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이 갈등 발생시 교사가 사용하는 네 단계 방법

[유보통합을 말하다] 유보통합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교육부가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원화 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공립유치원 교사들 중심으로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교원단체 반발의 핵심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 양성체계 등을 통합하는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유보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기고를 싣는다. 이를 통해 영유아 발달에서 유보통합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 영유아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과 전략이 있다. 민주적 문제해결, 사회적 합의, 브레인스토밍 등으로 알려진 방법이 그것이다. 네 단계로 줄여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처음은 공감의 단계이다. 이때에는 두 입장을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 얼마나 억울한지, 섭섭한지, 화가 났는지 공감하며 중립적인 태도로 들어줘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창발의 단계이다. 문제해결의 방법을 아이들에게 다시 물어본다. 각자 무엇을 원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지 이상적인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은다. 세 번째 단계는 협의의 단계이다. 두 입장이 만족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하나의 의견에 두 아이 모두 좋다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도 동의를 해야 한다. ‘쌍방 간 합의이니 그대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인가?’, ‘두 입장 모두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인가?’

두 아이의 권리가 모두 존중되는지 교사가 깊이 있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아이들 세계에도 권력이 있음을 인지하는 교사는 깊이 있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모니터링의 단계이다. 합의한 결정대로 실행해보고, 응원의 눈빛으로 살펴봐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두 아이를 만나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교실 어디에선가 선생님을 찾는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공감, 창발, 협의, 실행까지 흐르지 못하고 멈춰버리기 십상이다. 만약 번번이 실패한다면, 교사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기고, 영유아들이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교실이 될 수 있다.

어른들의 사회도 아이들의 사회와 다르지 않다. 유보통합이라고 하는 시대적 요구에 유아교육계와 보육계가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유보통합 언론 보도의 흐름을 살펴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가지고 있는 유사점에 대한 이야기보다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다른 부처에서 다른 양성과정과 자격제도를 가지고 있고, 교직원의 처우와 복지 등이 다르다 혹은 격차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유아교육과 보육은 같은 점도 너무나 많다. 유아교육과 보육은 같은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확언할 수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은 아동중심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서 놀이 중심의 실제를 추구해왔다. 둘다 돌봄과 가르침을 각기 다른 현장에서 하면서 살아왔다. 1920년대 초기 국내 영유아교사를 양성과정의 출발은 ‘보육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보육과’로 지내다가 1980년대 초반에 들어서 ‘유아교육과’가 되었다. ‘보육’을 하는 유치원 교사를 양성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유아교육과 보육의 학문적 배경은 분리된 적이 없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계의 연구자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모두 경계 없이 드나들며 연구하고 있다. 영유아들이 있고, 영유아교사들이 있다면 그들이 무슨 전공을 했든지 어떤 학과에 소속되어 있든지 관계가 없다.

유보통합은 같은 듯 다른 모양으로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 되어 중복으로 했던 일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절감되는 예산을 영유아교육의 선진화에 투자하면 좋을 것이다. 눈 뜨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영아기(Zero to Three)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들을 볼때마다 영아기에 대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교사 교육, 연구 및 정책에 투자를 하기를 학자로서 소망한다. 꼬리를 물고 솟아나는 바램들로 유보통합 브레인스토밍 해본다.

교사가 담당하는 영유아의 비율을 낮추고, 교사들이 복수 담임제, 교대 근무제를 하면 행정 업무의 경감과 충실한 수업 준비로 돌봄과 가르침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모든 기관마다 비담임 상근교사가 있어서 대체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 직원, 양호교사, 운전기사, 영양사, 안전관리사, 조리사 등의 기타 인력들도 충분히 배치될 수 있으면 좋겠다. 기관마다 아동심리상담사가 있어 영유아들의 발달을 모니터링하고 교사들과 함께 협력하고 부모의 양육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장애 영유아와 비장애 영유아가 통합될 수 있도록 장애통합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충분히 배정되어야 한다. 기관마다 영유아들을 위한 미술, 음악, 체육, 동작(춤), 문학, 과학, 수학 등의 전담 교사들이 있어서 영유아에게 적합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교육을 하면 좋겠다. 부모교육과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갈등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달체계도 마련되었면 한다. 재원 영유아가 아니어도 지역사회의 영유아가 필요시 시간제로 이용가능한 육아지원 기관의 역할도 하는 개방된 곳이면 좋겠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아이키우기 좋은 따듯한 육아 공동체가 되는데 이바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보통합은 물리적인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이 되어야 한다. 테트리스 게임의 빈칸 맞추기가 아니라 용광로에 녹여지는 쇳물처럼 섞여야 한다. A의 위치에서 B의 위치로의 이동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던 사람 A와 B가 동반자가 되어 새로운 C의 일을 해야 한다. 현재, 다른 살림을 살던 두 집이 합가를 하는 것과 비슷한 거사를 앞두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저성장 국면으로 국가의 형편이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양쪽 집 살림살이를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두 집에서 모두 같은 일을 하느라 불필요한 경비를 낭비하지 말고, 서로의 장점과 강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영유아와 보호자(가족)를 지원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보자.

유보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유아교육인과 보육인으로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내세우며,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교실에서 두 아이가 서로의 입장을 보지 못하고 다가와 교사를 찾을 때 해왔던 것처럼 유보통합을 실현해보자. 편견 없이 공감하고, 창발적으로 고안하고, 정의롭게 협의하고, 그 결정을 실천하도록 응원하자. 이제까지 영유아 교사의 피, 땀, 눈물로 가르치고 돌봤던 아이들이 선진국 대한민국의 일등 국민이 되었고, 앞으로 돌보고 가르쳐야 할 아이들과 부모들은 예리한 민주 시민의 눈으로 유보통합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유보통합추진단과 추진위원회의 리더십을 유아교육인과 보육인이 보고 있음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의 다른 점이 시너지로 작용하도록 융합하는 성숙한 모습을 유아교육인들과 보육인들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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