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여야 중진·원로 '우려 한가득'

김종인 "경제 부정적 영향 판단해야"…이낙연 "설익고 아슬아슬"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외교와관련, 윤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전략에 대해 여야 정치권 중진·원로들로부터 우려와 고언이 나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미중 대립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 "우리가 미국과는 뗄 수 없는 운명적인 동맹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 정세가 굉장히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는 국익을 위해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폭을 넓히거나 미중 간 대립에서 미국 편에 서는 등의 자세를 보일 때 국익에 해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특히 "우리가 지난 1990~91년 이후 소위 북방정책이라고 해서 중국·소련과의 수교 등을 통해 그동안 경제적 지형을 많이 넓혔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 경제를 빨리 선진국으로 이끄는 역할도 했다"며 "그러면 여기에서 그것에 대한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을 때, 그게 앞으로 한국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제대로 판단을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거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며 "그런 과정에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뛰어든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해서 좋을 것이냐 나쁠 것이냐 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앞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나는 그 이야기를 왜 했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대통령으로서 불필요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데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자꾸 대만(을) 우크라이나 사태와 결부시켜서 대만에서 마치 크게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이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시진핑이라는 중국의 지금 지도자도 그렇게 무모한 짓은 쉽게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니까 거기에 대만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깊이 그렇게 인벌브(involve.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헀다.

현재 미국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학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전 국무총리)도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설익고 즉흥적인 외교"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 발간 소식을 알리며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며 "어렵게 달성한 평화와 번영이 동시에 위협받게 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탈냉전이 끝나고 미중 신냉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1년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도발을 상시화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은 기록적인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설익고 즉흥적인 외교는 아슬아슬한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오는 28일 연설을 앞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머물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사실은 미국이 우리한테 청구서를 내밀어야 되는 순서는 아니고 한국이 오히려 미국에게 청구서를 (내고 대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번 3월 한일 정상회담 자체가 지금 국민들 마음에 울분이 있다"며 "(일본에) '퍼주기'를 해준 것에 대해서 미국이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미국에 청구서를 요구해야 되는 그러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방미 이틀차까지의 행보에 대해서는 "첫날은 넷플릭스 투자 관련 소식이 전해졌고 오늘은 '우주 동맹'이라는 새로운 동맹의 영역 관련 소식이 발표가 됐는데, 실질적으로 우리가 지금 제일 다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도체라든가 전기자동차라든가 배터리 문제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이번에 당장의 소득은 없더라도 우리나라 관료들이 미국한테 이런 부분을 강하게 어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한편 "현재 미국 현지에서 '한국 정부가 행사 관련 에이전시하고 계약을 했는데, 한국 정부가 고용한 에이전시들이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이런 지적들이 상당히 나오고 있다"고 현지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브리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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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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