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공항 사업, '이런 세금 탕진 재주도 있다'

[초록發光] 무엇을 위해 저 봉우리를 통째로 날리나

사업비 지출 경쟁을 보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더 도전적으로 세금을 탕진하며 돈을 벌어볼까?' '어떻게 하면 과감하게 망가뜨려볼까?' '누가 더 탕진과 훼손에 재주가 있을까?' 이런 대회라도 여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 섬의 저 산 저 봉우리를 날려버리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할까?

2021년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국회 구성도 민주당(당시 여당)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보다 신속한 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절차 생략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자)의 로망이다. 이를 받쳐줄 특별법 제정에 거대 양당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특별법으로 재정투자의 효율성과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검토, 예비타당성조사가 생략됐다. 그렇게 500억 이상 사업에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13조 이상이 투여되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사뿐히 지르밟았다.

윤석열 정부도 바통을 건네받았고 신공항 건설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으로부터의 창의적인 제안을 기대한다며, 부산엑스포는 유치는 확정도 되지 않았는데 2030년 엑스포에 맞추어 예상 사업 기간을 대폭 줄였다. 애초 기본계획안은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는 것이었지만, 수개월 만에 육·해상 배치 안으로 변경되었다. 공사기간도 배치안도 뚝딱뚝딱 바뀐다. 면밀한 검토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13조 이상을 쏟아붓는 사업이 이토록 순탄(?)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 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벌이는 사업인지? 오히려 좌초를 자초하고자 함이 아닌지 싶은 지경이다.

▲우리나라 습지를 대표하는 낙동강하구. 멀리 가덕도가 보인다. ⓒ녹색연합

가덕도는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9호)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와 인접해있어 철새들의 서식과 이동이 빈번한 곳이다. 환경적으로 민감한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뿐만 아니라, 이동 철새들과 항공기의 조류충돌 위험과 항공기 안전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곳이다. 또한 대규모 해양 매립에 필요한 토석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지형과 경관이 훼손된다. 해상 활주로 공사를 위한 매립 골재를 수급하기 위해 국수봉(264미터) 전체가 절취되어야 하는데 이 지역은 100년 이상 된 수목과 부산시 기념물 36호인 동백군락지가 드넓게 분포되어 있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도 닿아있는 등 우수 생태계가 보전된 곳이다. 공항 건설을 위해 절토, 성토되는 토공량은 약 2억㎥이고, 해상매립 면적은 약 450만㎡, 매립량은약 9400만㎥에 이른다. 해양보호생물 상괭이의 출현빈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거대 인공구조물 공사가 보호생물의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그저 늘 하는 '저감대책을 강구하겠음'이란 문구로만 강구될 터이다.

얼마 전 가덕도공항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람되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작성된 평가서이다. 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역시 여러 우려들을 언급하고 있다. 평가서는 "계획지구에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 포함되어 영향이 예상된다, 주변지역이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완충지구와 접하여 영향이 일부 예상된다. 부산시기념물 동백군락지와 자연자산이 해안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영향이 예상된다, 해안 단구 등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 포함되어 있어 영향이 예상됨, 생태네트워크 단절로 인한 생태축 일부 영향이 예상됨, 국수봉 지역 일부 절취 등 상당한 지형 훼손이 예상, 경관상 영향이 예상, 부산연안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공유수면 매립으로 인해 해양환경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저감방안은 모니터링, 살수차 운행, 저소음. 저진동 공법, 오탁방지막 설치, 지형변화 및 경관영향 최소화대책 등이다. 국수봉이 통째로 사라지는데, 어떻게 지형변화와 경관영향을 최소화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국수봉 전경. ⓒ녹색연합

기후위기는 아랑곳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기는 사업, 안전도 장담할 수 없어

항공기운항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량은 연간 55만 톤으로 추정한다. 물론 공사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별도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 역시 사라지는 것도 별도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기후로 인한 태풍의 빈도와 강도는 해를 더할수록 갱신되고 있으나, 이곳은 본래 태풍피해가 잦은 곳이다.

"태풍이 일면 서쪽(새바지항 쪽)에서 몰려온 파도가 마을을 넘어 건너편 대항항까지 넘어올 만큼 풍랑이 센 곳이라고 하는데, 어쩌려고 이곳에 육해상공항을 짓겠다는 것인지?"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평가한 김해, 밀양, 가덕도 공항 중 가덕도 신공항이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 점수가 가장 낮았다 (김해 2.75, 밀양 3.61에 비해 가덕도는 0.78). 가덕도는 남해로 뚫려있는 태풍의 길목인 것이다. 바다 매립으로 지어진 간사이 공항도 최신공법으로 지었지만 태풍과 해일로 인해 침수된 바 있다.

해일 피해에 대비하고 대형 선박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활주로를 지상 40m 높여서 건설하는 공사.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계획 대비 늘어나기 마련인데 오히려 앞당기겠다는 결기는 졸속 검토만큼 부실 공사 우려를 낳게끔 한다.

부산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가덕도 연대봉 정상(459미터. 높지 않다!)에 올라 어쩌면 신공항으로 사라질 국수봉과 낙동강 하구를 담아봄직하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두고 '누가 더 탕진과 훼손에 재주가 있는지 경쟁하기 위한 사업'이란 품평에 공감을 기대하지 않는바 아니지만, 낙동강 하구와 남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번은 (더) 보셨으면 한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선 모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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