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돼지고기 시위'는 전형적인 혐오"

국내 혐오표현, 국제규범에 역행 중 …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대구시 북구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돼지머리 전시', '돼지고기 시식' 등의 행위에 우려와 제지의 뜻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16일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부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거나 전시하는 행위'는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이들을 향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부추기는 행위"이며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구시 북구에선 경북대 소속 무슬림 유학생들이 북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 2020년 12월부터 이슬람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지 3개월여가 지난 2021년 2월 '사원 측에서 (사원이 아닌) 집을 짓는다고 속였다'라 주장하며 주민탄원서를 북구청에 제출했고, 이후 건축현장 인근 등에서 사원건축 반대 집회를 이어나갔다.

북구청은 주민탄원서를 이유로 "공사 강행 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건축업체에 공사 중지를 통보했다. 사원 측은 북구청의 공사중지 처분에 반발해 공사중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최종심 끝에 대법원은 "대구 북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은 위법"하다며 사원 측 승소로 판결했다.

사원반대 주민들의 돼지머리 전시는 대법원 판결 이후 벌어졌다. 지난해 법원 판결로 공사가 재개되자 판결에 불복한 일부 주민들이 공사현장 근처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돼지머리와 돼지다리 여러 개를 전시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원 측은 해당 행위를 제지하고자 대구시와 북구청에 개입을 요청했으나 북구청은 "돼지머리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이번 사건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인권위는 "정부는 국제인권규범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이러한 혐오표현에 담긴 불관용과 차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혐오행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는 대구시와 북구청 등 행정기관에 대해서도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대응과 회복,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 같은 지적은 돼지고기 등을 이용해 종교적 정체성을 공격하는 주민들의 행위가 국제인권규범에 어긋나는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실제로 한국은 1965년 유엔(UN) 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지난 1978년 가입한 상태이며, 해당 협약이 부여한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이행 당사국이다.

유엔은 지난 2019년 5월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별과 같은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를 근거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말, 글, 행동 등으로 공격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유럽평의회 또한 이슬람에 대한 차별을 뜻하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현상에 대해 '무슬림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종주의의 한 형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사원반대 주민들은 돼지머리 전시 건 이전에도 "사람을 죽이는 악마종교", "테러리스트" 등 무슬림을 비난하는 문구를 담은 '혐오현수막'을 공사현장 인근에 게재하기도 했는데, 이는 유엔 등이 규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슬라모포비아 행위로 분류된다.

인권위는 지난해에도 해당 현수막에 대해 "옥외광고법 제5조 제2항 제5호에 해당하는 인종차별 등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광고물"이라며 현수막 게재 행위에 대한 제지를 권고한 바 있다.

옥외광고법 제5조 2항 5호에선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내용을 담은 문구를 금지광고물로 규정하며, 적법한 집회에서도 이에 해당하는 광고물을 게시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금 대구시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및 시민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시험하고 확인하는 현장이 됐다"라며 "지역사회와 대구시민들은 일상에 스며든 혐오를 경계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표현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염형국 인권위 차별시정국장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 이슬람사원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이번 이슬람사원 사태에서 확인되는 일부 주민들의 혐오행태가 △10.29 이태원 참사 △2018년 제주 예맨 난민 사태 등에서도 일관적으로 발견돼왔다며 정부가 집단혐오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국장은 구체적으로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혐오표현 형사범죄화 △혐오표현 피해자에 대한 민사구제 △차별시정기구를 통한 차별행위 규제 및 피해 구제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염 국장은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혐오표현금지법'의 경우 "신중할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일부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형사범죄화보단 포괄적인 '반차별정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차별금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세우고 차별금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그 첫걸음으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꼽았다.

▲지난 1월 국내 시민사회 연대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대구 북구청 앞을 찾아 '경북대 무슬림유학생들에 대한 혐오차별 반대, 이슬람사원 평화적 건립을 지지하는 집중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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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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