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전격 교체에 뒷말 무성…野 "알력다툼" vs 與 "읍참마속"

박홍근 "블랙핑크·레이디가가 공연 보고 누락으로 사퇴? 안보실이 이토록 허접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교체된 초유의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안보실 내 외교 라인과 비(非)외교부 라인 사이의 알력 다툼을 사퇴 배경으로 유력하게 제시하면서, 급작스러운 안보 수장 교체에 따른 추가 외교 참사를 우려했다. 여당은 알력설을 강하게 부정하며 대통령실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따져볼 때 파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말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합동 공연 제안을 보고받지 못해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했다는 말이냐.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안보실이 이토록 허접한 곳이 됐느냐"며 대통령실에 김성한 전 실장 교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외교 참사에는 끄떡없더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참으로 이상하다"며 "다음 달 있을 방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전략을 짜도 모자랄 대통령실이, 대책은 고사하고 온갖 풍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사표 때부터 '안보실 내부 알력 싸움의 결과', '김건희 여사 최측근인 김승희 선임행정관과 외교부 출신 간의 갈등' 등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업무 구분도 없고 프로토콜도 없고 시스템도 없이 어느 때보다 복잡한 외교·안보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음달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벌써 '오므라이스 회담 시즌2'가 되지나 않을지 국민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국회 업무보고마저 회피하며 사태를 방치해 온 국민의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번 미국 순방마저 외교 참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국회 운영위원회부터 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안보실장의 교체 배경으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설을 콕 집어 이야기했다. 우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전 안보실장을 비롯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줄사퇴와 관련해 "정통파 외교관들이 지금 다 그만둔 것"이라며 "저런 경우는 보통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설 때문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게 정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보실장 교체 심지어 주미대사 교체가 말이 되느냐. 엄청난 외교 사고다. 결례"라면서 "그만큼 대통령실 안에 급박한 일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준비 중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등이 제안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초청 행사'를 수차례 보고하지 않아 경질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 의원은 "그건 실무진을 교체할 사안"이라면서, 이어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또 "이건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여진다"며 "외교관 생활을 오래 했던 직업적 외교 라인들은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을 저렇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를 많이 표시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은) 외교부가 갖고 있는 정통적인 원칙도, 그건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한일 외교를 쭉 진행해 왔던 정통적인 외교라인 룰에 어긋난 정상회담 접근법"이라며 "일본 측에서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굉장히 모욕적인데다가 결례이고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뒤치다꺼리는 전부 외교부가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불만이 쌓일 수 있고, 그것이 안보실 내 외교라인과 비외교부 라인의 갈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저는 보고 있"고 덧붙였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갈등설을 언급하며 "그것이 현상적으로 나온 게 이 사태"라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적' 발언이나 '바이든 날리면' 문제는 사실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지만, 거기에 대응해야 하는건 외교라인"이라면서 "(외교부 입장에선) 그것들이 계속 쌓였을 것"이라며 "특히나 유엔총회 갔을 때 한일정상회담 때도 태극기조차 걸지 못한 회담을 하고 왔고 거기에 대한 비판이 되게 많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늘공(일반직 공무원)' 대 '어공(별정직 공무원)', 혹은 옛날 정권 (대 현 정권) 등 갈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위계질서가 잡혀 있으면 극복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실장과 차장의 알력 다툼으로 실장이 튕겨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에 하나 경질을 하려고 했어도 방미,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마무리하고 정리를 시키시는 게 맞았다고 본다"며 "중요한 정상회담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으로서는 되게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는 알력설을 극구 부인하고 '단순 실무 착오'에 따른 경질이라며 사건의 크기를 축소시키는 데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갈등이 있었다는 둥 그런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사무총장은 "정책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유를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보도 나오는 것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김성한 안보실장은 지난 2년 가까이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외교안보 틀을 짜온 분"이라며 "외교안보실장을 맡을 때도 정부가 안정되고 한미 관계나 일본 관계 정상화, 한미 동맹 복원, 그 다음에 한미 협력체계가 구축되면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런 과정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상태에서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것 아닌가"라고 봤다.

이어 '블랙핑크·레이디가가 초청 행사' 보고 누락에 따른 경질이라는 추측이 나도는 데 대해선 "이런 것 자체에 (대해) 확인해 보지 못했는데 단순히 그런 것 가지고 사임을 하셨겠느냐"면서 "아마 피로도 누적이 되고 또 여러 가지 매듭이 된 상태에서 진퇴할 시기를 보고 계시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 간의 문화프로그램 보고 누락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실무적인 선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실장이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성과를 같이 했던 인사지만 이 정도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대통령실의 기강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장 교체에 사전에 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갑작스런 교체지만 윤 대통령께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런 인사 결정을 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을 수행하면서 오직 공무 수행에만 전념하는 모습으로 당과 정부가 운영되면 하는 것이 제가 가진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본인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은 사의 수용 의사를 밝혔으며, 조태용 주미대사를 신임 안보실장에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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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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