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지방, 교육도 소멸해야 하는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방은 어떻게 소멸되고 있는가?

합계출산율 0.78. 최근 한국은 인구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돌입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고,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추세이며,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고령층에 접어들어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구성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71.0% (3667만 5233명),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7.5% (901만 8412명), 0~14세 유소년인구가 11.5% (593만 4472명)로 나타나 유소년층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층의 증가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고령화의 속도는 지방에서 더 가파르다. 경북, 전남 등 비수도권의 다수의 시·군은 이미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훌쩍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이 다수인 지자체는 지역에 인구 재생산의 여력이 줄고, 청년층이 관심을 갖는 매력적인 교육, 문화, 일자리에 관한 공공과 민간의 투자를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

지방소멸(地方消滅)은 비수도권 거주민에게 거부감을 주는 표현임은 사실이나, 최근 기초생활인프라가 통·폐합되거나 지원이 불가능해지는 현실을 보면 지역 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할 다른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인구감소로 시내버스 노선이 축소되어 교통소외지역이 증가하고, 동네에 산부인과·소아과 병원이 없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유소년인구가 급감하면서 많은 학교가 통폐합되고, 복식수업(복수학년 대상 학급 구성) 운영이 불가피하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수도권, 대도시로의 이동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방 축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가속화

유소년인구의 감소는 지역의 교육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종국에는 교육환경의 소멸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폐교의 위기는 지역 졸업생 감소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여건의 악화로 인해 유소년 및 청장년층의 지역 이탈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이는 지역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 여력과 고급인력의 정주 가능성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인구 유출을 저지할 핵심 방안으로 교육환경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15세 미만 유소년인구는 전국적으로 매우 빠르게 감소하는 동시에 지역적으로 불균형적인 감소세를 보인다는 특징을 가진다. 2021년 전국의 유소년인구는 약 609만 명으로, 1995년의 1024만 명 대비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표 1>은 유소년인구의 연평균 증감률 상위 및 하위 10개 지역을 나타낸 것인데, 지난 26년(1995~2021년) 동안 상위 지역에서는 연평균 약 2.5%에서 6.25%까지 유소년인구가 증가한 반면 하위 지역에서는 5.58%에서 7.12%까지 감소했다.

기간을 최근 6년(2015~2021년)으로 좁혀보면, 상위지역에 하남시, 세종시, 부산 강서구, 예천군, 달성군 등이 포함되어 있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유소년인구 변화가 상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지역들이 공공기관 이전 및 국가산업단지 개발 등 양질의 일자리와 신규 주택단지 건설이 진행된 것과 관련된다는 점이다.

또한, 유소년인구의 증감률 변화는 총인구의 변화율보다 더욱 극적인 양상을 보인다. <표 1>에서 제시한 상위지역은 유소년인구의 증가율이 총인구의 증가율보다 크게 나타나는데(예. 나주시는 유소년인구 5.36%, 총인구 3.70%), 이들 지역에서는 인구구성이 젊어지고 교육환경의 활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증감율 하위 지역은 비수도권 시·군이 다수를 차지하고 총인구의 감소율보다 유소년인구의 감소율이 크게 나타난다(예. 부산 중구는 유소년인구 -9.24%, 총인구 –1.46%). 이 지역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유소년인구 감소로 인해 유휴 교육 시설이 증가하며 유소년인구의 공동화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 표1. 연평균 유소년인구 증감률(%) 상위 및 하위 10개 지역. 통계청(각 년도) 인구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가 구성. (허동숙, 2022).

유소년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학교의 통폐합으로 이어진다. 학교 통폐합은 과거 이촌향도의 영향으로 인해 농산어촌에서 학생수가 감소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된 방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소년인구의 총량 감소와 더불어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에 의해 지방에서 공교육 여건은 더욱 열악해질 전망이다.

1982년부터 2015년까지 5396개의 학교(초등학교 5053개 포함)가 통폐합되었고, 그 이후 최근까지 226개의 학교가 추가 폐지됐다. 학생 수 감소로 소규모학교가 다수 양산되면서 향후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한 곳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기준에 따르면, 도시는 초등 240명 이하, 중등 300명 이하, 읍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 면·도서벽지는 60명 이하일 때 소규모 학교, 분교장 개편 권고 대상으로 보았다.

이 기준에 근거해 2022년 학교현황 자료를 활용해 소규모학교를 집계해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6,309개 가운데 2,126개, 중·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5,710개 가운데 1,350개가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교육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멸하는 지방에서 교육이 소멸할 수는 없으며, 줄어드는 학교 수와 규모 탓에 교육의 질 마저도 저하되어서는 안 된다. 동일한 교육을 제공받는다면 학생 1인당 교사 수 비율이 높은 경우에 더욱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 인프라는 학교 통폐합과 더불어 소멸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첨단화해야 할 부분이다.

당·정·청이 여러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단편적이고 산술적으로 학교가 통폐합되어서는 안 되며 개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양질의 교육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학교와 학교 통폐합 문제를 교육서비스 공급의 효율화 목적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지역이 회복력을 갖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나 개별 학교 차원에서 지역 교육공동체의 소멸을 막고자 소규모학교 살리기 방안이 모색되고 있으나 개별 학교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일부 한계점을 갖는다. 가령, 초등에서 중등교육과정으로의 연결성이 단절되어 있거나, 성공사례를 강조한 나머지 인근 다른 학교의 상대적 소외 야기, 성공사례에 대한 단순 모방 등은 지역 교육환경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소년인구의 감소는 지역 교육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떠안게 된다. 학교 통폐합과 과소화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중앙정부, 교육부문, 지자체,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숙의 과정을 통해 수립되어야 하고, 개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지역 교육환경 전반을 양호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과 탄력적 계획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지방소멸의 위기감으로 교육서비스의 공급 가능 여부 자체에 몰두하기보다는 지역 사회를 책임져 줄 건강하고 밝은 우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관한 깊은 고민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 인구유치를 위한 전라북도 무주군의 홍보 자료. ⓒ무주군

■ 참고자료

허동숙, 2022, 지역 유소년 인구 감소와 교육 서비스 환경의 변화, 한국교육논총 43(3), pp.245-277.

■ 필자소개

허동숙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Coevolution of the IT service industry in the National Capital Region, USA: The case of Fairfax County'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를 거쳐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클러스터와 지역혁신, 균형발전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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