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 입양한 노르웨이 엄마가, '진실 찾기'를 지지합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21) 입양부모가 느끼는 입양과 인권 침해

1998년, 15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입양되었고, 크리스마스 직전에 내 아들이 도착했다. 곧 돌이 될 나이였던 아들은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때였는데, 작은 파란색 가방에 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2020년 1월, 아들은 영국에서 전공으로 사진을 공부하면서 정체성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집에 와서 자신의 입양 서류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파란색 가방을 찾아주었는데 거기에는 서류 묶음, 도착할 때 입고 있던 옷, 잠옷, 젖병, 공갈젖꼭지, 그리고 10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이 있었다. "정말 이게 전부에요?" 그가 물었다.

▲아들이 입양될 당시 함께 보내진 가방. ⓒ크리스틴 몰빅 보튼마크

그는 영국에 있는 대학으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로 인해 사회 전체가 봉쇄되었다. 엄마인 나는 기숙사에 혼자 앉아 있는 아들과 매일 연락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사이에 입양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입양가족 안에서 닮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서양 문화를 기준으로 자신을 외국인으로 보는 "백인" 사회에서의 경험은 어떤가? 자신의 생물학적 기원을 모르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왜 그는 한국이 떠나보낸 20만 명의 어린이들 중 한 명이 되었는가?

아들과의 대화를 잘해보고자 나는 문헌과 연구를 찾아보고 다양한 집단과 친숙해지면서 많은 해외 입양인들이 왜 아이들이 태어난 가족과 문화에서 뿌리째 뽑혀졌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2년 가을, 나는 '덴마크 한인 권리 그룹'(Danish Korean Rights Group, 이하 DKRG)이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한국 출신 입양인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뿐 아니라 '노르웨이 한인 권리 그룹'도 만들어지면서, 노르웨이의 몇몇 한국인 입양인들도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노르웨이에서는 해외입양인들이 수년간 정부에 해외입양 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왔고, 2023년 1월 마침내 아동가족부 장관이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해외입양의 서사는 입양 부모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왔고, 입양은 행복으로 충만하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지배적인 이야기였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이를 얻은 입양 가족과 더 나은 삶을 얻은 타국에서 온 아이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나는 DKRG가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한 사례를 통해 입양 시스템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이는 입양인, 특히 그들의 친생부모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권 침해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물론 많은 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이 진짜 신분과 정체성을 조작한 서류에 기반한 것이라고 의심할 때 우리 가족과 나는 상처를 받는다. 한국 아이를 입양한 어머니로서 그런 글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런 글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해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인권을 침해하는 시스템에 참여한 것일 수 있음을 인정하기는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다. 나는 엄마로서는 고통스럽더라도 인간으로서 입양과 관련된 복잡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 입양과 입양 구조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부모로서 우리는 입양 제도가 실제로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입양된 약 6000명의 입양인 중 대부분이 성인이 되었다. 그들은 변호사, 선생님, 심리학자, 작가, 연구원, 언론인, 그리고 교수가 되었다. 때문에 이들 중 누군가가 해외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성인 입양인들이 해외입양 조사를 요구할 때, 나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정밀 조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근원과 배경, 입양 과정,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진실을 원한다. 그들은 전적으로 유엔 지침에 따라 비리를 밝혀내고 해당 당국과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

그렇다. 우리가 믿는 이야기가 무너지고 입양 가족으로서의 자아상이 흔들리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리는 공동의 책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아이를 한 번 입양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평생 지고 산다. 그들의 생물학적 가족들도 괴로움을 당했을 수도 있다. 입양가정으로서 우리는 결코 인권침해를 정당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입양 부모들이 그들의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때로는 혹독할 수도 있는 아픔을 받아들이자고 요청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할 수 있다. 아픔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양은 평생을 지속하며, 다가올 수많은 세대에 영향을 끼친다.

▲이 글을 쓴 크리스틴과 아들. ⓒ크리스틴 몰빅 보튼마크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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