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회담서도 日 사과 못 받았다…기시다 "힘든 경험 가슴 아파"

尹 "워싱턴 선언에 日 참여 배제 안해"…침략 '사과' 없는 日에 핵공유 열어주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서울 답방'에서도 식민지배 과거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죄와 반성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후 3시 50분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총리와 소인수 회담(39분), 확대 회담(57분)으로 마주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관련 제3자 변제 방안에 관한 정부 방침이 바뀔 수 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65년 청구권 협정과 또 2018년 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안방'인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과거사에 관한 사과 요구를 피해 대일 외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잦아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밝힌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을 공동 기자회견에서 재확인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했던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일한 양국 간에는 수많은 역사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고 했다.

이 발언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그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며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과인지는 답하지 않았다.

오는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저의 히로시마 방문 계기에 우리 두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저의 방일 계기에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설립하기로 합의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이 정식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일 미래세대의 교류 확대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이 창설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언급한 것이지만, 이에 관한 핵심인 피고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참여 여부는 명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선언' 일본 참여 온도차…기시다 "긴밀히 공조" vs 尹 "한미 양자 베이스"

다만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발표한 '워싱턴선언'에 담긴 핵협의그룹에 일본이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선 양국 간 온도차가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3월 회담 후 경제 안보 분야의 여러 대화와 협력이 아주 역동적으로 다이나믹하게 진전되고 있음을 함께 환영했다"며 "북한 정세를 비롯한 이 지역의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그리고 미한일, 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과 인식이 일치했다"고 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핵협의그룹 창설을 포함해 미국과 한국 간에서 확장억제 강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계속해서 일미, 일한, 일한미 간에 긴밀히 공조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의 양자 간의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단 저희 입장에서는 한미 간에 워싱턴선언이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를 하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면 또 일본도 미국과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한미 양국 사안이라는 점에 방점을 뒀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은 "저와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간 협력이 긴요한 상황에서, 곧 다가올 G7 정상회의 계기에 3자 정상회담 등 한미일 3국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해서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환영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두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에 회담의 의미를 부여하며 안보와 경제협력, 인적교류 확대를 중심으로 한 한일관계 개선 방향에 대해 공유점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더 높은 차원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 당국 간 안보 대화와 NSC 간 경제안보대화,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 경제 분야의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환영했다"며 "아울러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치였던 소위 '화이트리스트'의 원상 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양국의 인적 교류 확대를 평가하며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과 아울러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노력해 나아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제 협력과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회담에서는 우주, 양자, AI, 디지털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와 R&D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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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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