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 "한국 소득격차 심각", 해소 위한 '정부책임' 의견은?

노회찬재단·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불평등사회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한국사회는 불평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높으나, 대안적 사회의식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회찬재단,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23년 불평등사회 국민인식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해 지난달 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69세 이하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89.5%가 '한국의 소득 차이는 너무 크다'는 의견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능력·노력 대비 자신의 소득수준이 '낮다'고 대답한 비율은 62.0%로, 이는 2009년 ISSP(국제사회조사) 당시의 비율(51.0%)에 비해 10%p 상승한 수치다.

가난이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는 인식은 2009년에 비해 11.2%p 줄어 전체의 63.8%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반면 "오늘날 한국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는 전체의 57.5%가 동의했다. 이는 같은 의견에 대한 스웨덴(8.5%), 독일(27.6%), 스페인(25.8%), 미국(14.7%) 등 해외국가의 동의 비율(ISSP)을 현격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조돈문 전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한국의 소득불평등에 대한 심각성 인식 정도는 매우 높은 편"이며 "사회질서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도 폭넓은 사회적 동의가 형성"돼 있다고 평했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초대 이사장 ⓒ프레시안(한예섭)

다만 조 전 이사장은 "시민들은 불평등 심화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책임 의견은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라며 해당 조사에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양면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서 '한국의 소득차이가 너무 크다'는 주장에 대한 찬반의견을 수집해 점수화한 결과는 1.75점(1에 가까울수록 찬성)으로 나타났는데,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에 대한 평균 점수는 2.21점(점수방식 동일)으로 나타났다.

두 점수의 차이 값인 '전환지수'가 클수록 "현실인식과 정책대안 사이의 괴리"가 커지는 셈인데, 해당 조사의 전환지수는 1.26점으로 2009년도 조사 당시인 1.22점보다 0.04점 상승했다. 조 전 이사장은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득격차 축소가 정부 책임이라는 의견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도 양면적인 의식이 발견됐다. 사회복지 확대에 필요한 증세 필요성에는 과반 이상(53.4%)의 참여자가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본인이 직접 증세를 부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63.7%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해당 결과를 두고 조 전 이사장은 특히 시민들의 복지증세 부담 의향이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크게 높아졌다가, 사회경제개혁 정책 후퇴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라며 "촛불정부의 소임을 방기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바람직한 대안사회로의 이행 기대감을 낮추고 복지증세 부담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평했다.

다만 이날 발표회의 토론자로 참여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증세부담 반대의견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라며 "고소득층의 탈세 문제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맥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견을 더했다.

서 대표는 '작은 정부론'이 확대되고 있다는 조 전 이사장의 해석에 대해서도 "(참여자들은) 정부가 노력을 하더라도 다른 나라 정부나 다국적 기업들의 영향력이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라며 "일본, 중국의 수출규제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프레시안(한예섭)

한편 이날 발표된 국민인식조사엔 '평등과 공정'에 대한 인식 이외에도 △성평등과 안전보건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의제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가 포함됐다.

성평등 관련 인식 조사에선 우리사회 성차별 구조에 대한 남녀 간의 인식 차이가 두드러졌다. '우리 사회의 태도, 행동 등 전반적 분위기가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에 더 우호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성 응답자들은 전체의 82.5%가 '남성에게 더 우호적'이라 대답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같은 대답을 남긴 비율이 전체의 48.0%에 그쳤다. 이 같은 성별 인식 격차는 특히 20대와 30대 등 청년세대 내에서 두드러져, 두 집단에서의 남녀 간 인식 차이는 각각 54%p, 56.2%p로 드러났다.

기후변화 관련 인식 조사에선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후변화 위험 인식이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95.1%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상승의 위험에 대해 동의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90.4%), 배출책임 기업 규제(95%), 재생가능에너지(92.9%), 산업구조 개편과 탈성장(92.3%) 정책 등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한 동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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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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