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님, 더 이상의 '삽질'은 안 됩니다!

[함께 사는 길] 금호강에 또 파크골프장을…?

홍준표 시장님, 안녕하신지요? 저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금호강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금호강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를 막아 금호강의 아름다운 자연생태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금호강에 다시 삽질을?

금호강은 사실 무척 아름다운 하천입니다. 산업화 시절 대구의 온갖 오물들의 하수구로 전락했던 금호강이 90년 중후반부터 대구시와 민간의 노력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놀라울 정도로 생태환경이 회복된,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부활한 하천입니다. 그러하기에 더 애착이 가는 하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산업화 시절 대구가 내다 버린 자식이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우리 앞에 돌아와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금호강은 그런 하천입니다. 그런데 그런 금호강에 또다시 '삽질'을 가한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시장님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 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세 가지 선도 사업만 밝혔지만 본격적인 개발사업들을 들고나올 때가 실로 걱정이었습니다. 그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랐지만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감을 느낍니다. 바로 지난 1월 26일 발표한 금호강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을 보면 말입니다. 파크골프장은 특성상 너른 부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은 강의 둔치를 잠식해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추가 증설하겠다는 파크골프장 역시 금호강에 들어서더군요. 이번에 조성하는 파크골프장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의 파크골프장 수는 기존 28개소에서 34개소로 늘어나게 되고, 금호강에만 기존 14개소에서 20개소로 파크골프장이 확장되더군요. 금호강 대구 구간 42㎞에 20곳이나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거의 2㎞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호강 둔치는 대부분 개발이 돼버려 이곳을 이용해서 살아가야 할 야생동물들은 서식처를 잃고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에 대구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환경·사회·종교단체들로 구성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성명을 내고 파크골프장을 추가 증설하려는 시장님과 대구시를 강력히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장님은 "파크골프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생활체육으로 각광 받는 스포츠이자 노인복지시설로 노인질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대구시는 구·군과 함께 파크골프장을 노인복지시설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파크골프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소리로 들려 시장님과 대구시의 몰(沒) 생태적 하천관리 정책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장님,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현장에 한번 가보셨습니까?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는 금호강을 따라 하류에서부터 상류로 올라가면서 과연 그곳이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도 되는 적당한 입지인지를 확인해봤습니다. 지금부터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파크골프장 신설 위치. ⓒ정수근

금호강에 파크골프장, 더 이상 안 된다

먼저 대구 달서구 파호동 강창교 아래 금호강 둔치는 달성습지와 연결된 생태계로 봐야 할 입지였습니다. 이런 곳은 달성습지의 배후습지로 보존해야 할 곳이지 개발 대상이 아닙니다. 이곳 아래에 대구시는 새로운 교량까지 건설해서 강정고령보 디아크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려는 계획(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의 하나로 '디아크 문호관광 활성화사업')도 가지고 있지요. 이렇게 되면 신설 교량과 신설 파크골프장으로 이 일대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곳 신설 파크골프장은 불가 입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달서구 방천리 위생매립장 앞 금호강 둔치입니다. 이곳은 부근에 이미 두 곳의 넓은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이 파크골프장도 모자라 금호강 둔치까지 확장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굳이 하겠다면 이미 개발한 둔치인 방천구장을 활용할 일이지 이곳에 겨우 남아있는 둔치마저 내놓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약탈적 행정'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곳도 불가한 입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상류로 올라가면서 인근에 세 곳이나 더 파크골프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수동 파크골프장과 비산동 매천대교 상단 그리고 하중도인 금호꽃섬 옆 금호강 둔치의 신설 파크골프장들입니다. 이 세 곳의 파크골프장이 모두 조성되면 그야말로 이곳에 사는 수달과 삵,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들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요?

마지막으로 동구 봉무동 금호강 둔치에 들어서는 파크골프장입니다. 이곳에도 넓은 파크골프장이 이미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도 부족하니 더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욕심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이미 들어서 있는 리틀야구장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압니다. 아이들을 위하는 시설을 노인들을 위한다는 파크골프장에 내어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어서 이것은 용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하면 새로 조성하겠다는 6곳의 파크골프장 중에서 5곳은 불가한 곳이고 한 곳만 가능한 입지란 소리입니다. 모두 생태계의 단절과 고립 더 나아가 그곳마저 개발돼버리면 야생동물들이 숨어지낼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져 그야말로 생태적 대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입지입니다.

따라서 파크골프장을 새로 지으려면 이곳 금호강이 아닌 강 밖의 땅을 찾아 신설하는 것이 옳습니다. 금호강의 야생동물들도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 이상 금호강에 파크골프장을 신설하는 약탈적 행정을 그만둬야 합니다.

▲ 대구시 수성구청이 금호강 팔현습지에 건설한 수성파크골프장 전경. ⓒ정수근

약탈적 행정이 아닌 공존의 행정으로

파크골프 인구가 늘어났다고 그 수만큼 더 파크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탁상머리 행정입니다. 더 지을 곳이 없는 입지를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수요관리를 통해 계도해 나가야지요. 그러라고 공무원과 행정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이미 전국 광역시 중 압도적 1위인 28곳이나 되는 파크골프장을 보유한 대구시는 더 이상 파크골프장을 신설하려 할 것이 아니라 이들 파크골프장을 적절히 잘 관리해서 소외되는 노인들이 없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천은 특히 도심의 하천은 야생동물이 인간의 개발 행위를 피해 마지막으로 숨어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이곳마저 인간이 개발해버리면 이들 야생동물들은 갈 곳이 없고 살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을 잘 헤아려 '약탈적 행정'이 아닌 '공존의 행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시장님이 명심하고 앞으로 하천관리의 철학으로 삼아야 할 소리라 생각합니다.

공존의 길에 걸맞게 금호강에 신설하겠다는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은 중단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굳이 하시겠다면 봉무동 한 곳 정도만 추가하고 나머지는 모두 철회해주실 것을 거듭 요청합니다. 시장님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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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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