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구도 강화하는 윤석열과 달리 사우디 '광폭외교'로 훈풍 부는 중동

이란과 관계 개선한 사우디, 시리아와도 관계 복원 추진…'아랍 정체성' 보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시리아와도 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냉전 구도 고착화를 재촉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18일(현지 시각)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시리아를 방문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외교 수장이 시리아에 방문한 것은 지난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사태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사우디 외교부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은 시리아의 '아랍 정체성'을 보존하고, 아랍을 둘러싼 환경을 복원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리아의 통합과 안정, 안보를 위해 '정치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우디의 바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방송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알 아사드 대통령이 아랍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고립돼 왔지만, 지난 3월 10일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가 시리아의 우호국가인 이란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외교 활동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18일(현지시각) 시리아 수도인 다마스쿠스에 방문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14일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사우디에 방문해 관계 복원 및 항공편 운항 재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 방문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 외교장관이 시리아에 답방을 간 셈이다.

이번 방문이 시리아의 아랍연맹(AL) 복귀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은 지난 15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집트·이라크·요르단이 사우디 제다에 모여 이와 관련한 논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생 이후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사우디는 2012년 알 아사드 정부와 관계를 단절했고 내전 초기에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공개적으로 알 아사드 축출을 추진해오기도 했다.

방송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여전히 몇몇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면서도, 사우디 외교부는 위기를 끝내기 위해 아랍 지도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아랍 내 갈등 완화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으로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대지진을 꼽았다. 당시 지진으로 시리아에 대한 아랍의 지원이 이어졌고 이어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개선이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방송은 지진 이후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했고, 메크다드 외무장관은 이집트에 이어 알제리와 튀니지에 방문했다며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란, 시리아 뿐만 아니라 카타르와 UAE도 관계 복원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송은 사우디와 바레인, 이집트 등이 카타르에 대한 봉쇄를 해제한 지 2년 만에 카타르와 UAE가 국교를 복원하고 조만간 상대국 대사관을 다시 개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카타르 측이 성명을 통해 "카타르와 UAE 간에 가능한 한 빨리 각 대사관을 재개설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정확한 날짜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익명의 UAE 관계자를 인용, 대사관이 6월 중순까지 재개설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카타르와 UAE 관료들이 지난달 말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UAE에서 카타르에 특사가 누구인지 알려줬지만 카타르는 아직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UAE를 포함해 사우디, 이집트. 바레인 등은 지난 2017년 카타르의 친 이란 정책 및 테러 조직 지원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사우디와 이집트는 카타르와 화해한 뒤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바레인의 경우 지난 12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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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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