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마리당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함께 사는 길] 해양포유류법 제정 절실

지난 2월 11일, 제주도의 한 해변에서 점박이물범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다에서 활발하게 헤엄치던 점박이물범이 폐사한 채 갯바위에서 발견된 것이다. 점박이물범의 폐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양포유동물의 폐사는 대부분 그물로 인한 혼획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왠 물범?"이라며 생소하게 느끼는 시민들도 많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물범을 비롯한 해양포유동물이 꽤 많이 살고 있다. 제돌이로 잘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부터 토종 돌고래 상괭이, 대형 고래류인 밍크고래까지 우리나라에는 41종의 해양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 가덕도에서 헤엄치는 상괭이 무리. ⓒ환경운동연합

전 세계에서 고래가 가장 많이 혼획되는 나라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천 마리의 해양포유동물이 인간에 의해 죽고 있다. 특히 그물에 인한 피해가 대부분인데, 매년 1300마리 가량의 고래류가 그물에 걸려 죽고 있다. 우리나라의 혼획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왜 이렇게 많은 고래들이 그물에 걸려 죽는걸까?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어업 밀집도가 높은 국가다. 수많은 그물이 바다에 촘촘히 얽히고 설켜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해양포유동물이 그물에 걸리는 경우도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상괭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혼획되는 고래류인데, 주로 오징어나 갈치 등을 먹기 위해 쫓아가다 그물에 갇혀 죽는다. 연간 800~1000마리 가량이 죽는 상괭이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또 다른 혼획 원인은 고래가 돈이 된다는 점이다. 동해에서는 밍크고래가 잡혔다는 소식이 매월 들려오는데, 한 마리만 잡아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팔린다. 그래서 어민들은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른다. 밍크고래는 연간 80~100마리가 혼획되고 있으며 역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현행법상 고래류를 직접 포획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지만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에 대해서는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그물에 걸린 고래가 '우연히' 잡힌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잡은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밍크고래가 주로 잡히는 지역에서는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쳐두고 고래를 잡는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우리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포유동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의 경우 2006년 3만6000마리 가량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2011년에 들어서는 1만3000마리로 개체수가 감소했다. 절반 이상의 상괭이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쉽게 생각해봐도 매년 수천 마리의 해양포유동물이 죽고 있으니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추정해볼 수 있다. 2023년에 이른 지금에는 얼마나 많은 해양포유동물이 사라졌을지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함께사는길

해양포유류동물을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상괭이를 비롯해 우리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기도 하고, 관광 선박이 돌고래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거나, 상괭이가 혼획되지 않는 그물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종에 대해서도 별다른 보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고, 혼획을 방지하는 그물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상괭이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었지만 지정되기 이전보다 더 적게 잡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정부에 보고되지 않고 죽은 채 바다에 버려지는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해양포유동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환경운동연합은 '해양포유류법' 제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는 해양포유동물을 지키기 위한 법이 별도로 존재한다. 해당 법에서는 해양포유동물에게 단순히 상해를 입히는 수준을 넘어서 번식, 이동, 호흡, 출산 등의 모든 행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또한 해양포유동물이 너무 많이 잡히는 그물은 아예 금지시키거나 혼획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얼마나 많은 해양포유동물이 살고 있고 어떤 종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기 위해 3년마다 전 해역의 해양포유동물 조사를 실시하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조사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여러 방안을 통해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해양포유동물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은 없으며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생태계법')'과 '수산업법' 그리고 '고래자원의에 관한 고시'에서 일부 해양포유동물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다. 하지만 매년 수천 마리의 해양포유동물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항은 없는 상태이다.

▲ 지난해 포항에서 잡힌 밍크고래.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었다. ⓒ포항해양경찰서

해양포유류보호법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은 윤미향 의원실과 함께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발의했다. 이번 발의법에는 △해양포유동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진행하고, △해양포유동물의 이동, 호흡, 먹이활동 등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행위와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혼획률이 높은 그물에 대해서는 혼획저감장치를 부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일부 마련되는 셈이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국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별도의 '해양포유류법'의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양생태계법'의 개정만으로는 '수산업법'과 '고래고시'에서 다루고 있는 혼획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해양포유동물을 지켜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인간에 의해 피해를 입은 종을 보호하는 일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지만, 해양포유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폭염, 폭우, 해수면 상승과 같은 이상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되면서 생긴 현상인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발생원을 줄이고 흡수원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해양포유동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5% 이상을 흡수하고 있으며, 고래의 경우 마리당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일이 수천 그루의 나무 심는 것보다 기후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결과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해양생물의 80% 가량이 멸종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인류는 고래가 숨쉬는 바다가 아닌 텅 빈 바다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미 많은 해양포유동물이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해양포유류법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 그물에 걸려 죽은 상괭이. 매년 1000마리가 넘는 상괭이가 혼획된다.ⓒ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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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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