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의혹이 당사자 해명에도 불구하고 더 커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눈초리도 매서워지고 있다. 김 의원을 향해 추가 소명과 함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저는 저의 정치 생명과 전 재산을 걸 만큼 가상화폐 투자 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거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은 기존에 갖고 있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각해서 발생한 9억8000만 원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재산 변동이 없어야 하지만, 지난해 김 의원의 신고 내역에서는 예금이 1억 원대에서 11억 원대로 늘었다. 어떻게 예금이 9억 원 이상 늘어났는지 분명히 해명되지 않는 셈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비교적 유명한 암호화폐가 아닌, 변동성이 큰 비주류 코인 위믹스에 10억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게 된 배경 설명도 생략돼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낳는 상황에 이르자, 보다 못한 민주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많은 의원이 해명 내용의 미진함을 지적하는 데서 나아가 해명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 문제까지 비판하고 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법·불법이 없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일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 의원을 향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관련 정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서는 첫 공개 비판이다.
송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말씀드린다. 본질에서 벗어난 발언과 불충분한 해명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를 중단하라"면서 "국민들이 볼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저를 비롯한 동료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의혹 해소를 앞세우기보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거나 타 당 인사를 끌어들이고 무엇을 걸겠다는 등 불필요한 언사를 남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며 "더 큰 문제는 김 의원이 입장문을 내면서 국민들과 당원들 앞에 사과는커녕 유감을 표명하는 말조차 하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민의 아픔을 대변하겠다는 민주당의 국회의원이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코인을 사고팔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나"라며 "투기성 위험 자산에 쏠리는 청년들의 현실을 개선하고 코인 시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국회의원의 임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분별없는 발언으로 당 전체를 욕되게 하지 말고 첫 등원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공직자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한 후 명확한 해명에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사실은 사건의 본질이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태도를 많이 보시는 것 같다"면서 "의정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런 코인 투자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의 질타가 있는 것 아니겠나. 거기에 대해서는 보다 겸손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또 사과할 건 사과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나가는 과정을 밟아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를 떠나서 국민들께 선출직 공직자로서 자기가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다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회의원 전원이 보유한 암호화폐 내역을 공개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처음에는 '이 친구가 이렇게 많았어, 돈이?' 그러고 '아무리 현행법에 위반되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너무 세게 반박하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얘기도 좀 있다"며 당내 비판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은 그동안에 상대방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도덕성을 많이 내세워왔고 그걸 선거 때 득표전략으로 삼아왔다"면서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그런 도덕성에 흠결이 가는 듯한, 그게 실정법에 위반이 되든지 말든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보다 훨씬 더 배 이상의 그런 타격을 감수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어쨌거나 주식이나 특히 코인 같은, 그것도 잡코인 같은 재산 증식하는 데 뛰어들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아울러 전날 김 의원의 입장문에 대해 "전부, 전체 다 까지는(공개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언제 얼마에 무슨 종목을 얼마에 취득해서 언제 얼마에 처분했다. 그리고 처분한 것은 어느 계좌에 어떻게 들어갔다. 또 이체했다는데 이체한 계좌는 그쪽으로 다 간 건지 혹은 일부 비실명 개인지갑으로 간 건 있는지 없는지 (해명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22년도 재산등록에는 일부 숫자가 안 맞는다는 그런 지적이 있지 않느냐"면서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재산등록하듯이 일괄해서 다 공개를 하는 게 저는 해법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이어 "투자를 했다는 게 위믹스 코인이라는 건데 소위 말하는 김치코인, 잡코인"이라며 "이게 돈 놓고 돈 먹기식 아니냐. 이건 언제 깡통 찰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저기다가 10억을 때려 박아? 뭐 믿고? 자기 재산등록한 것만큼의 현찰을 거기다 몰빵을 해? 뭐 알고 들어간 것 아니야? 뭐 있는 것 아니야? 그러니까 내부정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의문이 아직도 해소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 정보가 내부자 정보인지 다른 시점이 어떤 건지 자금의 출처가 무엇인지 이건 따져봐야 될 문제"라고 지적하는 한편,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정치적으로도 많이 생각을 해야 된다. 정치인은 공직자로서 자신이 일을 수행함에 따라서 불법적이거나 사적인 이익을 취득할 수가 없다. 검증이 안 되는 영역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인 투자에서 이 큰 변동성으로 인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손실을 보고 했다. 얼마나 좌절을 겪었겠나. 그런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은 채 법적으로 문제없는데 무슨 일이야. 그러려면 그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입법성 문제를 떠나서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게끔 모든 것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 저는 심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아직 안 맞는 것 같다. 조금 더 분명하게 사실 규명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료라든지 해명,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셔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논란이 불식되지 않자 이날 오전 유튜브를 통해 한 차례 더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믹스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 발행 회사가 실체가 없거나 페이퍼 회사인 경우가 많다"며 "위믹스는 상장사이자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라 신뢰도가 높았다고 판단했고 그 때에는 주목도가 높은 코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위믹스를 고가에 판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한참 폭락하던 중에 팔았다"라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면 고점이나 폭락 직전에 팔았어야 하는데 폭락 중에 팔았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당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기존 의제였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쇄신 방안과 더불어 김 의원 가상화폐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신뢰받는 민주당이 되는 방법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당의 문제점에 대해) 포괄 논의할 것이고 김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원들의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직자윤리법을 신속히 개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가상 자산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가상자산을 재산등록 사항에 신속히 추가하는 법안이 나와 있고 여야 협의를 통해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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