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시끄러" 고발된 연대 청소노동자들, 경찰은 노동자 손 들어줘

서대문경찰서, 연세대 분회에 집시법 위반 혐의 불송치로 종결 통보

노동자들의 집회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학생이 학교 청소노동자들을 고발한 사건에서 경찰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18일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에 집시법 위반 혐의를 불송치로 종결한다는 통지서를 지난 9일 보냈다.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정당한 쟁의 행위를 했다고 경찰이 판단한 셈이다. 이미 경찰은 같은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제기된 업무방해 혐의도 불송치했다.

경찰, 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모두 불송치 

앞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 등 3명은 연세대 청소 노동자와 경비 노동자들의 시위가 수업권을 침해했다며 이들을 업무방해외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작년 3월부터 임금 440원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집회를 이어 갔다.

경찰은 최초 신고 접수 후 작년 12월 이 사건 업무방해 혐의는 불송치 결정했지만 집시법 위반 혐의는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올해 2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그에 따라 재수사한 경찰이 집시법 위반 혐의도 이번에 불송치 결정했다.

다만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이어진다. 다음달 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638만6000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열린다.

"학생들 공정 감각에 의문"

학생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린 청소 노동자를 고발한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과거 학생이 노동자와 손잡고 세상의 불공정에 맞섰던 모습이 사라지고 명문대 학생이 사회의 약자를 공격하는 양상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해당연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에서 이 사건을 수업 대상으로 올렸다. 우리 사회 청년층들의 공정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계획서에서 나임 교수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눈 앞의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며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연세대 백양관 앞에 설치된 현수막 ⓒ프레시안(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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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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