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쓰고 파파고가 번역한 책, 단 7일 만에 출간되다

[프레시안 books]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

챗GPT가 그야말로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 인공지능이 직접 쓴 책이 나왔다.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이다. 챗GPT가 글을 썼고 네이버의 AI인 파파고가 우리말로 옮겼다. 셔터스톡 AI가 일러스트했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주는 조언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인간 출판 기획자(서진)가 기획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책의 골간은 모두 AI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체로 화제가 될 만하다.

기획자는 AI의 득세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정보를 규합해 사람에게 편한 자연어로 사람을 설득하는 게 가능할까. AI가 번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해버릴까. 교정과 교열에도 사람 손이 더는 필요없는 수준으로 이미 AI의 능력이 올라왔을까. 정말 AI가 표지 디자인을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단 7일 만에 그 모든 질문에 답했다. 인쇄를 제외하면 2명의 작업자가 투입돼 이 책을 완성하는 데 들인 시간은 고작 30시간에 불과하다. 보통 사람이 만드는 책이 인쇄돼 출간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책의 내용을 떠나, 이 제작과정 자체가 섬찟함을 안긴다.

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저자가 영문으로 챗GPT에 질문했다. 챗GPT가 내린 답은 파파고로 번역됐다. 사람은 간단한 검수만을 진행했다. 책은 본 질문 내용을 수록했다. 한글 원고와 영문 번역 본문을 비교 가능하도록 책에 모든 원고가 수록됐다.

표지는 대중에게 오픈된 모든 곳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아 이용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AI에게 더 나은 디자인을 요구했다. 그 결과 셔터스톡 AI가 책의 제목과 목차, 원문에서 채록한 주제와 표현 기법 등을 기반으로 이 같은 디자인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표현 기법을 변경하고 몇 개의 단어를 추가 설명하자 AI가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였다"고 밝혔다.

책의 내용은 딱히 새롭다 할 만한 건 없다. 보통 생각하는 자기계발서의 한 형태다. 다만 AI가 세계의 관련된 여러 질문을 종합해 내린 답인 만큼, '모범답안'이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일종의 기획 이벤트다. 이 책 하나 만으로 출판 노동이 이미 AI로 대체됐다, AI가 번역업을 완전히 접수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두려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챗GPT 글, 파파고 번역, 셔터스톡 일러스트) ⓒ스노우폭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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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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