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에서 심상정까지…팔 걷은 국회, 전세사기 멈출 수 있을까?

[국회 다니는 변호사] 전세사기 보호 및 방지 법안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중요한 민생현안인 전세사기방지법안입니다. 올 1월부터 다양한 법안이 워낙 많이 발의되었고, 그 내용도 복잡하지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세사기라는 개념은 누구나 아실 겁니다. 세입자가 임대인과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만기에 그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으로부터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것이지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임차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는 전세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부동산 등기부를 떼어봤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혹은 '선순위 근저당(예 : 5000만 원)이 있지만, 부동산 가치(예 : 1억 5000만 원)가 근저당과 임차보증금(예 : 7000만 원)을 합한 금액을 충분히 넘기 때문에(1억 5000만 원 > 5000만 원 + 7000만 원) 걱정 말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라'고 합니다. '설령 부동산 값이 10% 빠져도 문제 없다'고 말합니다. 집주인이 '우리 집만 100채가 넘는다'고 자랑도 합니다. 임차인은 집주인의 자금능력과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합니다.

막상 계약기간이 끝나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합니다. 갚을 채무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임차인이 당황해서 사정을 알아보니, 이미 이 집에 안분(按分)해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500만 원을 모두 체납한 상태고, 경매가 진행될 거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는 1억 원으로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우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파주에서는 최대 2800만 원이 소액임차최우선변제금액으로 보장됩니다. 나머지 7200만 원 중 1500만 원은 국세 우선원칙(구 국세기본법 제35조)에 따라 종부세로, 5000만 원은 선순위 근저당으로 배당됩니다. 결국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소액임차최우선변제금액 2800만 원에 종부세·선순위 근저당 배당 뒤 남은 700만 원을 더해 3500만 원입니다. 보증금을 7000만 원으로 가정했으니 절반을 날리게 된 셈입니다.

이해를 위해 알아두실 것이 세금과 임대차보증금 간 우선순위입니다. 국세·지방세는 세금이 발생한 '법정기일'이 임대차 확정일자보다 앞선 경우 임대차보증금보다 우선해 경매에서 배당을 받습니다. 하지만, 경매로 넘어간 임대차목적물에 부과된 종부세·상속세·증여세·지방세(통칭 '당해세'라고 표현합니다)는 법정기일과 상관없이 징수기관이 배당받을 수 있지요. 그러하기에, 임대인이 당해세를 체납하고, 도주하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가 지금 부지기수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위 '전세사기'의 구조입니다. ① 경기하강에 따른 부동산 가치의 하락이 있자 ② 건물의 담보가치만으로 전월세보증금이 커버되지 못하고 ③ 세금, 선순위 담보의 실행으로 귀중한 보증금을 잃게 되는 사태이지요. 

아예 처음부터 '실소유자(건축주)-바지사장(명의상 임대인)-공인중개사' 3자가 보증금을 떼먹을 목적으로 작당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임차인과 계약 체결 후 보증금을 받고 도주한 사례까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세입자분이 억울하게 고통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목숨을 끊으신 분도 여럿 있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백이슬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종부세와 같은 국가의 조세 채권이 이런 상황에서도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보다 앞서게 해야 할까요? 

당정도 이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 9월 1일 '전세사기 피해방지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28일 '주택임대차보호법·세법상의 후속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방안이었습니다. ① 임대인이 국세 등을 체납한 사실을 계약 단계에서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제시하게 하고(이는 올해 4월 18일 시행되었습니다), ② 임대인이 변경되어도 기존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 한도 내에서만 전세금·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배당하도록 하고(새 임대인이 임대차 확정일자보다 앞서 체납한 세금이 있어도 이것이 전세금·임차보증금에 앞서 배당될 수 없게 한 것이죠) ③ 경매나 공매가 되더라도, 당해세 금액만큼은 국가가 배당받지 않고,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증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올해 4월 7일 국세기본법(박대출 의원안), 3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정부안, 위원회 대안 처리)이 모두 개정되었습니다. 의원안도 그 취지를 반영한 뒤 상당수가 대안반영폐기 처리되었지요.

이런 개정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문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세 징수권은 정부가 포기하는 것으로 정하였는데, 지방세(재산세) 징수권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심상정 의원이 지난 1월 지방세 징수권을 포기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는데요. 부랴부랴 법안이 또 발의되었습니다. 장제원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4월 18일 발의한 것이죠. 이 법은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매·공매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던 주택이 경매·공매로 넘어가게 되었을 때 세입자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대체해서 살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을까요?

상황이 복잡하기에 해결책도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전문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같은 데서 매입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권을 행사하자는 안(심상정 의원안)부터 시작해서, 임차인이 전세사기 주택을 우선 매입할 수 있게 하자는 안, 전세사기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매입하고 공공임대로 전환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안 등 다양한 안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현 당정은 전세사기 주택을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나,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기류가 조금씩 변하는 듯 합니다.

전세사기 문제의 배경에 놓인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하락에서 비롯한 주택시장의 불안정입니다. 언제까지 돈 없는 서민들이 높은 전세금을 주고(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는 전세금액이 높을수록 커집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끔 만들어야 할까요? ① 임대인 우위의 정보 비대칭(2023년까지도 임차인은 임대인의 납세 내역 및 변제 능력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임대물건의 정보가 제대로 공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전세보증금반환채권보증보험도 임차인이 스스로 그 보증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않습니까?) ② 리스크 높은 수백 채의 주택 매입 행위에 대한 행정제재 방치, ③ 주택가격의 지속 상승을 전제로 유지되어 온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번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주택시장의 공공성을 높이고, 임차인 보호 제도를 구축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가뜩이나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고통을 겪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더 상처받지 않도록,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촘촘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여야 간에 전세사기의 책임을 놓고 다투는 정치공세는 매우 보기 안쓰럽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관련 3당 정책위의장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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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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