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은 왜 이렇게 공항에 집착할까?

[기고] '원희룡 공항'과 제주

국토부는 지난 2019년 6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고, 환경부의 검토의견을 반영해 지난 2019년 9월 본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어서 같은 해 9월과 2021년 6월에 각각 보완서와 재보완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여러 번 보완되었다는 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2021년 7월에 반려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제주도에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시민들과 함께 협의하여 사회적 공론의 장인 여론조사를 열어 도민들에게 제주의 두 번째 공항에 관한 '찬성반대'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조사기관 모두에서 반대가 나왔습니다. 사실상 제주도민은 제주의 두 개의 공항을 반대하는 것으로 결정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은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토부 장관이 되자마자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환경부 반려 의견에 보완이 가능하다며 보완 가능성 검토용역을 진행했고, 과정은 전격 비공개 했습니다.

얼마전 설악산케이블카 '조건부 동의'가 나왔고,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해 국립공원이 해제 되는 등 환경부와 국토부에 의한 '환경 갈등'과 그로 인한 아픔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공항 건설은 한 지역의 미래를 바꿀만한 사업이고, 그 영향은 후대와 이웃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미칩니다. 그 경로에서 많은 정치적 이해와 비전이 경합하고 다툽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의 결정들은 그만큼 크고 무거운 것이며, 공항 반대 운동 역시 공항이라는 교통 시설 공사 반대라기 보다 반생명의 위기에서 모두가 해방되기 위한 실천적 투쟁의 하나입니다.

전국의 신공항 계획을 반대하고 저지하려는 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공항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책임감 있는 인류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엄중한 이 때에 함께 바라보고 말할 책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연속 기고는 그 시작입니다. 기획자주

제주 제2공항 문제가 다시 제주 섬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환경부에 제출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법정 처리기한에 따라 요청일로부터 최대 40일 이내 즉, 3월 6일까지 답변해야 한다. 정말 기한이 바로 오늘이다. 만일 환경부에서 ‘동의’로 결정을 내린다면 제주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시간이 되돌아간 듯하다. 제주도지사 시절처럼 다시 원희룡(현 국토부 장관)과 제주도민의 시간이 되었다. 도민사회의 갈등은 그때처럼 극에 달할 것이고 애써 지켜낸 사회적 공론의 결과와 약속마저 공권력 맘대로 파기할 수 있음을 모두가 학습하게 될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2021년 2월에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여론조사기관 2곳을 통해 도민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반대’로 결론이 나왔다. 이 과정은 찬성과 반대 도민사회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엄연한 사회적 합의였고 공론의 장이었다. 그런데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고 도민의 결정을 무시했다. 이후 국토부로 자리를 옮긴 직후부터 제주 제2공항을 회생시키는데 열을 쏟고 있지 않나?

제주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과 관련된 논의는 수차례 있었으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도민들은 대정읍 신도리에 신공항이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 제주시 시내에 있는 제주공항을 폐쇄하고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에 도민사회는 비교적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15년 11월 원희룡 도정 당시 공항예정지가 느닷없는 성산으로 발표되었다.

예상을 벗어난 지역이었다. 다수 도민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업명도 ‘신공항’이 아닌 ‘제2공항’이었다. 이것은 제주 섬에 공항이 두 개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예정지가 된 성산지역의 공항 입지 조건은 지질학적으로도 건설되어선 안 되는 지역이다. 다수의 숨굴과 동굴이 위치한 곳에 비행기 이착륙 활주로가 놓이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게 뻔하다. 지역 당사자인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용역수립에 반대하며 많은 도민이 도청 앞에서 원희룡을 기다렸으나 그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도민들의 질문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난산리 농지에 형성된 숨골. 이 구멍을 통하여 많은 양의 강우는 지하로 배수된다. ⓒ강순석

이 과정에서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보고서 역시 조작된 것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항 입지를 성산으로 몰아가기 위하여 자료를 엉터리로 만들었다. 조작된 사전타당성보고서가 알려지자 제주도민들은 동요했다. 결국, 도의회 주관으로 도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여론조사를 어렵게 합의하여 실시한 것이다. 결과는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반대였다. 그러나 원희룡은 애초에 구조에 들지 않았던 성산지역 여론을 뒤늦게 들먹이며 사전 논의에도 없던 사항을 핑계로 공론화 결과를 뭉개버렸다. 만약에 당시 찬성 여론이 높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2021년 여름,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국토부 장관은 보완하여 다시 제출했다. 아니 어떻게 환경적으로 불가능하여 반려된 지역을 공항 건설이 가능한 상태로 고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원희룡 장관은 꿋꿋하게 추진하고 있다. 성산, 그리고 제2공항이라는 구상에 원희룡이 공공으로서의 책무 선을 넘어 구체적인 입장이 있다는 개입했다는 의심이 도민사회에 일어났다. 이러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의식해선지 제주도민 가운데서 ‘제주 제2공항’을 ‘원희룡 공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제2공항의 군사공항 활용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국토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지시하여 제2공항 배후 도시에 스마트 혁신도시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음도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한마디로 제주도는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과 투기와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말았다.

크지 않은 나라에 왜 이렇게 공항이 많은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불필요한 공항으로 전락한 사례는 넘친다. 현재 15개 공항 중에서 대부분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무안 한화갑 공항, 예천 유학성 공항, 울진 김중권 공항, 양양 김영삼 공항에 이어 부산 가덕도 문재인 공항까지 합세했다. 국가공권력의 힘이 막강한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지역마다 섬마다 곳곳에 공항에 건설되어 97곳이나 된다. 역시나 적자 운영으로 실패한 토목공화국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실패를 왜 반복하고 있는지 질문해 볼 일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말로만 공항이지 맞닿아 있는 군산공항과 함께 미군이 사용할 예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잖은가. 두 곳 모두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도 그렇고, 이 공항들은 앞으로 두고두고 재난 상징이 될 것 뻔하다.

원희룡 장관은 왜 이렇게 공항에 집착할까? 아무리 정치적 언설로 포장해봤자 결국은 기후재난 시대를 역행하고 정치를 퇴보시켜 얻어낸 환경파괴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건 누구인가? 두고두고 원희룡 공항이라며 비아냥 들을 불필요한 공항을 포기할 순 없는 것인가?

필자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제주 제2공항 갈등의 원인이었던 입지 선정과 관련해 재조사검토위원회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제주지질연구소를 통해 제주의 지질 현황을 조사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고는 <제주투데이>에도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강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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