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네의사 야옹선생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의 절실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렸고 이후 작은 진전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기계호흡을 해야만 하는 분의 오전 활동 지원사가 구인이 되었고,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전보조기기센터와 리빙랩 관련자들과 소통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처럼 심한 거동장애가 있는 분들만 힘든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움직임이 힘들어져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실까요. 약한 거동장애라도 자칫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욕창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거동하기 힘들어지는 시작하는 이유인 ‘근노쇠’는 수술이나 질병에 의해 오랜 기간 움직이지 못하여 근육이 마르면서 발생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외래로 다니시던 어르신이 두달 정도 병원에 입원을 했다 나오시더니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깜짝 놀란 일이 있습니다.
"어르신, 이게 어찌 된 일 이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펄펄 날아다니시던 분이!"
"그러게요. 임플란트 수술하느라 입원을 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아파서 두달이나 누어 있게 됐어유. 그러고 나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 가네유."
그래도 이렇게 크게 다친 곳이 단기간의 입원 때문에 생긴 근노쇠는 영양과 운동만 충분하면 회복이 가능합니다. 저는 어르신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강하게 얘기했습니다.
"어르신, 혹시 계속 이렇게 앉아 지내고 싶으신건 아니죠?"
"아이구, 당연히 아니쥬. 어서 옛날처럼 훨훨 다니고 싶지유."
"자, 그럼 제가 시키는대로 하셔요. 숙제검사 할거니까 꼭 지키시고요."
어르신은 재택의료센터 대상자가 되셨고, 저는 어르신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약물을 조정하고, 꾸준히 단백질을 보충과 다리 근력 운동을 하시도록 교육하고 달력에 실천여부를 표시하시도록 했습니다. 잘 하시면 칭찬과 격려도 해드리고 잘 안 될 때에도 힘내시라고 격려해드렸지요. 다행히 세달이 지난 지금은 집 안에서는 보행기를 이용해서 서서 다니실 정도로 회복이 되셨습니다.
"우와~ 어르신 진짜 많이 좋아지셨는데요. 이제 재택의료 졸업하셔도 되겠어요!"
"아이구~ 그래도 아직은 졸업은 안 되유. 제가 혼자 외래로 걸어갈 때까지 봐 주셔야지유~."
복슬복슬한 핑크색 수면바지를 입고 열심히 다리 운동을 하시는 어르신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라 괜히 웃음이 납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님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를 보면 노화의속도를 결정하는 네가지 기둥 중 첫번째로 ‘이동성’을 꼽습니다. 즉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같은 나이지만 이동성에 따라 어르신들의 삶이 완전히 다릅니다.
나이는 60대이지만 여러 질병으로 인해 이동성이 떨어져 거의 누워지내시는 분도 있고 90세가 넘어도 혼자 외래로 활발히 다니는 분들도 계십니다.
외래로 오시는 어르신 중에 매일 여덟 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분이 계셔 비결을 여쭤봤습니다.
"나원장님*이 그러더라구유~ 누가 오토바이나 차 태워준대도 타지 말고,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는 두 다리로 걸어서 다니라구유. 그래서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면 밥 간단히 먹고 물 한통 짊어지고 무작정 걸었슈. 두어시간 걷다가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 고프면 밥먹고, 산에 가서 공기도 마시고 가끔은 친구들이랑 막걸리도 한 잔 마시고~ 껄껄껄! 나이는 먹었어도 하루라도 몸을 안 쓰면 좀이 쑤셔유~."
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집에 가면 눕기 바쁜 저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집니다. 몸의 기능이 유지되는 비교적 젊고 건강한 때부터 꾸준히 이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르신들을 보며 깨닫습니다. 어르신들을 돕는다는 것은 일을 대신해주는 것만이 아니고 최대한 어르신들의 이동성과 남아 있는 다른 신체 기능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이 의료와 돌봄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압니다.
* 어르신이 말씀하신 나원장님은 민들레 의료사협의 터줏대감이시자 제가 존경하는 내과 의사이신 ‘나준식’ 선생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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