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KT는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간 기업 사장 선임에 정치권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전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총회를 앞두고, 후보에 공식 내정된지 보름만에 물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태는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들만 사장 후보 면접 대상자(숏 리스트)에 올렸다며, 그 중 윤경림 후보를 콕 찍어 비판했다. 박성중, 김영식 의원 등 과방위원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미는 후보들이 대거 탈락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4일엔 <서울신문>이 'KT 새 대표 윤진식 유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말 연임 도전을 시사한 뒤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구현모 KT 대표가 돌연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며 "차기 대표 지원자 중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었던 인사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숏 리스트'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박성중 의원은 "심사 기준이 전부 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부인사가 유리하다"며 "그러다보니 외부인사가 전부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원들은 특히 "4명의 후보 중 한명인 윤경림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맴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사실상 특정인에 대해 비토를 놓았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현모 대표가 일감몰아주기, 배임, 부당 향응 제공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윤경림 후보를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구현모 대표가 자신의 방패막이가 될 인사로 윤경림 후보를 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자회견이 있은 후 지난 7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후보를 일감 몰아주기, 배임, 부당 향응 제공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이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속전속결로 배당했다. KT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구 대표의 일감 몰아주기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KT 등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를 적용받는 기업으로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고, 향응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KT는 향후 관련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여기에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3각 압박'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경림 후보의 이날 사의 표명에는 이같은 여권의 전방위적 압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경림 후보의 중도 사퇴 파문으로 윤석열 정부의 '신관치'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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