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하고, 국정원 몰래 쌍방울이 800만 불 北에 줬다?"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 "증거 없는 공안 사건…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왜 쌍방울로 갔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중 하나로 검찰이 수사 중인 이른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특이점이 있다. 국내 기업인과 정치인 등이 연루된 일반적 뇌물 사건과 달리, 뇌물이 오고간 목적지에 북한과 북한의 고위층이 등장한다. 쌍방울의 주가조작 및 배임 횡령 수사는 갑자기 공안 사건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찰의 특수부가 대북 송금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은 2019년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향후 추진할 대북사업 편의 제공을 도모했고,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는 경기도가 지급했어야 할 북한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등장 인물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과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그리고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다. 세 축의 대북 커넥션으로 결국 이재명 대표의 제 3자 뇌물죄가 구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집해 재구성한 대북 송금 정황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 담겨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환치기' 방식으로 중국 선양과 필리핀 마닐라 등지에서 북한 인사에게 총 800만 달러를 건넸다고 보고 있다. 그 중 300만 달러는 북한 인사인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과 리호남에게 각각 전달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재명 대표가 북한 인사에게 줘야 할 돈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게 '제3자 뇌물죄'의 요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측은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는 쌍방울 독자 대북 사업을 위해 쓴 비용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가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라는 데에 대해 "스마트팜 사업은 돈으로 주는 게 아니라 자재 등 물자로 하는 사업인데, 북한에 자재를 사서 공장을 지으라는 게 현재 대북 제재 상황에서 맞는 말이냐"는 반박이 나온다. 또한 300만 달러가 이재명 대표 방북을 위한 뇌물이라는 것도 "역대 도지사는 대가 없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에 돈을 주고 방북할 이유가 없다. 쌍방울의 방북 비용으로 보는 게 맞다"고 반박한다.

800만 달러의 진실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TF에서 쌍방울 의혹을 다루는 김병기 의원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김 의원은 1987년 안기부에 들어가 2013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을 지낼 때까지 26년간 정보기관에서 재직한 베테랑 정보 요원 출신이다. 김 의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한 사건이다. 쌍방울 기업 자체 비리 사건을 수사하다가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사건으로 둔갑시킨 것이 이 사건 수사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연합뉴스

북한에 800만 달러? 미국도 건너뛰고 국정원도 피해서 줬다?

김 의원은 "이 사건은 주가 조작 사건이고, 쌍방울이 1550억 원이라는 거금을 편취한 사건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북 사업에 타깃을 맞춘다. 대북송금이 이뤄졌다는 2018년은 대북 사업이 진짜로 그냥 봄바람이었다. 그러니까 (쌍방울이) 대북 사업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본질을 대북 송금으로 잡고 가면 안 된다. 이건 주가 조작 사건"이라고 했다.

검찰 주장에 의하면 북한에 돈이 건네졌다. 공안 사건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공안 사건처럼 다뤄지지 않고 있다. 공안 사건은 철저한 범죄 증거를 토대로 한다. 상대가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 돈을 받았는지,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안 사건은 '진술'에 의존할 수 없다. 통상 공안 사건은 5년 정도 걸린다. 피의자의 진술을 받아놓더라도 피의자가 그 사실을 부인하면, 북한 측에 확인하거나,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술만 존재할 때는 증거 수집을 위한 '내사'를 한다. 공개수사가 아니다. 피의자 진술 하나하나에 사진이나 서류 등 증거 자료를 하나하나 첨부해야 한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로 엮으려는 쌍방울 사건은, 돈의 종착지가 북한과 북한 고위 인사인데도, 국내(남한) 인사들의 진술로만 재판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심지어 김성태 등의 진술은 계속 바뀌고 있다. 공안 사건을 이렇게 수사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자신이 있다면 이를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국정원에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 '쉬운길'을 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그러니까 돈이 건네졌다고 하는 (검찰은 2019년 1월과 11월에 500만 달러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을 위해 북한에 건네졌고, 같은 해 4월에 300만 달러가 이재명 당시 지사 방북 비용으로 건네졌다고 주장한다.) 2019년 9월에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유죄가 나왔어요. 그러면 시쳇말로 목이 떨어져 버린 거거든요. 그런데 11월쯤에 북한을 가겠다고 돈을 김성태가 대신 내줬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것도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역대 그러니까 경기도지사가 방북 문제와 관련해서 돈을 갖다 준 적이 없습니다. 

돈을 주면 당연히 안 되는 게, 두 가지 때문에 안 됩니다. 첫째 남북 교류 하는 데 있어서 돈이 들어가면 제재 위반입니다. 둘째, 만약 제재 위반을 뚫고 가더라도 국가보안법 문제가 생깁니다. 벌이 매우 셉니다. 징역 10년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국정원의 눈을 피해서 예를 들어 몇만 달러도 아니고 800만 달러가 북한에 갔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800만 달러가 정말 넘어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돈이 넘어갔다고 칩시다. 그 300만 달러가 넘어가는 걸 만약에 국정원이 몰랐으면 국정원 문 닫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300만 달러 실제로 넘어갔는지, 그 성격이 어떤지는 검찰이 국정원을 조사하면 된다. 저는 그게 안 넘어갔거나, 또는 그게 김성태의 방북 비용이라고 보는 겁니다."

김 의원은 북한 체제의 특성을 무시한 채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남북 협상에서 북한이 불리할 때 자주 하는 말이 '당신들은 1년 짜리 아니냐'라는 말이다. 선거로 언제든 공직자가 바뀌고 협상 파트너가 바뀌고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당시 재판에서 경기도지사직을 박탈당하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는 그야말로 '1년 짜리'일 뿐이다. 그런 파트너에게 북한이 돈을 받고 뭔가를 약속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화영 전 부지사와 북한을 연결했다는 '브로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게 주목한다. 북한을 접촉할 수 있는 그와 관련된 정보를 국정원이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검찰은 국정원을 통하지 않고, 피의자들의 진술만 붙잡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심지어 피의자의 진술도 계속 변했다. 그런 피의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에 반드시 관련 첩보가 있습니다. 100% 있어야 될 겁니다. 안부수 회장은 국정원이 제재하고 통일부가 제재를 하면 활동을 못하게 되는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안부수는 반드시 (정보 당국 등에) 보고를 했을 것이고 (정부가) 그걸 몰랐을 리 없었을 겁니다. 국정원에는 그 관련된 첩보가 있을 건데, 그 첩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검찰 입장에서는 100% 거기부터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 공안 사건에) 이런 케이스가 없잖아요. 북한에다가 돈을 800만 달러, 100억 원을 줬다는 사건도 있을 수가 없었던 거죠. 더군다나 이화영 부지사가 이런 데 문외한이다? 그러면 혹시 가능해요. 하지만 이화영 부지사는 북한과 교류 과정을 잘 아는 분이고, 교류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어서 고초도 겪었던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건을 할 때는 통일부와 국정원이 반드시 껴야 되고 적법하지 않게 북한과 거래를 했다가는 큰일 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죠.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검찰이 지금 국정원에 문의조차 안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문의는 분명히 비공식적으로 했을 거예요. 비공식적으로 했을 때 비공식적인 답변을 받았을 거예요. 그게 안 됐다면 이상한 거죠.

다시 말하지만, 북한과 관련된 소위 공안 사건은 범죄증거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내사를 계속하고 수사 단계로 못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은 이상하게 수사를 한 다음에 많은 얘기들이 바뀌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의 쌍방울 사외이사 진출…여기에 대한 수사는?

김 의원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쌍방울에 사외이사 등으로 7명이 들어갔다는 사실에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성태와 쌍방울 그룹의 수백억대 배임과 주가 조작 사건이고, 불법 행위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사건인데 과연 검사 출신 사외이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쌍방울 사외이사진을 보면 굉장히 기형적이다. 특수부 출신들이 일단 대거 포진돼 있다. 여기엔 심지어 2014년에 김성태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을 때 그를 구속한 담당 검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일반적인 사회 이사회 범위에서 벗어나서 김성태 가족들까지 변호하는 밀접한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인데 쌍방울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일 수원지검 2차장 검사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아끼는 후배 검사라고 알려져 있다. 윤석열 사단이 수사하는 윤석열 사단 출신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게 과연 공정할까. 공정하다고 그러면 거짓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사외이사 중 한 명이 쌍방울 수사 자료를 주고받는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언론에서 이게 민주당 관련 수사만 부각해서 마치 쌍방울 사건이 이재명 대표 또는 민주당과 특수관계인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같은 논리대로면 쌍방울은 친윤 사회 인사들이 가득 차 있는 사건이다. 그것을 봐도 제대로 수사하기에는 이미 틀렸다"고 비판했다.

"대공 수사 업무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분들이 좀 당황해 하는 그런 게 있습니다. 대공 수사는 그야말로 증거를 가지고 하는 건데 지금 사건은 증거 없이 하고 있거든요. 대공수사 경험이 많은 분들은 이 수사가 미칠 파장이 장기적으로는 있다고 봅니다. 굉장히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거죠. 증거도 부실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기소되고, 유죄가 나왔다고 쳐 봅시다. 대공 수사는 전부 범죄 증거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진술만으로 유죄가 나오면 앞으로 대공 수사는 옛날 독재시대 처럼 자백과 진술로만 기소를 해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 시대로 돌아간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자백만 가지고 또는 정황 진술만, 무고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진술만 가지고 만약 사건이 다퉈진다면 앞으로 모든 공안 사건의 전범이 되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 대해 굉장히 우려를 합니다. 이건 인디언 기우제 같은 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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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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