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발 훈풍 타고 시리아 '도살자' 알아사드 아랍연맹 복귀

인근국 난민 부담 더해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가 발판…미 "시리아 재가입 자격 없다" 비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인권 탄압으로 아랍연맹(AL)에서 퇴출됐던 시리아가 12년 만에 회원국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인근국의 시리아 난민 부담 호소와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가 발판으로 작용했다. 인권단체는 알아사드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했고 미국과 영국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AP> 통신은 7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회의에서 시리아의 연맹 복귀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뒤 연맹 회원 자격을 상실한 지 12년 만의 복귀다. 이날 회의엔 연맹의 22곳 회원국 중 13개국 외교 수장이 참석했다. 카타르 등 시리아의 연맹 복귀에 찬성하지 않는 회원국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19일 사우디에서 열릴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2년 만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를 알아사드 정권이 폭력 진압하면서 아랍연맹에서 퇴출됐다. 유엔(UN)은 내전이 발발한 2011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0년 간 30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살해당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내전 발발 전 인구의 절반 가량인 1200만 명이 국내외 난민이 됐다. 인권단체는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50만 명 이상으로 본다. 

알아사드 정권은 2013년 반군 지역에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개발한 맹독성 신경작용제 사린 가스를 사용해 최소 1400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도살자'로 불리기까지 했다.

아랍연맹은 시리아 복귀 결정이 시리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의 연맹 복귀가 "시리아 위기가 해소됐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복귀가 "아랍 국가들에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맹 회원 자격 재취득이 자동으로 개별 회원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보장하지 않으며 이는 "각국의 주권적 결정"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연맹 차원의 시리아 복귀 합의가 "개별 회원국에 관계를 복구할 무대를 마련해 주는 영향력이 큰 결정"이라고 짚었다.

시리아 쪽은 결정을 환영했다. 후세인 아르누스 시리아 총리는 이날 지난 12년 간 시리아가 "적들의 허위 및 왜곡 선전"의 희생양이 돼 왔다며 이번 결정에 시리아의 국제적·지역적으로 "명망 있는 위치"가 반영됐다고 자평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후원을 받는 알아사드 정권이 최근 몇 년 간 시리아 국토 대부분을 통제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반군을 지지했던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인정하고 시리아와의 관계를 수복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엔 추산 2021년 기준 570만 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인근국들에선 시리아 정부와 난민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내전이 장기화 돼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옅어지자 인근국에선 반난민 정서가 커져 가는 상황이다. 레바논이 지난해 10월 시리아 난민 송환 재개를 발표하는 등 난민을 다시 시리아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내전을 틈타 시리아에서 인근국으로 퍼진 마약 문제도 골칫거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구호 손길이 이 지역 교류의 물꼬를 텄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시리아에 구호 물자와 자금을 보내며 도왔다.

이어 중국 중재로 3월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지난달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시리아에 방문해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하며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유력해졌다.

미국 및 영국에 기반을 둔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캠페인의 라일라 키키 사무총장은 7일 성명에서 "오늘 아랍 국가들은 기본적 인간성보다 그들 자신의 현실정치와 외교적 의제를 우선시했다"며 "시리아 정권을 아랍연맹 회원으로 복귀시킴으로써 회원국들은 정권의 전쟁 범죄 희생자 수만 명을 잔인하게 배신했고 알아사드가 계속해서 처벌 없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하는 청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도 이번 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 대변인이 미국이 아랍연맹과 시리아 위기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려는 알아사드의 의지에는 회의적"이라며 "현 시점에서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재가입할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국제개발부 쪽도 "영국은 여전히 알아사드 정권과의 관계에 반대한다. 알아사드 정권은 무고한 시리아인들을 계속해서 살해·고문·구금하고 있다"며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들에겐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7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 아랍연맹(AL) 본부에서 열린 회의 모습. 이날 회의에서 시리아의 연맹 복귀가 결정됐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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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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