 비율도 증가 추세에 있는데 고도외국인재의 70% 이상이 학위보유자 이다.

일본 사회에서 일본어 구사 능력은 물론 업무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나, 일반적으로는 일본어로의 의사소통 능력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일본 고등교육기관 출신의 학위취득자 체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의 일본어 구사 능력이 갖추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물론 기술인재의 경우는 영어를 주요 소통의 언어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인 체류 및 생활편의를 위해서는 일본어 능력의 향상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고도외국인재 인정자의 국적분포의 변화도 관찰되는데, 2022년 자료를 분석해 보면, 고도외국인재의 64%는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2019년 70%에 비해 낮아졌다. 대신 과거 2위였던 미국은 그 순위가 내려가고 인도와 한국이 각각 2위와 3위로 크게 높아졌다. 그 외에는 베트남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고도외국인재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 70% 정도이며, 고도인재의 76%가(2019년) 도쿄 대도시권에 집중되어져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경제지리학에서 지역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특성을 연구대상으로 다룰 수 있는데 일본 사회에서 활동하는 고도외국인재의 국적과 규모의 변화를 지역별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지역별 고도외국인재 채용의 사례와 증가 추세를 연속기사화 하였다(2023.5). 전국에서 가장 많이 고도외국인재가 최근 5년 간 증가한 현은 시가현(滋賀)으로 제조업, 서비스업(고차서비스업 포함)의 다양한 부문에서 고도외국인재 인정자수를 늘이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고도외국인재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외국인인 80%가 넘는 기업도 소개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20%내외 라는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멀리 내다보는 이민정책

인구감소사회에 있어 이민정책의 방향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민정책 중 영주권을 부여하거나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은 더욱더 해당 사회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안에서 다양한 인재 활용 전략 수립이 필요한 가운데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력의 활용과 이들의 장기적 정착을 유도하는 변화도 우리 사회가 자세히 들여다 보고,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력유입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돌봄가사근로자의 새로운 유입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돌봄근로자를 수용하기 위해 거의 20년 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특정 국가 출신자의 선별적 수용과 언어와 문화의 상이함으로 인한 갈등, 돌봄근로 이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인권문제 등 많은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현장전문가와 정책전문가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졌다.

일본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돌봄가사근로자에 있어 체계적 교육 및 국가자격시험 등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이들의 정주화를 허용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국제이주에 관한 핵심의제 중 하나기도 한 합법 이주의 조절과 정주자 통합은 우리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인재의 적극적 수용과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하는 과정에는 특히 합법이민의 조절과 정주자를 통합하는 과정은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합법적 이주와 관련하여 비합법적 이주자의 수를 줄이고 이주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전 세계의 노동력의 국제이주에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합법적 이주자를 이용하여 비용 절감을 꽤하는 경우나 이주자의 노동환경에서 정책에서 제시한 내용과는 다른 정책집행과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우리 사회는 짧게는 30년 후 산업 전반에 있어서 일손 부족이 발생할 것이 명료하다. 이를 위한 준비는 모든 산업계에서 필요하며, 다양한 직종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인재를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또 이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제대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강화의 과정에 대해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다양한 산업과 직종에 있어서의 외국인 인재의 역량강화와 수용을 위한 전략적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한국의 산업과 기술수준, 국민적 수요에 적합한 이민정책 수립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 저자 소개

이현욱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문지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 이후 한국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다가 최근 일본 국립대학 신슈대학교 경법학부의 교수로 이직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국제 인구이동, 청년의 이동과 라이프코스, 일본사회의 이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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