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공황장애'로 청문회 불참…"또 법 기술 이용해 회피"

결국 청문회 일정 연기…국민의힘 "정순신, 법조인이 법률지식 활용한 것에 불과"

국회 교육위원회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당사자인 정 변호사가 불참하면서 결국 일정이 연기됐다.

야당 교육위원들은 "또 법 기술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회피했다", "정순신 빠진 정순신 청문회는 의미 없다"면서 정 변호사의 출석을 요구했다. 여당위원들은 정 변호사는 사인(私人)에 불과하다며 청문회 개최 자체에 반발했다.

정 변호사는 31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전날 밤 청문회 증인 불참을 통보하고 이날 청문회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교육위에 따르면, 정 변호사가 밝힌 불참 사유는 '공황장애'였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에 "질병으로 인해 출석이 불가하다"면서, '공황장애 3개월' 진단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 교육위원들은 정 변호사의 불출석은 의도적 회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 제출 마감 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둔 밤 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면서 "이번에도 정순신 증인은 국회를 상대로 법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말 질병이 있어 참석이 불가했다면 왜 출석요구서를 수령할 때 말씀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면서 "정순신 증인은 변명하지 말고 또 회피하지도 말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오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강민정 의원은 "정순신 청문회가 정순신 없이 진행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당하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은 것은 (아들 사건과) 너무나도 유사한 방식으로 , 부전자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순신 전 검사는 공황장애, 질병 사유로 불출석했는데, 정순신 아들의 피해 학생이 공황장애로 엄청 고통을 받았다는 그런 진술이 바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변호사 아들은 참석하지 않은) 징계조정위원회에 피해 학생은 참여했다. 자기의 피해가 계속 생생하게 다시 소환되고 환기되는 그 자리에 끝까지 앉아서 질의에 답을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가해 책임을 추궁당하고 규명해야 될 당사자인 정순신 전 검사가 전 국민이 지금 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득구 의원도 "불과 한 달 전이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 팔팔하던 정순신은 어디 가고 아들 비리를 밝히려고 청문회를 한다니까 갑자기 3개월(만에)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한다"면서 "오늘 청문회는 연기를 해서라도 정순신, 그리고 그 아들까지 불러서 이제는 국민의 의혹을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우리 위원들이 반드시 밝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검사 출신의 법 기술에 맞서서 국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출석시켜야 한다"면서 "고의적인 불출석에 대해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여 증인을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청문회 개최 자체에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야당 교육위원들은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반발 속에 청문회 실시 안건을 단독으로 의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및 무마 과정에 대해 "국가 권력이 부당하게 또 조직적으로 개입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볼 때 이번 사건은 화가 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법조인이 법률 지식을 최대한 활용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위법이 있었다고 한다면 수사가 개시되고 사법 절차 밟는 것이 순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정순신 이름 석 자를 넣어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흠집내기, 발목잡기에 혈안이 되어서 교육위와 상관 없는 안건을 집요하게 들고 나오고 있다"고 역공했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국민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학교폭력의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서 국회법에 따라서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며 청문회 개최에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

유 위원장은 청문회 일정 변경을 해야 한다는 야당위원들의 의견 제시에 따라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재적 13명 중에 찬성 9명, 반대 3명으로 결국 청문회 일정이 변경됐다.

청문회 일정이 연기되자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순신이 강제전학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서 거주지 이전 전학 절차를 의도적으로 한 것인가가 확인된다면 당연히 오늘 청문회의 연속 절차로 추가적 청문회 절차나 아니면 추가적인 형사고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해 보지도 않고 의사일정을 그냥 변경한다고 하는 것은 위원장과 위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청문회를 임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의 의지가 아니라 애초부터 정순신 아들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나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은 정 변호사를 비롯해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정 변호사 아들 전학 취소 행정소송을 대리한 송개동 변호사, 정 변호사 아들이 졸업했거나 다니고 있는 서울대 입학본부장, 민족사관고·반포고 교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송 변호사도 '재판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3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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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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