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역대 美 대통령 최초 형사 기소…지지층 결집에 기부금도 급증

혐의 미공개 속 성추문 입막음 위한 장부 조작·선거법 위반 등 추정…유죄 받아도 대선 출마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전·현직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법정에 설 예정인 만큼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사장의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 검찰이 이날 저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접촉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인정신문을 위해 맨해튼지검으로의 신병인도에 대해 조율했다고 밝혔다. 지검 쪽은 심문 기일이 정해지면 다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를 심의하던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아 기소로 이어진 정확한 혐의는 알 수 없지만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한 포르노 배우에게 과거 성관계 사실에 대한 입막음 대가로 회사 장부를 조작해 합의금을 줬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다만 장부 조작 자체는 중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미 언론은 선거법 위반 등 알려지지 않은 추가적 혐의 또한 공소장에 적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CNN 방송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30건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수잔 네첼레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달 4일께 자진 출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온다면 거부하겠다고 밝혀 자진 출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병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해 성명을 내 "정치적 박해이며 사상 최고 수준의 선거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민주당이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선주 주자인 정치적 반대자 처벌을 위해 사법 체계를 무기화했다"며 "이 마녀사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대한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소속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도 브래그 지검장이 "대선 개입을 시도하며 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고 비난하며 "하원은 브래그 검사장과 그의 전례없는 권력 남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번 기소가 미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30%)를 제치고 공화당원 44%의 지지를 받으며 당내 선호 1위 후보 지위를 굳혔다.  

다만 현 상황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이번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애나 커민스키 뉴욕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죄 판결이나 기소로 인해 대선 출마가 금지되는 헌법상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수사와 기소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트럼프 쪽 모금 단체가 "마녀사냥"을 비난하며 지지자들에게 기부 호소 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체포될 것이라고 주장한 지난 18일 이후 약 일주일 간 모인 금액만 200만달러(약 26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트럼프 전 대통령 쪽 모금액(5000만달러)이 그 전 해(4600만달러)보다 줄어든 데다 최근 유력한 경쟁자인 디샌티즈 주지사 쪽으로 기부금이 몰릴 것으로 우려된 가운데 '단비'가 쏟아진 것이다. 

여기에 29일 발표된 미 퀴니피악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2%의 미국인이 이번 수사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고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기소가 핵심 지지층 결집 이상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44%, 전체 응답자의 6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소가 당 내부 경선에까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퇴임 뒤 계속되는 법적 문제에 부동층이 거부감을 느끼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짚었다.

▲2021년 7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서 유세 중에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각) 미국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소식을 일제히 알렸다. 사진은 미 CNN 방송 누리집 화면을 갈무리한 것. ⓒCN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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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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