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前 비서실장 사망에 비명계 "부끄럽고 참담"

"李 도의적 책임", "방탄 이어가면 민주당 명 다할 것"…李는 '마이 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차 여론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는 일본 강제동원 문제 등 윤석열 정부 비판으로 사태를 우회 돌파하려 하고 있지만,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에서는 연일 이 대표를 겨냥한 날선 말이 나오고 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12일 SNS에 쓴 글에서 "이재명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이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 시절부터 소신 발언으로 이른바 쓴소리 4인방으로 꼽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한 명이었다.

김 전 의원은 전모 씨 사망과 관련 "한 사람의 생명이 전 지구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이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중원이 지역구인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도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와 관련한 일로 수사를 받거나 고발인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되신 분이 (전 씨 외에도) 네 분"이라며 "네 분 모두 이 대표를 충직하게 모셨던 사람들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버지고 남편이며 동료였던 이들이다.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고, 삶의 이유인 가족을 떠나야 할 만큼 그 분들을 고통에 빠뜨렸던 원인이 대체 무엇이었을까"라고 이 대표를 간접 겨냥했다.

윤 의원은 "이 대표가 말한 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겠지만,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0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했다.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혹은 최소한 2선 후퇴로 축약된다. 이 대표는 오는 17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차 공판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12일 낮 현재까지는 사퇴 등 거취 관련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사무총장 등 당직 개편이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도부도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비명계에서도 이 대표 퇴진 요구가 자칫 당직이나 총선 '지분 보장'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만큼 당직 개편은 사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대표는 오히려 대정부 비판 등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전 씨의 사망 이튿날인 지난 10일 오전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했다.

이날 SNS에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봉분이 낮아질 만큼 봉분을 꼭꼭 누르는 것, 봉분 위에서 몇몇이 다지듯이 뛴 것은 무슨 의미일까"라는 글을 올려 극우단체의 '묘소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추가 글에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며 "저로 인해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토요일인 11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단체 주최 '강제동원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대정부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집회에서 "굴욕적 배상안 강행 뒤에는 한일 군수지원 협정과 한미일 군사동맹이 기다리고 있다"며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을 군사 훈련의 이름으로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일, 한반도가 진영 대결의 전초 기지로 전락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하고 "군사외교적 자율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라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서는 "국민은 기가 막히고 대통령은 귀가 막힌 것 같다"며 "대통령은 배상안이 피해자 입장을 존중한 결과라고 하는데 '그따위 돈 필요 없다'고 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말씀을 이 귀로 똑똑히 들었다. 이 굴욕적 배상안이 어떻게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한 것인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집회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발언대에 서자 이 대표 지지층이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의당이 앞서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불체포특권 폐지' 당론에 따라 찬성 표결을 한 것이 이 대표 지지층의 분노를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는 시민단체 주최였고, 정부의 강제동의안 해법을 비판하는 취지로 열린 자리였다.

정의당은 1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사태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의당은 "시청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간절한 취지를 민주당만의 당파성으로 오염시키는 행위이자 집회의 전체 방향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의 굴욕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조차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려는 민주당의 작태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자당의 정치적 이득에 매몰된 오만하고 저열한 민주당식 정치에 매우 엄중하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 어제 일이 처음도 아니었거니와 갈수록 심해지는 정도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극렬 지지자를 앞세운 편협한 이간질 정치를 그만두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7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진행된 비상시국선언 때도 이와 유사한 일이 빚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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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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