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왜 교육부로 통합하는가?

[유보통합을 말하다] 유보통합의 본질은 영유아중심 유아교육의 실현

교육부는 지난 1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유아 중심의 질 높은 새로운 교육·돌봄 체계 마련을 위한 유보통합 추진"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보통합 추진의 방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명확히 한 발언으로 핵심은 "영유아 중심", "질 높은 교육·돌봄"에 있다. 유보통합의 목적을 명확히 전제한 상황에서 지난 4월 10일, 교육부는 '제 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2025년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을 앞두고 발표한 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유보통합의 방향성을 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건이다. 발표한 내용 중 '온종일 돌봄서비스 제공', '교육과정 시작 시간 9시에서 8시 조정', '교육과정 다양성 증대' 등은 유아교육의 최우선 목적을 영유아 행복에 놓는 "영유아 중심"과 학교체제를 의미하는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을 실현할 의지가 과연 교육부에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원화는 단순히 행정 등 투자 효율의 경제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의 차등지원으로 인한 교육환경의 격차, 교사양성체제 및 교원지위 안정성의 격차, 이러한 격차들로 인해 영유아에게 환원될 수 밖에 없는 교육의 질적 격차의 문제다. 유보통합은 이러한 격차를 영유아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영유아중심" 유아교육을 출발선 평등의 관점에서 해소하고자 한 국가적 다짐이다. 물론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의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고, 자녀를 가진 한 개인을 노동자와 부모로 보는 관점 사이의 대립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대의는 "영유아 중심"에 있고,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이 충돌할 때에는 기준을 "영유아 중심"에서 사고하려는 노력이 유보통합의 지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보통합은 단순히 어린이집이 유치원이 되는 것이나, 유치원이 어린이집이 되는 한 쪽으로의 일방적 흡수통합이 될 수 없다. "영유아 중심"을 기준으로 놓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현 체제를 냉철하게 분석해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그래서 정규교육과정시간, 방과후 프로그램, 급간식, 장애영유아지원, 교사자격 및 처우, 교원지위 등 유아교육을 구성하는 세부 내용을 영유아중심의 상향된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 부처가 정해지고 유아교육 5개년 계획을 통해 통합의 밑그림까지 그려진 마당에 "유보통합을 왜 하는가?"란 질문은 자칫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왜"란 질문속에 들어있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유보통합의 당위는 현실 속의 열악한 상황, 특히 현 유아교육시스템은 "영유아중심"의 "질 높은 교육·돌봄"인가란 질문을 재소환하는 과정이고, 그 질문에 대한 해소가 유보통합이 도달해야 하는 좌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부모와 노동자 사이의 서로 다른 여러 입장이 난무하는 순간들 속에서 "유아중심" 이란 철학과 지향이 등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유보통합의 로드맵 격인 '제 3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2023-2027)' 중 '온종일 돌봄서비스 제공', '교육과정 시작 시간 9시에서 8시 조정', '교육과정 다양성 증대'에 관한 내용이 과연 "영유아중심", "질높은 교육·돌봄"에 해당하는 정부안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천안시

온종일 돌봄서비스 제공은 "영유아 중심"의 "질높은 교육·돌봄"이 될 수 있는가

교육부는 5개년 계획을 통해 "2024년부터 기관별로 교육시간 등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와 더불어 "학부모의 아침 돌봄 수요에 대응하여 유아에게 더욱 안정적으로 교육·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2024년부터 희망하는 기관은 교육과정을 8시에도 시작할 수 있도록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5년부터는 모든 유아의 방과후과정(돌봄) 참여를 보장"하고 "거점유치원, 늘봄학교·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등과의 연계를 통해 돌봄을 확대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그 외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보육, 저녁 7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 30분까지 운영하는 야간 12시간 보육, 오전 7시 30분부터 익일 7시30분까지 24시간 서비스로 운영하는 24시간 보육, 공휴일 보육서비스로 운영하는 휴일보육이 있다. 반면 유치원은 보통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 등원이 이루어지고 1일 4-5시간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한다. 이후 방과후 과정이 제공되지만 이 또한 오후 7시를 넘기지 않도록 권장한다.

초중고교는 0교시를 폐지하여 아동과 청소년의 수면과 아침식사를 보장하고 있다. 0-2세 영아는 또래 관계를 통해 주도성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인 3-5세와는 달리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1:1 양육환경을 통해 신뢰성과 자율성을 발달시켜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경험한 신뢰와 자율의 감각은 이후 건강한 사회정서발달을 위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0-2세는 가정양육 지원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고, 보조적 측면에서의 기관양육이 지원되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물리적 인적 환경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교사를 공유해야 하고 또래 친구와의 경험을 통해 자아상을 만들고 사회적 규칙을 학습해 가는 학교다. 3-5세 유아 또한 아무리 재미있어도 하원 시간이 되어 가정으로 돌아가는 친구들과 달리 늦은 밤, 심지어 기관에서 하루를 보내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스트레스 없이 견뎌내긴 어렵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기관은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신체적 발달을 위해 기관에 머물 수 있는 적정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기존에는 하지 못했던 영유아중심의 유아교육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영유아중심" 유보통합이라면 기관에서의 교육시간은 명확히 어린이집이 아니라 유치원의 운영을 지향으로 삼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의 운영시간을 앞당기고 온종일 돌봄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5개년 계획안은 영유아중심이 아니라 노동하는 부모를 위한 서비스에 방점을 찍은 결과다. 유보통합을 통해 영유아중심 유아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에 위배되고 오히려 유치원의 운영시간을 어린이집화하여 더욱더 노동자 중심의 보육서비스로 유아교육을 퇴보시키겠다는 의미다.

LG 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육아기 자율근무제"를 시행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부모는 7시에 집 안 서재로 출근하여 2시간 업무를 보고, 9시 이후 2시간 동안 자녀를 기관에 등원시킨 뒤 회사로 출근하여 11시부터 남은 6시간 업무를 채운 후 퇴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의 경우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시행하여 8시간 전일 또는 4시간 반일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일 재택 근무 때에도 급여 및 복리후생, 승진에 불이익 없도록 하여 이용율을 높였다. 롯데는 여성 자동 육아휴직제와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출산한 여직원은 상사의 결재 없이 최대 2년까지 자동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남성직원들도 최소 1개월 이상 육아 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첫 달에는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하고 남성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한 '롯데 대디스쿨'을 운영하여 휴직 기간 육아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도록 돕는다.

정부와 교육부는 부모가 자녀 양육기에는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환경개선과 중소기업지원, 자영업자의 가정양육지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영유아중심 유보통합은 정부의 가정양육지원에 대한 고민없이는 여전히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로서의 돌봄, 부모를 자녀로부터 빼앗아 노동자로만 인식하는 기업에 대한 복무를 국가정책으로 더욱 강화할 뿐이다. 유보통합 국면에서 유아교육 5개년 계획의 기관 교육과정운영 및 시간은 영유아중심 유아교육을 충실히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이나 대학 부속 유치원을 모델로 삼으면서 동시에 가정양육지원이 정책화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물론 가정양육지원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생기는 틈은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 계획은 이런 관점으로 유아교육기관의 정규교육과정과 시간을 상정하고, 보조적 장치로서의 돌봄을 추가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 되었어야 한다.

교육과정 다양화 증대는 "영유아 중심"의 "질높은 교육·돌봄"이 될 수 있는가

교육부는 5개년 계획을 통해 "학부모가 교육관과 유아의 특성에 맞춤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을 다양화한다"며, 이를 위해 "2024년부터 기관별로 교육내용·교육방법·교육시간 등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각 유치원이 교육철학과 강점에 기반하여 특색 있는 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교육패러다임을 놀이중심으로 전환했으나 상당수 학부모는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 한글·영어 등 선행학습 등을 선호하여 유아영어학원 등 수요는 더욱 증가"한 현상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현재 국공립유치원 5만원, 사립유치원 6만원 지원하고 있는 방과후 과정비 지원금을 "2024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26년 만 3세까지 단계적 인상을 추진"한다.

과도한 사교육 문제는 초중고를 넘어 유아기까지 확대된지 오래다.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인지 중심 과목 교습 금지, 36개월 이상 유아에게는 하루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 금지 등 영유아의 인권보장을 위해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이 이미 지난 2021년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 의해 제안됐다. 영유아는 놀이를 통해 발달하고 세상을 학습한다. 놀이가 영유아의 공부고 학습인 셈이다. 그러나 대학 입시 과열은 영유아기의 발달 특성도 무시한 채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여 영유아기 조기 교육을 부추긴다. 인지 중심의 조기교육은 영유아 중심 유아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 충족을 위한 서비스일 뿐이다.

현재 유치원의 방과 후 교육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은 음악, 미술, 체육 등이 권장되지만 학부모 요구나 원아모집을 고려해 영어, 과학 등의 인지 교육 프로그램이 일부 진행되기도 한다. 그나마 학교로서의 정체성이 큰 국공립유치원이나 위탁 심사를 통해 운영자가 결정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인지 중심의 프로그램이 필터링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않은 사립 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은 사실상 제한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유보통합을 염두에 둔 정부 계획안에 유아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자율화하고, 심지어 방과후 과정비 지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정부가 유아 조기인지교육을 방관하고 심지어 조장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그동안 영어, 과학, 한글 등의 인지교육을 지양해 왔던 국공립 유아교육기관도 인지교육을 제공하는 기관 선호로 원아모집 압박을 견디기는 쉽지 않으리란 것이고,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인지교육을 허용하는 순간 "영유아중심" 유아교육의 마지노선은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정부 지원금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가장 우선적으로 기관교육에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곳은 정규교육과정 안에서의 격차 완화, 초등학교보다도 높은 학급 당 유아수 감축, 국공립과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따른 교사 급여 및 복리후생의 격차해소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러한 문제들은 남겨 놓고 영유아시기까지 내려온 사교육을 방관하고 더욱 조장하게 될 교육과정 다양화, 방과후 과정비 지원은 사교육 시장을 위한 정책인가 영유아를 중심으로 한 정책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0-5세 교육부 유보통합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노동자와 학부모에 대한 돌봄 서비스로 인식되던 기존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영유아 자신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으로 상향조정하고, 이를 위해 유아교육기관을 학교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학교가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인지를 묻는 학교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 유아교육을 학교체제로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그러나 그런 회의적 입장을 표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존 초중고 학교 체제에 몸담고 변혁을 꾀했으나 실패했다고 느끼는 이들이거나 초중고를 거치며 학교교육에 실망하고 절망한 이들이다. 학교는 분명 변혁되어야 하고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혁과 개혁을 위한 운동은 그 당사자인 초중고 내부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한 번도 학교였던 적 없는 유아교육을 대상으로 그들이 펼치는 학교 무용론은 공허하다.

유아교육은 국공립유치원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학교 시스템을 가진 적이 없다. 안정적 재정지원이 없어 지금도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편성으로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한시적 지원을 받고 있다. 몇 해 전까지도 보육대란은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어린이집은 서비스로 규정되어 학급 당 일정 정원이 되지 않으면 교사 지원비가 지급되지 않아 교사의 중간 퇴사가 종용되며 보육의 질이 위협받기도 한다. 장애유아를 위한 특수교사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관의 유형에 따라 급간식도 차별적으로 지원됐다. 교원 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교사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변변한 단체하나 만들 수 없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왜 교육부로 통합하는가? 다시 질문이 필요하다. 기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시스템에서 우린 무엇을 결핍했고 그 결핍은 어떻게 영유아에게 되돌아 갔는가. 유아교육은 당연히 유아가 중심이 되는 교육임에도 우린 왜 "영유아 중심"이란 단어를 유보통합 앞에 그렇게 간절하게 붙이고 있는가. 더 이상 "영유아 중심"이란 단어는 정부와 그 밖의 다양한 관련자들의 잇속을 감추기 위한 화려한 레토릭으로 이용돼선 안된다. 성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영유아도 하고 싶지 않다. 성인에게 불편한 환경은 영유아에게도 불편하다. 유보통합은 영유아를 성인과 동일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면서 무엇이 "유아중심"인지 하나하나 따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0.78명 저출생 시대,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유년기를 유보통합이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10명의 학자들이 유보통합의 당위와 방향에 대해 말했다. 유아교육, 보육, 아동학, 특수교육 등 그 전공은 다양했으나 "영유아가 중심"되는 0-5세 교육부 유보통합에 대해선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현장과의 소통을 최우선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4월 10일 발표한 유아교육 발전 5개년 계획 또한 학계, 양성대학단체, 현장교원 등 전문가 협의를 20회 이상 진행하고 현장관계자 포럼을 통해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하여 대학 해당 학과에 내려온 공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교육부 유보통합을 지지하고 소통하기 위해 성명과 기자회견 등 여러 루트로 애쓴 유아교육학회와 단체, 교육시민단체에도 의견을 묻는 공문은 없었다. 교육부는 성공적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본인들이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더 애써 주길 간절하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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